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군포노인복지관 석연옥 씨 "14년 동안 봉사한 비결? 나만 아는 기쁨이죠"

군포노인복지관 석연옥 씨 "14년 동안 봉사한 비결? 나만 아는 기쁨이죠"

by 안양교차로 2013.06.28

“14년 동안 봉사한 비결? 나만 아는 기쁨이죠”

석연옥 씨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군포시 관내 독거노인들을 위한 도시락 배달을 나간다. 직접 운전을 하고, 5층 건물 옥탑방까지 찾아가 기어이 도시락을 주고야 만다. 주변에서 “그만큼 했으면 됐으니 탁구나 치면서 쉬라”고 말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봉사는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탁구에 당구, 오카리나, 기타 못 하는 게 없는 이 어르신, 보기보다 10년은 젊어 보인다.
남편 몰래 운전 배워 시작한 도시락 배달
우선 그의 남편에 대한 이야기. 18살에 혈혈단신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온 그는 한 목사의 손에 의해 길러졌다. 영문학과 교수를 역임한 남편은 퇴임 전까지 학교 교장선생님이었다. 나라에서 내어준 관용차가 집 앞에 곱게 주차되어 있는 걸 보고 석연옥 씨는 안달이 났다.
“운전할 줄 모르는 남편을 대신해 어떻게 하면 그 차를 좀 활용해볼까”하다가 혼자 운전면허시험을 공부했다고 한다. 학과시험을 2번만에 붙고, 도로주행을 수차례 떨어진 뒤에 천금 같은 면허증을 땄다. 그때까지도 남편은 그가 새벽에 차를 몰고 나가는지 몰랐다고 한다. 그렇게 운전을 배운 석연옥 씨가 처음 시작한 봉사가 도시락 배달이었다.
남편의 발령으로 군포에 정착한 그는 한동안 봉사를 하지 못했다. 그때 나이가 60대 초반이었는데, 지인을 통해 군포노인복지관을 알게 되었다. 마침 도시락 배달 봉사자가 필요하다는 말에 그는 귀가 번쩍 뜨였다.
“도시락 배달과의 인연이 참 특별하다고 생각했죠. 벌써 14년이나 되었네요.”
자기 차로 운전을 하고 관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봉사를 하니 복지관에서는 그를 ‘VIP 봉사자’로 인정해준다. 무릎이 아프다는 분이 계단을 척척 올라 도시락 배달을 하는 이유는 단지 “기쁘고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병동 찾아가는 ‘샘소리 중창단’을 아시나요?
석연옥 씨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안양 샘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봉사를 하는 그는 ‘샘소리 중창단’을 만들어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을 축복해주기도 한다. 중창단 창단 과정도 꽤 특별한데, 교회 실버합창단 모집 과정에서 별도로 팀을 꾸리게 된 거라고. 성악을 취미로 하는 장로님 한 사람을 지휘자로 세우고, 10여 명 되는 아마추어 성악가들이 모이자 제법 구색이 갖춰졌다. 석연옥 씨가 직접 중창단을 이끌고 봉사를 다닌다.
중창단 인기도 꽤 높아져 봉사를 하겠다고 문의하는 인원이 꽤 많아졌다 석연옥 씨는 신청자들을 모아서 중창단을 또 하나 만들었다. 그곳에서 리더 역할을 맡으며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다.
“오카리나가 묘한 소리가 나잖아요. 그 소리에 반해서 내가 배우게 되었어요. 호스피스 병동은 환자가 매주 들쭉날쭉 해요. 언제 누가 돌아가실지 모르니까. 죽음을 앞둔 그들이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음악으로 봉사하는 거예요. 위로할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기쁜 일인가요?”
석연옥 씨는 복지관을 통해서 참 많은 것을 얻었다 오카리나는 물론, 탁구, 당구 전부 다 복지관에서 배운 것이다. 배운 것을 나 혼자 지니고 있기보다 남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 그가 노년에 깨달은 인생의 참 의미이기도 하다.
“봉사로 맺은 인연은 평생…함께 할 사람 찾아요”
석연옥 씨는 “나처럼 나이 든 여자들이 봉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남편들의 숨은 뒷바라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쁘게 봉사하다보면 은퇴한 남편을 위해 삼시 세끼 밥을 차려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릴 때도 있단다. 그럴 때 그의 남편은 “집안 일 신경 쓰지 말고 봉사나 잘 다녀와라”고 등을 밀어준다.
아침은 샌드위치, 점심은 각자 해결. 저녁 한 끼는 차려줘야 할 텐데 집에 오면 남편 혼자 밥통을 열고 있는 적도 있다. 옆에서 바라보며 좋아해주지 말고 함께 봉사하면 참 좋으련만, 그건 시간이 필요한 문제가 아닐까싶다.
“애들한테 참 본보기가 돼요. 나이 들어서 시간 낭비하지 않고, 건강 챙기면서 정력적으로 봉사하는 것 보기 좋잖아요? 주변에서는 자꾸만 놀고 쉬라고 하는데, 복지관에서 배울 거 다 배우고 봉사하는 게 노는 거지 뭐예요? 이 기사를 보는 분들도 꼭 봉사하라고 권해주고 싶어요, 나는.”
봉사는 기쁨이요, 하늘에서 받은 사명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석연옥 씨. 봉사로 맺은 인연은 평생을 간다고, 자신과 함께 도시락 배달을 할 사람을 적극 찾고 있다. 군포노인복지관에 가면 점심도 무료로 주는 데다 취미활동도 할 수 있다니 이참에 한 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