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민들레 봉사단 황정애 "일하면서 시작한 봉사, 이젠 회사 직원들이랑 같이 해요"

민들레 봉사단 황정애 "일하면서 시작한 봉사, 이젠 회사 직원들이랑 같이 해요"

by 안양교차로 2013.06.28

어느 회사든 시간을 가장 많이 쪼개 쓰는 부서가 영업부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들 중에서도 틈틈이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황정애 씨는 대림산업 영업부서에서 일하면서 매월 한 번씩 보호시설인 베데스다에서 식사봉사를 한다. 봉사자들을 물끄러미 보다가 우연히 시작하게 됐는데, 얼떨결에 회사 식구들이 동참해 아예 ‘민들레봉사단’이라는 단체를 만들게 됐다.
봉사에 대한 호기심에 끌려…막상 해보니 “이렇게 뿌듯할 수가”
“우리 요즘 너무 너무 바쁘거든요. 죄송하지만 인터뷰는 차에서 하면 안 될까요?” 성격이 급하면서도 솔직한 황정애 씨는 호계동 도로변에서 비상등을 켜고 기자를 기다렸다. 차에 올라탔는데 그의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차창을 올리고 에어컨을 켜자 그제야 주변에 좀 조용해졌다.
“한 5년 전이었는데, 동네 아주머니들이 매주 보호시설에서 봉사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은 이상하게 그 말에 끌리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은 같이 따라갔죠. 거기가 베데스다였어요.”
평소엔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묘하게 뿌듯한” 기분이 들었단다. 봉사에 중독된다는 말이 우스개인 줄로만 알았던 황정애 씨는 이후 매달 한 번씩 베데스다에서 식사 봉사를 했다. 시장에서 장을 봐오고 밥하는 정도의 단순한 일이었지만 예전엔 몰랐던 또 다른 행복감을 맛볼 수 있었다.
마침 회사에서 봉사할 곳을 찾고 있던 터라 베데스다를 적극 추천했다는 황정애 씨. 그와 20여 명의 동료들은 매월 한 번씩 날을 정해 베데스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날씨가 좋을 때는 서울랜드로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했다. 봉사 횟수가 늘면서 아예 안양시청에 봉사단체로 등록을 했다. 이름은 ‘민들레봉사단'
시간이 금인 영업사원, 평일에 봉사하게 만드는 힘은?
“나들이 가면 아이들마다 보호자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때 직원들이랑 함께 가서 놀아주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전에는 혼자서 휴일을 쪼개 가면서 봉사를 했는데, 이젠 평일에 하루를 쉬고 봉사를 하니 참 좋죠. 회사에서 재정적인 지원도 많이 해주고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서 이뤄지는 봉사지만, 근무시간에 수십 명의 직원이 봉사로 자리를 비우는 게 흔치 않은 일이라고 황정애 씨는 강조했다. 직장 다니면서, 그것도 영업하는 사람이 봉사로 시간을 빼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그는 “영업파트는 시간이 금인데 봉사하는 날은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쉬는 것 아니겠냐”며 “혼자서 할 수 없는 봉사도 여럿이 하니 즐겁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 역시 처음부터 봉사에 익숙했던 건 아니다. 난생 처음 하는 봉사,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자폐아들을 보면서 선뜻 다가서지 못한 적도 많았다고. 음식을 직접 해주면서도 그 자신은 비위가 약해 밥을 먹지 못했던 때도 많았단다. 지금은 서슴없이 다가가 옷을 갈아입혀 줄 정도로 익숙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봉사는 중독이에요”
“봉사하고 특별히 달라진 점이요? 그런 거 없는데…. 그냥 저는 제가 봉사를 한다는 것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쓴 적이 없어요. 여유가 있고 시간이 있을 때 도와주면 정말 마음이 뿌듯하다는 거? 가족들이나 주변에서도 봉사한다고 하면 ‘그러니?’하고 말아요(웃음).”
그래도 봉사하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은 있다. 돈으로 하는 봉사는 가장 쉽지만 노력봉사, 몸으로 하는 봉사는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자신은 직장 일을 하며 가끔씩 하는 봉사지만, 봉사만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단다.
“봉사는 중독이에요. 제가 보니까 봉사도 늘 하는 사람만 계속 하더라고요. 자비까지 털어서 봉사하는 분들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봉사하면서 행복함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아요.”
황정애 씨는 봉사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우연히 한 번 경험하면 나처럼 봉사도 결국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며 “일단 한 번 해보시라”고 권했다. “요즘은 바빠서 바깥으로 잘 못 나가기 때문에 미안해서 피자라도 사간다”는 황정애 씨. 예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렇듯 봉사하면서 살 줄 몰랐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런데 제가 봉사하는 거 신문에 나가면 참 창피한데…. 제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주변에서 ‘왜 네가 그런 데 나가느냐’고 할까봐 걱정돼요(웃음). 저를 보면서 봉사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분들이 생긴다면 참 좋겠네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