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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동화놀이터 은춘원 씨 "아이 좋아한다면 동화구연으로 봉사 어때요?"

안양동화놀이터 은춘원 씨 "아이 좋아한다면 동화구연으로 봉사 어때요?"

by 안양교차로 2013.06.28

"아이 좋아한다면 동화구연으로 봉사 어때요?"
안양동화놀이터 은춘원 씨
여성의 몸으로 육십이 넘은 나이에 봉사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을 하기도 고될뿐더러 할 수 있는 일 자체도 많지 않다. 은춘원 씨가 택한 건 동화구연이다. 그는 현재 안양동화놀이터 회장이면서 '일삼세대동화마당'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관내 복지관이나 어린이도서관에서 동화구연 봉사를 하고 있다. "아이들을 상대로 봉사하면 젊어지고 행복해진다"고, 그래서 은춘원 씨가 그렇게 젊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등단 꿈 못 이뤘지만 아이들 만나 행복해"
성균관대 문과를 졸업한 은춘원 씨는 원래 작가가 꿈이었다. 하지만 당시 사서삼경 같은 걸 배우면서 쩔쩔 맬 정도로 공부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먼저 은행에서 일하던 언니가 그런 그에게 은행 입사를 권했다. 뭣 모르고 들어간 은행, 4년을 일하고 나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이후로는 평범한 여느 주부들의 삶과 같다. 애들 기르고 남편 뒷바라지 하면서 오랜 세월을 보냈다.
서울에 살던 그는 안양으로 이사를 온 뒤로 아이들을 앞세워 젊은 엄마들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시청 문화교실에서 공부하면서 우연히 안양여성문학회에 들게 됐다. "이제는 정말 멋들어진 글 한 편 써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등단의 길은 멀고 험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동화구연에 대해 듣게 된 은춘원 씨. 문학회에선 수필을 쓰고 나름의 활동을 왕성하게 했지만 창작의 고통이 컸던 반면 동화구연은 처음부터 강한 흥미를 끌었다.
"너무 즐거워서 아예 안양동화놀이터라는 단체를 만들게 된 거예요. 지금은 30명의 회원들이 활동하면서 동화구연, 마술 같이 동화를 접목한 놀이 활동으로 봉사를 하고 있죠."
동화구연이라고 우습게 볼 수 없는 게 벌써 7년이나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에서 약간의 보조금을 받긴 하지만 회원들 회비 걷어 운영되는 민간단체가 명맥을 잇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터. 은춘원 씨는 "평균연령이 50~60대 회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아이들 만나는 일을 무척 즐기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극, 마술 등 다채로운 공연 펼쳐…아이들 동화구연 보고 눈빛 달라져
평촌어린이도서관에서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동화구연은 인근 유치원과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무척 인기다. 1시간가량의 짤막한 공연이지만 면면이 무척 알차다. 동화구연과 마술 등 20명이 역할 분담을 통해 다채로운 놀이 활동을 선보이는 것. 요즘 아이들, 시시한 옛날 얘기에 귀 기울일까 싶지만 반응이 폭발적이란다.
"처음엔 다들 표정이 뚱하죠. 그러다 동화구연이 시작되면 조금씩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하고 나중에 손잡고 기차놀이 할 때쯤엔 눈을 반짝이면서 달라붙어요. 맞벌이 부부 가정 아이들은 특히 컴퓨터와 TV에 길들여졌지 알고 보면 사랑이 부족한 거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거죠."
일삼세대동화마당에서는 관내 어린이집을 찾아다니면서 동화구연 봉사를 다닌다. 단순히 아이들만 찾아가는 게 아니라 장애인복지관이나 노인요양원 등지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를 하기도 한다. 매년 봄, 가을엔 동화구연 대회가 열린다. 올해가 벌써 5회째. 어른과 어린이들이 어울려 동화구연을 펼치기도 하고 즐겁게 동화를 듣기도 하는 것이다. 평범한 봉사 같지만, 안양에서 동화구연에 관해선 은춘원 씨의 역할은 꽤 크다고 볼 수 있다.
"힘든 점이요? 솔직히 재료비가 좀 많이 들어요. 요새는 재료값이 만만치 않아서…. 가면 같은 건 손으로 일일이 다 만드는 거라서 한 번 공연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꽤 많이 투자되죠. 그래도 행복하고 즐거워요. 가끔 도서관에 엄마들이 애들 데리고 오거든요? 그럼 신기한 게 아이들은 억지로 끌려와서 있는 것 같아도 어느새 내용을 다 외우고 있어요. 그러면 엄마들이나 동화구연 하는 저도 깜짝 놀라곤 하죠."
6개월 배우면 봉사 가능, "아이들 좋아한다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안양동화놀이터에 입회 자격 같은 건 없다. 그냥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은춘원 씨는 나이가 들었지만 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 혹은 적적하게 홀로 있으면서 친구를 찾는 중장년들이라면 봉사를 매개로 함께 활동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화구연을 하면 좋은 점이요? 일단 아이들 얼굴을 쳐다보면 마음을 읽을 수 있고요. 아무 뜻 없이 주고받는 게 즐겁고 보람 있는 거죠(웃음)."
동화구연이 대단한 것 같아도 어떻게 보면 그냥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 들려주는 거란다. 차이가 있다면 단조롭게 책 읽어주는 게 아닌, 이야기 속 캐릭터를 살려내 실감 나게 전달하는 능력이다. 은춘원 씨는 6개월만 배우면 아이들 앞에서 자유자재로 동화구연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쌓인다고 말했다. "애들이 좋아하는 목소리 톤은 '솔'이예요 솔. 예를 들면 '그랬는데'가 아니라 '그래앴는데에~' 이렇게 흉내를 내야하죠. 하지만 전혀 어렵지 않아요."
봉사 내용은 달라도 사람은 다 비슷한 것 같다. 그 역시 봉사하는 걸 주변 사람들에 잘 내비치지 않는 편이다. 가족들에게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책상 위에 올려둔 동화구연 재료 때문에 들켰다. 동화구연은 엄마가 참여하면 아이들 교육에도 좋다. 엄마가 아기 손잡고 와서 배웠다가 아빠를 초대해서 동화구연을 한다면 온가족이 행복해지는 계기가 된다.
오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은춘원 씨는 색다른 공연을 준비 중이다. 매년 하는 공연이지만 올해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두고 다채로운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고. 동화구연이 정말 궁금하다면 안양어린이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 거기에 안양동화놀이터 사무실이 있다.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