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군포노인복지센터 봉사자 한선희 '봉사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꼭 봉사를 받게 되죠'

군포노인복지센터 봉사자 한선희 '봉사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꼭 봉사를 받게 되죠'

by 안양교차로 2013.06.28

"봉사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꼭 봉사를 받게 되죠"
군포노인복지센터 봉사자 한선희 씨
한선희 씨는 군포시 당동에 있는 삼풍빌라에 혼자 살고 있다. 고관절염으로 몸이 불편한 탓에 엄동설한에 커튼도 달지 않은 채 보일러를 좀 더 튼다. 그런 몸으로 군포노인복지센터에 봉사를 한 게 벌써 3년째. "나 혼자만을 위해 사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정부에서 지원받는 돈을 쪼개고 쪼개서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게 삶을 이어가는 데 오히려 삶의 큰 힘이 된단다.
남편 죽은 뒤, 삶에서 남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 얻은 결론
급성 고관절염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2번이나 받은 그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매주 군포노인복지센터를 찾는다.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몸으로 하는 봉사는 못하고, 다리를 주물러주거나 레크레이션 봉사로 웃음을 준다. 왜 그렇게 열심히 봉사를 하는가, 했더니 신앙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젊은 시절, 한 때 사는 게 힘들어서 자살을 생각했었던 그가 건짐을 받았던 건 기독교의 도움 때문이었다.
부산에서 살던 그가 2007년에 군포로 이사를 결심한 과정도 순전히 하나님의 인도 때문이었다. 우연히 군포의 한 복지단체를 통해 봉사를 제의받은 그는 "봉사로 남은 삶을 값지게 사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복지센터로 향하는 발걸음은 사뭇 남달랐다. 사명감을 갖고 본업이라는 생각으로 일주일에 4일을 거의 출근하다시피 봉사를 해왔다.
"그 전엔 봉사라곤 전혀 모르고 살았죠. 남편이 10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나고 나니, 삶에서 무엇이 남았는가,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신앙을 가진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는데, 남을 돕고 기쁘게 해주는 일이 맞더라고요."
3년 가까이 봉사를 가다보니, 이젠 안 오면 섭섭해 하는 어르신들이 꽤 많아졌다. 몸이 아파서 일주일에 이틀만 가는 때엔 "마음이 변한 거냐"면서 대놓고 따지는 사람도 있다고. 비록 병약한 다리를 주물러주고, 마음을 위로하는 게 전부지만 그의 도움을 간절히 기다리는 노인들이 많아졌다면 한선희 씨는 꽤 중요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자살 하려던 중풍환자, 봉사의 손길로 삶의 희망 얻어
"애들이 '그 몸으로 무슨 봉사냐'면서 막 말리죠(웃음). 하지만 봉사하고 나서 생활이 훨씬 활기차졌어요. 물론 육체적으로 힘들고 혼자 살면서 외롭기도 하지만, 누군가 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거죠."
복지센터에 못 갈 때는 스쿠터를 타고 돌면서 집집마다 전도를 하러 다닌다. 주로 자신처럼 형편이 어려운 집들을 찾아가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들어주기도 한다. 그러다 맺게 된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중풍을 앓고 있으면서 아들과 둘이 사는 노인이 있었어요. 불 꺼놓고 우두커니 계시기에, '제가 앞으로 청소를 좀 해드려도 되겠느냐' 했더니 그러라고 하시더군요. 그 이후로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청소를 해주고 있어요. 제가 다리가 아프니 바닥청소만 하는데, 너무 좋아하세요. 속 썩이는 아들 때문에 자살을 생각했던 분이 말 상대가 생겨서 생활에 생기가 도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죠."
그 역시 같은 처지에서 신앙을 만났기 때문에,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다고 한다. 그래도 한선희 씨가 바라는 건 그 이가 신앙을 가지는 일일 텐데, 청소해줄 때는 좋아해도 신앙 얘기만 꺼내면 마음을 꽉 닫아버리니 사람이 얼마나 완강한 존재인가. 하지만 반신불수에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그로선 한선희 씨의 도움이 없다면 생활이 많이 힘들 수밖에 없다.
도움이 필요할 때 가족에게 말 못하는 괴로움…봉사자가 해결해줘
한선희 씨의 다리뼈는 지금 속이 텅 비었다. 다 깎아내었기 때문이다. 뼈를 고정시키기 위해 인공관절로 묶어놓은 상태라고 했다. 그러고도 조만간 또 수술을 해야 한다니, 봉사가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어릴 때부터 건강이 안 좋았다는 그는 "은혜를 몰랐다면 봉사할 생각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만을 위해 사는 삶은 신앙인으로서 옳지 않다는 거예요. 이유 없이, 조건 없이 누군가를 도와주는 삶, 거기서 저 또한 삶의 희망을 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거죠."
그가 봉사를 하면서 느낀 점, 사람은 저마다 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는 것. 청소든, 레크레이션이든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사람에게 우리는 마음 문을 열게 되어 있다는 얘기다. 사랑을 받아서 남에게 주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을 먼저 주면서 받는 사람이 바로 한선희 씨다.
"워낙 깔끔한 성격이라서 틈만 나면 자주 움직여요. 봉사도 가고 교회도 가고…다른 사람이랑 어울리는 일은 피곤하고 돈도 많이 필요하죠(웃음). 그 대신 저는 어려운 사람들끼리 의지하면서 살려고 해요. 얼마 안 되지만 나라에서 받은 도움, 조금씩 나눠서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하고 나눠 사는 것이죠."
나를 돌아보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에게 희망을 갖는 것, 봉사자든, 수혜자든 마찬가지일 테다. 사람은 의존적인 존재기 때문에 일방적인 봉사란 없다. 봉사를 하는 사람은 언젠가 봉사를 받기도 하는 것이다. 한선희 씨도 조만간 수술을 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데 가족한테 말 못하는 일은 정말 괴롭거든요. 어쩌면 전혀 모르는 남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더 서슴없이 할 수 있는지도 몰라요. 저도 수술하고 나면 음식 가져다주시는 분도 있고, 찾아와주시는 분도 있어요. 그러니 나만 봉사한다는 생각은 할 수 없는 거죠."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