기획투데이

안양문화원 김학연 씨 “뇌졸중 이긴 비결, 봉사 오래 한 덕분이죠”

안양문화원 김학연 씨 “뇌졸중 이긴 비결, 봉사 오래 한 덕분이죠”

by 안양교차로 2013.06.28

김학연 씨에게 봉사는 삶을 덤으로 얻게 해준 고마운 선물이다. 아이들이 크면서 엄마로서 자녀교육에 관심을 갖던 중 청소년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는 그는, 봉사에서 배움을 얻고 그 배움을 다시 봉사로 나눠줄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갖게 되었다.
만화제작회사에서 봉사하는 살림꾼으로 변신
김학연 씨가 지난 10여 년 동안 해왔던 봉사의 면면은 무척 다양하다. 안양시 녹색어머니연합회, 교통안전협회,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협의회 등 청소년 교육과 지역사회 봉사를 위한 일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앞장서 왔다. 그가 봉사로 취득한 자격증만도 10여 개.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에 내세울 게 없다”며 말을 아끼는 그에게 지난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김학연 씨는 젊은 시절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중퇴를 한 뒤 서울에 있는 만화제작회사에 들어갔다. ‘황금박쥐’와 ‘마루치 아라치’ 등을 만든, 당시로서는 상당히 이름 있는 중견회사였다. 이후 미국 영화를 일본에 역수출하는 회사로 자리를 옮긴 그는 88년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전기 코드를 잘못 뽑아 감전된 그를 들쳐 업고 병원으로 뛰어간 사람이 남편이었다고.
“일과 살림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남편의 권유에 김학연 씨는 살림을 택했다. 아이들을 기르며 본이 되는 엄마가 되기 위해 녹색어머니회에 가입했다. 남편 아침 차려주는 것도 잊은 채 봉사를 나가 있으면 아이들을 차에 태운 남편이 지나가면서 한 마디를 했다. “오늘도 봉사하면서 돈 많이 쓰고 와요.”
“내 마음의 작은 여유, 상대방은 평생을 기억해”
남편의 열정적인 후원이 있었기에 봉사는 가지치기가 쉬웠다. 청소년 도형상담, 교통안전지도, 안양문화원에서는 다문화가정 주부들을 위해 절기에 대한 강의도 진행 중이다. 정치인이 지나가면 “우리 지역구 위해 봉사하는 사람인데 밥 한 끼 드시고 가시라”며 팔을 잡아 끈다는 김학연 씨는 안양시에서 꽤 유명한 봉사자로 통한다.
“남을 위해 준다는 건 겉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진심이에요. 남들 밥 사주는데 솔직히 얼마가 들어요? 150만 원도 아니고 15만 원도 아니고 1만 5천 원이에요. 내가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쓰면, 상대방은 그 일을 평생 기억할 수도 있는데 요즘은 너무 편협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봉사를 통해 우리 사회 각박함이 많이 해소되었으면 해요.”
그가 이런 마음을 품게 된 계기가 있다. 녹색어머니회 봉사를 하던 시절, 한 날은 갑작스럽게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 몇 시간 후 의식을 되찾았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2년 뒤 우연히 교통사고를 계기로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았는데 혈압이 무려 170에 240이 나왔다. 손수 운전을 해서 병원에 왔다는 그에게 의사는 기가 막힌다는 얼굴을 했다. 바늘 하나만 들어가면 펑 터지기 직전인 타이어와 같은 상태라는 것이다.
봉사한 뒤로 남의 아픔과 상처 공감하는 능력 생겨
당장 신체 중 일부가 문제가 생겼어야 마땅한데 그는 멀쩡했다. 의사는 “혈관에 응고된 피가 아주 미세한 틈으로 순환하고 있다”며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혈액순환개선제와 고혈압약을 먹고 있긴 하지만, 지금도 그는 생활에 아무런 불편을 못 느낀다고 했다.
“의사가 그러더라고요. 봉사 많이 하시더니 복 받으신 거라고(웃음). 뇌졸중인데 저처럼 멀쩡한 사람은 처음 봤다고요. 아이들과 함께 있었더니 그 순수한 마음을 받고 병이 안 생긴 것 같아요. 봉사가 저를 살린 거죠.”
얼마 전엔 수리장애인복지관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나들이 봉사를 다녀왔다. 10년 동안 봉사를 했지만 장애인 봉사는 처음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팔을 잡아드렸더니 뿌리치고 가시더란다. 왜 그런가 했더니 시각장애인에게는 팔을 잡아주는 게 아니라 팔을 빌려줘야 하는 거라고 누군가 일러주었다.
“시각장애인들을 보면 앞이 안 보이지만 그럴수록 더욱 서로를 배려하며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 있는 모습을 봐요. 하지만 봉사자들은 어떤가요? 물론 진심을 갖고 봉사하는 사람도 있는데, 남에게 보이기 위해 봉사를 하는 경우도 많죠. 시각장애인들을 보면서 많은 걸 배우게 되죠.”
봉사하고 제일 많이 달라진 점을 물었더니 ‘긍정적인 사고’를 꼽았다. 남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점을 함께 공감하는 능력이 생겼단다. 내 손길이 닿는 사람에게 목숨을 내어놔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마음 자세를 갖추는 것, 봉사를 하는 김학연 씨의 목표가 그렇다.
“봉사를 마음이 아닌 몸으로 하면 상대방이 상처를 받아요. 마음에서 우러난 봉사를 하면 봉사자의 마음에도 흔들림 없는 평화가 생기죠. 기왕 봉사를 하시려거든, 나 자신이 성숙할 수 있는 봉사를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