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봉사단체 '드림우먼' 송순녀 씨 "주부님들 저랑 봉사해요. 집에서 놀지 마시고"

봉사단체 '드림우먼' 송순녀 씨 "주부님들 저랑 봉사해요. 집에서 놀지 마시고"

by 안양교차로 2013.06.28

자식들을 다 키운 40~50대 주부들은 정확히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취미활동이나 부업을 하는 사람, 아
파서 집에서 살림만 하는 사람, 그리고 봉사를 하는 사람이다. 10년차 봉사자인 송순녀 씨는 이 셋 중에
서 봉사가 가장 보람 있다고 말한다. 자신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이 그 어떤 것보다 큰 보람과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우유영업 해서 용돈이라도 벌자? 봉사가 훨씬 좋지요
남편이 출근하고 덩그러니 집에 남겨진 주부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어디 용돈 벌 만한 일이
없을까?' 자기계발을 통해 제2의 전문직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나 우유
배달 같은 영업직에 뛰어드는게 보통이다. 송순녀 씨는 우유판매직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침에 남편을 출
근시킨 뒤 점심부터 저녁까지 반나절 동안 일을 했던 것. 몸이 약해 일도 오래 못하기도 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일주일에 한 번 쉬는 일, 지인의 제안으로 그 날을 봉사하는 날로 정했다고 한다. 군포시 당동 노인복지
관에서 급식 봉사를 시작했다. 얼떨결에 시작한 일이 동참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늘면서 봉사단까지 만들
었다. 단체이름은 '드림우먼'. 현재 10여 명의 회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여서 봉사를 하고
있다.
"놀면 뭐하겠어요. 그런 생각으로 했는데 이게 하다보니까 중독이 되더라고요. 제가 취미생활도 많이 했
었는데 봉사만큼 즐거운 게 또 없어요."
2006년 이동급식 봉사를 시작하면서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봉사자를 모집했지만 신청하는 이들이 없었단
다. 송순녀 씨는 "요즘은 여가생활로 하는 프로그램이 워낙 많아서"라고 하지만, 급식봉사가 웬만큼 체력
이 안 되면 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 들어서 나도 저 급식 얻어먹게 된다면…
이동급식차량에서 하는 봉사는 좀 복잡한 게 사실이다. 처음엔 매주 수요일마다 군포시 관내를 돌았는데
마땅히 차를 댈 데가 없어서 애를 먹었다고. 그러다 당동의 한 건물에 지하급식소를 만들고 군포중학교에
차를 대면서 비로소 봉사 거점이 마련되었다.
"차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길 건너 급식소에서 배식하려면 번거롭고 피곤하죠. 그래서 차가 있으니 못 가
는 곳이 없죠. 예전에 태안기름유출 사고 때는 급식차를 갖고 한 달 반 동안 봉사하고 왔어요. 그때 참
뿌듯한 걸 많이 느꼈죠."
원래는 반찬배달 봉사도 했었는데 마음 약해서 그만뒀다고 한다. 독거노인들 반찬 갖다 줄 때마다 열악
한 환경에서 사는 모습을 보면 자꾸만 눈물이 난단다. 대여섯 평 남짓한 공간에서 몸만 겨우 누인 어르신
들은 어쩌다 생활이 그토록 황폐해진 것일까.
10년 쯤 봉사를 하니 여기저기서 부르는 곳도 많다. 대개 급식봉사나 반찬배달 같은 어르신 관련 봉사다
.
"제가 느끼는 건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봉사를 하게 되었을 때 저 급식을 얻어먹으면 참 좋겠다는 거예
요. 봉사를 하면 할수록 뭐랄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씩 커진다고 할까요? 지금은 정말 조금도 힘
든 게 없어요."
자기 능력에 맞춘 봉사기회 많아…주저 말고 연락하시라
송순녀 씨의 바람은 앞으로 이동급식 분량이 늘어날 텐데 봉사자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50명 넘게 봉사단을 거쳐 갔지만 힘들어서 그만둔 사람들이 많다고. 꼭 일이 고되다기보다, '봉사 치곤
좀 무리하는 것 같다'고 여기면 손을 놓게 되는 것이다.
"그래요. 사실 웃음치료나 컴퓨터강좌 같은 봉사와 비교했을 때는 좀 보잘 것 없죠. 등급으로 치자면
'C'정도 될까요?(웃음) 그래도 급식봉사에선 사람 손이 꼭 필요하니까. 하기 싫다고 안 할 순 없잖아요."
너무 겁먹지 말고 도전하란다. 설거지라고 다 같은 설거지가 아니다. 애벌 설거지, 두벌 설거지, 그릇
담당 등 단계별로 역할이 다 다르다. 다리가 아프면 앉아서 봉사하고, 체력이 약하면 야채를 다듬고 썰면
된다. 그는 "잔치할 때 보면 그릇을 있는 대로 죄다 쓴다고 하는 것처럼 봉사도 마찬가지"라며 "사람도
능력에 맞춰서 쓰는 거지 일단 봉사하면 다 할 일이 있게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봉사는, 그 어떤 취미프로그램보다 끈끈한 친목효과를 낼 수 있다. 대부분 봉사에 참여하게 되
는 이들이 어떤 특별한 사명감보다는 "집에만 있으면 너무 무료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봉사를 시작한다
. 매주 한 번, 혹은 매월 한 번 정도 봉사할 수 있는 건수는 여전히 많다. 능력껏, 여건 되는대로 봉사하
면 봉사처야 어디든 상관없는 게 아닐까.
"저와 함께 봉사하실 분들은 휴대폰으로 연락하시고요. 다른 봉사를 하고 싶다면 봉사센터나 각 지자체
복지관에 가면 신청을 할 수 있어요. 능력이 되시면 물질로도 후원을 할 수 있죠. 뭐든 내가 주면 손해보
는 것 같지만 준 것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거 잊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