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남대문안경콘택트 오신근 대표 "후회 없는 봉사, 부모 마음 갖고 해야죠"
안양 남대문안경콘택트 오신근 대표 "후회 없는 봉사, 부모 마음 갖고 해야죠"
by 안양교차로 2013.06.28
“후회 없는 봉사, 부모 마음 갖고 해야죠”
을지대학교 외래교수이자 안양2동에서 안경점을 하는 오신근 대표는 그야말로 ‘숨은 봉사자’다. 소속된 단체도 없이 남 몰래 내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진심으로 가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그는 봉사를 시작한 뒤에야 비로소 편안하고 마음이 자유로워짐을 느꼈다고 한다.
인재 길러내는 고등학교에 돈 줘야…100만 원 말없이 후원
“젊은 시절 생계를 위한 앞가림이 급급해 봉사를 못 했어요. 뒤늦게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인 거죠.”
오신근 대표는 현재 신성고등학교에 매달 100만 원의 장학금을 쾌척하고 있다. 벌써 5년째다.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해 학생들은 그저 ‘어떤 좋은 분이 장학금을 주신다’고만 알고 있다. 처음 장학금을 줘야겠다고 결심한 뒤 어느 식사자리에서 우연히 신성고 이사장을 만나게 돼 선뜻 제안을 했다.
“아마 이사장님은 ‘몇 달이나 하려나’ 하고 의구심을 가졌을 지도 몰라요. 그런데 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고 싶지 않았거든요. 100만 원은 어쩌면 봉사액수론 적을지 몰라도, 장래의 인재를 길러내는 고등학교에 장학금으로 쓰인다면 가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봉사를 결심하기까지 1년을 고심한 이유가 있다. 그 역시 어려운 환경에서 대학을 나오고 직장생활을 해서 마흔이 넘은 나이에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했다. 적절한 시기에 공부를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흩어질 100만 원이라면 주변에 어려운 친구나 일가친척 중 누군가에게 주기보다 학생들에게 주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신성고를 나온 것도,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학교라고 생각해 선택하게 되었다고.
장학금은 학교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추천해주면 일괄적으로 지원해준다. 얼굴도 모르는 학생을 도와주는 데 감사해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여러 통 받기도 했다. 오신근 대표는 “제가 안경집을 하니까 밝은 세상을 보는 것만큼 배움도 세상을 밝게 바꿔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며 “학생들이 나중에 커서 나처럼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들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학생들 도울 땐 자존심 다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해
주변에 봉사를 하는 사람도, 누군가의 권유도 아닌 자발적 봉사이기에 오신근 대표의 활동이 더욱 뜻 깊은 것 같다. 이유를 묻자 “아마도 매스컴을 통해 봤던 것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내면에 쌓여 어느 날 행동으로 드러난 것 같다”고 머쓱해했다.
혼자서 조용히 봉사하는 이유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고 싶기 때문”이란다. 또한 장학금 후원 봉사의 경우, 이름을 내세운다고 하면 괜히 학생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뒤로 물러난 이유도 있다고.
“한 번은 장학금 주는 학생들을 불러서 삼겹살을 사준 적이 있어요. 제 딴은 많이 먹이고 우리 안경점에서 안경도 하나 해주자는 생각이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제 판단이 틀렸더라고요.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이다보니 자존심도 상하고, 또 괜히 눈치도 보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론 일절 말 안 하고 조용히 후원하기로 했습니다(웃음).”
장학금 후원을 인연으로 신성고 1학년 학생 한 명에게 멘토가 되었다는 오신근 대표는 말 없이 돕는 봉사의 모범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학생에게는 따뜻한 문자 메시지로 격려의 말을, 학생의 부모에게는 계좌로 조용히 후원금을 입금시키는 그는 “학생은 당장은 자신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게 좋다”며 “내가 도와주는 걸 몰라줘서 서운한 마음이 든다면 봉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봉사를 해야 제 마음도 편합니다”
“고등학교를 못 마치면 그 만큼의 공백이, 대학교를 못 마치면 또 안 간 만큼의 공백이 있는 겁니다. 제가 돕는 학생들은 대부분 아버지가 아프시거나 결손 가정 학생인 경우가 많아요. 그들에게 부모가 해줘야 할 나머지 부분을 채워준다면 올바른 어른으로 성숙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봉사로 인한 ‘자기성찰’은 덤이다. 장학금 후원을 시작한 뒤로 봉사의 폭도 넓어지고 올바로 살겠다는 정신이 더 강해졌다는 오신근 대표. 청소년 쉼터인 ‘빚진자들의 집’에 있는 학생들을 안경점으로 초청해 무료로 안경을 맞춰주고 있다. 겨울엔 따뜻한 파카라도 하나 해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은데,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한다.
그에게 봉사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 하는 마음을 주는 것”이다. 봉사를 10번 하고 3번이라도 보답을 바라면 자신이 먼저 괴롭다고, 무조건적인 사랑과 봉사를 할 때 내 마음도 따뜻해지고 평화로워진다고 그는 강조한다.
“직원들도 제가 이런 일 하는 거 잘 모릅니다. 아마 신문 나오면 다들 놀랄 텐데 걱정입니다(웃음). 저는 기독교든 천주교든 불교든 사람에게 자유와 평화를 주기 위해 봉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정말 작은 봉사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봉사로 안양시가 더욱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취재 오혜교 기자
을지대학교 외래교수이자 안양2동에서 안경점을 하는 오신근 대표는 그야말로 ‘숨은 봉사자’다. 소속된 단체도 없이 남 몰래 내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진심으로 가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그는 봉사를 시작한 뒤에야 비로소 편안하고 마음이 자유로워짐을 느꼈다고 한다.
인재 길러내는 고등학교에 돈 줘야…100만 원 말없이 후원
“젊은 시절 생계를 위한 앞가림이 급급해 봉사를 못 했어요. 뒤늦게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인 거죠.”
오신근 대표는 현재 신성고등학교에 매달 100만 원의 장학금을 쾌척하고 있다. 벌써 5년째다.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해 학생들은 그저 ‘어떤 좋은 분이 장학금을 주신다’고만 알고 있다. 처음 장학금을 줘야겠다고 결심한 뒤 어느 식사자리에서 우연히 신성고 이사장을 만나게 돼 선뜻 제안을 했다.
“아마 이사장님은 ‘몇 달이나 하려나’ 하고 의구심을 가졌을 지도 몰라요. 그런데 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고 싶지 않았거든요. 100만 원은 어쩌면 봉사액수론 적을지 몰라도, 장래의 인재를 길러내는 고등학교에 장학금으로 쓰인다면 가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봉사를 결심하기까지 1년을 고심한 이유가 있다. 그 역시 어려운 환경에서 대학을 나오고 직장생활을 해서 마흔이 넘은 나이에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했다. 적절한 시기에 공부를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흩어질 100만 원이라면 주변에 어려운 친구나 일가친척 중 누군가에게 주기보다 학생들에게 주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신성고를 나온 것도,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학교라고 생각해 선택하게 되었다고.
장학금은 학교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추천해주면 일괄적으로 지원해준다. 얼굴도 모르는 학생을 도와주는 데 감사해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여러 통 받기도 했다. 오신근 대표는 “제가 안경집을 하니까 밝은 세상을 보는 것만큼 배움도 세상을 밝게 바꿔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며 “학생들이 나중에 커서 나처럼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들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학생들 도울 땐 자존심 다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해
주변에 봉사를 하는 사람도, 누군가의 권유도 아닌 자발적 봉사이기에 오신근 대표의 활동이 더욱 뜻 깊은 것 같다. 이유를 묻자 “아마도 매스컴을 통해 봤던 것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내면에 쌓여 어느 날 행동으로 드러난 것 같다”고 머쓱해했다.
혼자서 조용히 봉사하는 이유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고 싶기 때문”이란다. 또한 장학금 후원 봉사의 경우, 이름을 내세운다고 하면 괜히 학생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뒤로 물러난 이유도 있다고.
“한 번은 장학금 주는 학생들을 불러서 삼겹살을 사준 적이 있어요. 제 딴은 많이 먹이고 우리 안경점에서 안경도 하나 해주자는 생각이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제 판단이 틀렸더라고요.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이다보니 자존심도 상하고, 또 괜히 눈치도 보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론 일절 말 안 하고 조용히 후원하기로 했습니다(웃음).”
장학금 후원을 인연으로 신성고 1학년 학생 한 명에게 멘토가 되었다는 오신근 대표는 말 없이 돕는 봉사의 모범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학생에게는 따뜻한 문자 메시지로 격려의 말을, 학생의 부모에게는 계좌로 조용히 후원금을 입금시키는 그는 “학생은 당장은 자신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게 좋다”며 “내가 도와주는 걸 몰라줘서 서운한 마음이 든다면 봉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봉사를 해야 제 마음도 편합니다”
“고등학교를 못 마치면 그 만큼의 공백이, 대학교를 못 마치면 또 안 간 만큼의 공백이 있는 겁니다. 제가 돕는 학생들은 대부분 아버지가 아프시거나 결손 가정 학생인 경우가 많아요. 그들에게 부모가 해줘야 할 나머지 부분을 채워준다면 올바른 어른으로 성숙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봉사로 인한 ‘자기성찰’은 덤이다. 장학금 후원을 시작한 뒤로 봉사의 폭도 넓어지고 올바로 살겠다는 정신이 더 강해졌다는 오신근 대표. 청소년 쉼터인 ‘빚진자들의 집’에 있는 학생들을 안경점으로 초청해 무료로 안경을 맞춰주고 있다. 겨울엔 따뜻한 파카라도 하나 해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은데,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한다.
그에게 봉사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 하는 마음을 주는 것”이다. 봉사를 10번 하고 3번이라도 보답을 바라면 자신이 먼저 괴롭다고, 무조건적인 사랑과 봉사를 할 때 내 마음도 따뜻해지고 평화로워진다고 그는 강조한다.
“직원들도 제가 이런 일 하는 거 잘 모릅니다. 아마 신문 나오면 다들 놀랄 텐데 걱정입니다(웃음). 저는 기독교든 천주교든 불교든 사람에게 자유와 평화를 주기 위해 봉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정말 작은 봉사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봉사로 안양시가 더욱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