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웃음사랑봉사회 “웃음치료 봉사는 나의 존재가치를 일깨우는 일”

웃음사랑봉사회 “웃음치료 봉사는 나의 존재가치를 일깨우는 일”

by 안양교차로 2013.06.28

‘이제 나도 좋은 일 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자식들 다 키우고 비로소 제 인생을 찾게 된 중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물음이다. 아무개가 봉사하면서 산다더라, 는 말은 내 맘대로 안 되는 육체 앞에서 귓등으로도 안 들리는 법. 이기적인 이유에서라도 좋은 일 하면서 살고 싶고, 조금이나마 사회에 보탬이 되는 봉사를 하고 싶은 이들이 모였다. 노인들의 긍정적인 삶을 돕는 ‘웃음치료’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는 이들이 모인 곳, 바로 웃음사랑 봉사회다.
웃음이 필요한 곳, 어디든지 달려 갑니다
등산 모임이나 각종 행사가 열리면 가장 먼저 앞에 나가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들. 노래면 노래, 율동이면 율동 빠지지 않는 실력을 갖춘 이들이 바로 웃음치료 강사들이다. 한국웃음행복연구소라는 기관에서 2년 전 웃음치료 강사들의 봉사 모임으로 결성된 웃음사랑봉사회는 이제 군포와 안양에서 꽤 인기 있는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부르면 어디든지 가죠. 경로당부터 관공서 행사나 노인복지센터 등을 찾아다니며 웃음을 전파하는 역할이에요.”(이재연 씨)
웃음치료라고 해서 단순한 레크리에이션 정도로만 생각하면 오산. 우리 주변에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노인들, 생각보다 꽤 많다. 경락체조를 통해 속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고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일, 전파력이 꽤 크다.
“가정의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 내주죠. 며느리랑 만날 싸웠던 어르신이 웃음치료 배운 이후 며느리와 사이가 좋아졌다는 말을 할 때 기분이 좋아요.(서명화 씨)
현재 봉사단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대략 20~30여 명 정도. 모인 계기도 저마다 무척 특별하다. 서명화 씨는 식당에서 서빙 일을 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웃음치료 강사가 되었다. 돈벌이를 포기하고 뛰어든 일인데도, 전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김선자 씨는 교회 봉사를 하다가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웃음치료’라는 분야를 알게 되고 강사 과정을 거치게 됐다고 한다. 그는 “평소 웃음이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를 봉사로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며 “웃음치료 봉사 이후 인생의 새로운 보람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경로당 돌며 웃음치료와 노래, 연극 등으로 봉사
봉사회는 군포시에서 관내 경로당 등을 돌며 생일잔치와 레크레이션 봉사를 정기적으로 펼치고 있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몇 명이서 팀을 이뤄 봉사를 가는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라 책임감이 무척 강하다고 한다.
“공연 전부터 미리 모여 연습을 하고 다과도 미리 준비해서 깔끔하게 준비를 하고 가요. 불참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만약 급한 일이 생기면 다른 봉사자에게 부탁을 해서라도 약속은 꼭 지키죠. 어르신들이 기다리니까요.”(이재연 씨)
한 시간 남짓한 공연에는 웃음치료와 노래, 연극 등 각종 레크리에이션이 포함된다. 아픈 어르신들 모인 곳에는 10여 명의 인원이 함께 봉사를 한다. 관내 경로당은 물론 안양, 안산, 수원, 인천 요양원 등지에서도 ‘러브콜’이 올 정도로 봉사 지역은 전국구가 되어가고 있다.
“매주 레크리에이션 기획을 짜서 가는데 잘 안 될 때도 있죠(웃음). 애써 준비했는데 어르신들 반응이 시큰둥하면 당황스러워요. 그래서 되도록 틀에 박힌 공연은 안 하려고 하죠. 정식으로 웃음치료 강사 자격증을 따고 난 뒤에는 애드립이 늘었어요. 즉석에서 내가 즐기면서 하면 반응이 금방 오더라고요.”
봉사회 회장 격인 이재연 씨는 “기본적으로 웃음치료 봉사는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는 분들이 하는 게 맞다”며 “보기엔 쉬워보여도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어느 정도 분위기를 재미있게 이끌어가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바쁜데 무슨 봉사냐’던 시어머니 시선 달라져
웃음치료 봉사는 봉사자들의 인생도 바꾸어놓았다. 가족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무엇보다 중년 이후를 보내는 삶의 가치관도 바뀌었다.
“‘이 바쁜 세상에 무슨 봉사냐고’ 말리던 시어머니가 ‘웃음치료’에 대한 방송을 보더니 ‘좋은 일해서 보기 좋다’고 저를 다르게 보시더라고요. 가족들과 전보다 의사소통도 더 잘 되고, 내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에너지가 생기죠.”(서명화 씨)
이재연 씨는 “나이 먹어서 고스톱 치면서 며느리 흉보는 노년은 되고 싶지 않았다”며 “웃음치료는 차비만 있으면 내가 배운 기술을 남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어 봉사에는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김선자 씨와 서명화 씨 모두 한국웃음행복연구소 소장인 이재연 씨의 제자다. 평소 후진 양성을 위해 웃음치료 강의를 하던 이재연 씨는 봉사자들에 대해 “삶에 대한 관점이 모두 동일한 분들”이라고 평가했다.
“봉사를 하고 싶은데 힘은 없죠, 몸은 아프고 배운 기술도 없어요. 하지만 웃음치료를 통해 봉사하는 재미를 알고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도 얻을 수 있게 된 거죠. 평범한 주부들이 웃음치료 강사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봉사회에 들어오고 싶다는 분들도 많아졌어요(웃음).” (이재연 씨)
봉사라는 게 그렇다. 혼자서 하기보다 여럿이 하면 힘이 커지고 주변의 시선도 달라진다. 복지관을 비롯해 관공서의 요청으로 봉사를 하다보면, 얘기를 듣는 상대방들도 봉사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정중해진다고.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들, 남에게 웃음을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웃음사랑봉사회는 언제나 문이 열려 있다. 봉사를 통해 이웃을 돕고 내 삶도 바뀌는 것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서명화 씨는 “살다보면 누구나 어려운 시절을 겪게 마련이지만 그럴수록 더 웃음이 필요하다”며 “웃음치료 봉사는 삶의 긍정적 가치를 일깨우고 나라는 사람의 존재 가치도 드높여준다”고 말했다.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