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운동처방사 백종원 씨 "봉사는 중년에 건강 지킬 수 있는 최고 비법입니다"

운동처방사 백종원 씨 "봉사는 중년에 건강 지킬 수 있는 최고 비법입니다"

by 안양교차로 2013.06.28

-운동처방사 백종원 씨 백종원 씨는 운동처방사다. 만안구 관내 103개 경로당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운동 지도를 하는 일이다. 이 일은 그와 8명의 자원봉사자를 주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원봉사의 역할이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처음에 쭈뼛거리며 봉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그는 손수 어르신들을 운동 지도할 수 있는 요령을 가르쳐준다.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현재 안양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운동처방사는 그를 포함해 손에 꼽을 정도. 32살의 미혼 총각이 엄마뻘, 이모뻘 되는 봉사자들과 어르신들에게 운동 지도하는 그의 모습이 무척 궁금하다.
장애인, 노인, 운동선수 등 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라면…
백종원 씨가 운동처방사를 꿈꿨던 건 어린 시절 TV에서 축구경기를 보면서부터다. 쌩쌩하게 달리던 선수가 갑자기 경기장 위에 쓰러지면 들것을 들고 응급처치를 하는 이들이 멋져보였다고. 대학에서 레저스포츠학과를 전공하면서 그는 집중적으로 운동생리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석사과정까지 취득한 그는 병원에서 꿈에 그리던 운동처방사가 되었다. 그가 운동처방을 통해 도왔던 한 대학선수가 실제 TV경기에 출전하는 모습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이후 서울의 한 재활센터에서 장애인과 일반 선수들의 운동처방 책임자로 일하던 그는 1년 전 지금의 만안구노인보건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일을 시작하면서 다짐한 게 대상을 가리지 않고 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누구든지 운동처방을 해주겠다는 거였어요. 처음에 선수들을 했고 이후 장애인, 지금 노인 분들을 맡고 있으니 두루 경험을 쌓은 셈이죠."
하지만 그 역시 이 일이 봉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현재 매년 센터에서 진행하는 건강 경로당 사업은 자원봉사자와 그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혼자서 관내 모든 경로당의 어르신들에게 건강지도를 할 수 없으니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절실한 일. 대개 40~50대 주부들 위주인 봉사자들을 교육하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았지만 백종원 씨는 오히려 봉사자에게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보건센터는 공공의 운동처방 역할…수익성 안 따지고 어르신 챙겨
"제가 센터에 오기 전엔 봉사자들의 개인적인 스타일과 센터의 방침이 꼭 맞아떨어지지 않았어요. 예를 들면, 어떤 경로당에선 레크레이션을 좋아하고, 다른 경로당에선 근력운동을 좋아하는데 일률적으로 한 가지만 강요하면 어르신들 반응이 없죠. 그런데 자원봉사자분들은 따로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나름대로 레크레이션을 응용해 유동적으로 봉사를 하시더라고요. 그걸 토대로 운동지도 방침을 약간 바꿨더니 경로당에서도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어르신들에게는 낙상 예방 차원에서 스트레칭이나 밴드를 이용한 운동법 등을 가르쳐준다. 기본적인 운동지식이기 때문에 봉사자들도 10주간의 교육만 받으면 곧바로 봉사에 투입될 수 있다. 꼭 봉사의 개념이라기보다 어르신들과 함께 운동으로 몸을 풀며 즐기는 시간인 셈이다. 가끔 봉사자 개인의 스케줄로 인해 인력 공백이 생기면 그가 직접 어르신들을 지도하기도 한다.
"어르신들은 득과 실을 안 따져요. 병원에서는 돈 때문에 시간을 더 해주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센터에서 하는 공공사업은 수익성 위주가 아니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더 직접적으로 운동처방을 받을 수 있죠. 늘 손자처럼 대해주시기 때문에 저도 가족 같은 마음으로 봉사자들과 운동처방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백종원 씨는 일을 하면서 봉사자들의 힘을 크게 느꼈다고 한다. 봉사자 없이는 일 자체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그에겐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라는 것. 그는 봉사자들이 시간에 대한 압박 없이 자유롭게 봉사할 수 있도록 센터의 방침을 바꾸기도 했다. 봉사를 원하는 이들은 교육을 거친 뒤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경로당으로 연결되고, 시간도 봉사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서 운동처방팀이 꾸려진다. 봉사자를 무척 귀하게 대접해주는 셈이다.
"어르신들 운동지도 봉사하실래요? 학력?경력?기술 전혀 필요없어요"
"운동처방사는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물론 제 또래 친구들을 보면 사업하면서 돈 잘 버는 친구들도 있죠. 워낙 세태가 물질을 ○○○는 시대다 보니…. 아마 일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으면 운동처방사 일을 못했을 거예요."
봉사활동 경험이 없던 백종원 씨는 일을 통해 직접적으로 봉사를 지원하는 셈이 됐다. 미혼인데다 확고하게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직업도 아닌데 그는 조바심 같은 건 없어 보인다. 안양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운동처방사가 거의 없다면서, 자신이 관내에서 첫 번째 운동처방사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환하게 웃는 백종원 씨.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운동처방사의 존재를 몰라주는 것 같아 좀 서운한 면도 있단다. 운동처방사는 일반인들의 생활체육을 지도하는 역할과 환자들의 재활치료를 돕는 두 가지 특성이 때문에 정부의 소관 부처도 중복된다고. 하지만 운동처방사는 질병을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두는 매우 소중한 직업이다. 그는 "고혈압으로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알맞은 운동을 지도하는 게 내 역할"이라며 "꼭 필요한 직업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만안구노인보건센터에서 일하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2011년 그의 바람은 무척 단순하다. 현재 5명인 봉사자들의 숫자가 좀 더 늘어나는 것. 저마다 사정이 있기 때문에 인력을 늘 풀가동할 수 없는 실정이다. 관내 경로당이 100개가 넘다보니 인원이 보충돼야만 서비스 범위가 훨씬 넓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운동처방사답게 백종원 씨는 인터뷰 말미에 안양시민들을 위한 건강 운동법을 소개했다. 그는 "누구나 알지만 실천은 어려운데, 하루에 적당한 시간을 정해 열심히 걷는 게 최고"라며 "옆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숨이 약간 찰 정도가 운동 능력이 50~50%를 발휘해 적정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좋은 건 딱 봉사를 하시는 겁니다(웃음). 일주일에 1시간만 투자하시면 현재 거주하는 집과 가까운 경로당을 소개해드려요. 거기서 어르신들과 함께 운동지도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몸이 건강해지고, 봉사의 기쁨도 얻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문도 언제나 열려 있고요. 2011년 새해엔 봉사로 시작하시는 게 어떨까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