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동호회이야기

대한적십자사 희망나눔봉사센터 / 나눔의 등불을 밝히다

대한적십자사 희망나눔봉사센터 / 나눔의 등불을 밝히다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이승복 회장대한적십자사 소속 희망나눔봉사센터는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반찬을 만들어 집까지 배달해주는 가하면, 세탁을 대신해 주고, 다문화가정에 생활필수품을 전달하고, 김장이나 송편 등 전통음식을 만드는 방법도 알려준다. 이외에도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 배넷저고리도 만들어 전달한다. 중앙봉사관은 안양과 군포 의왕 과천 등 4개 지구를 관할하며, 경기중앙지역본부는 안양 지역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곳의 이승복 회장을 만나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보았다.
문의 : 031-459-6410

이승복 회장은 지난 97년부터 적십자에 적을 두기 시작해 벌써 16년차다. 그의 가슴팍에는 13,000시간을 자원봉사 했다는 증명으로 유공훈장이 붙어 있었다. “처음에는 봉사의 묘미를 잘 몰랐죠. 지인을 통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어요.”라고 입을 뗀 그는, 이어 “만안여성회관에서 반찬 세 네 가지를 만들어 소외된 이들에게 전달하는 행사를 진행한 것이 시작이었죠.”라고 밝혔다. 이 반찬사업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안양 관내 82세대를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마다 반찬을 조리해 전달한다. 대상자는 65세 이상부터 해당이지만 보통 칠순부터 팔순까지 혼자 생활하는 어르신들이다. “요양보호사들이 이분들을 찾아가시긴 하지만 매일 가시는 게 아니라서 어려움이 많으세요. 식사 준비하는 것도 버거우신 분들도 많구요.”
무엇이 봉사를 지속하게 하는 힘일까. 그는 반찬 봉사 중 겪었던 일을 예로 들었다.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들고 가면 정말 좋아하시죠.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나중에는 저희가 찾아갈 시간 때쯤에 이미 집밖으로 나와서 서성이고 계세요. 저희를 기다려주신 걸 보면 마음이 찡하죠.” 어떤 이들은 야쿠르트나 카스까지 건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넉넉지 않은 경제사정과 살림살이를 훤히 아는 입장에서는 그런 어르신이 건네는 음료에 담긴 사연이 익히 짐작이 되고, 고마움에 물든다. 그렇게 깊은 소통과 진한 정을 알면서 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다고 이 회장은 밝혔다. “저희가 드리는 반찬이 푸짐한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밖에 가져다 드리질 못해요. 그에 비해 그분들이 저희에게 나눠주시는 건 두 배 세배에 달하죠.”
배넷저고리와 빵굼터로 정성을 보내다
이외에도 이곳에서는 배넷저고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다문화나 저소득층 가정에 전달된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기쁨이야 무엇에 비하겠냐만, 어떤 가정은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아 그 기쁨을 누릴 시간조차 없이 생활에 쫓겨야 할 때가 있죠. 그런 이들을 위해 저희가 배넷저고리를 전달하며 기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드립니다. 이런 작업은 빵굼터사업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부터 이들은 국제유통단지에 위치한 적십자사 본부에 빵굼터를 꾸몄다. 봉사를 쉽게 접할 기회도 여유도 없는 일반인을 위해 꾸며진 것으로, 가족 친지, 아이들, 회사동료와 함께 이곳을 찾아 빵을 만들어 소외된 이들에게 전달하면 된다. 대상을 센터를 찾은 사람이 직접 정할 수도 있고, 센터를 통해 전달도 가능하다. 이미 올해 들어 15번 넘게 시민들이 찾았다. 빵을 만들 재료비와 만드는 법을 지도할 강사비를 합쳐 일인 당 2만원이고 3-4시간 정도 소요되니 부담 없이 임할 수 있어 좋다. 봉사활동에 만드는 기쁨이 추가되었다는 점이 장점이다. 최근에는 청소년복지관이나 아동 보호소에 머핀, 소보루와 번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을 만들어 전달했다.
10년을 한결같이
이들의 뒤에는 후원자의 힘이 있다. 이 회장은 “10년 동안 꾸준히 후원하는 분들 들어보셨나요?”라며 입을 열었다. 직접 봉사 현장에 나설 사정이 되지 않는 직장인들 중에는 후원으로 이를 대신하는 이들이 있다. 이중에는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10년 넘게 후원을 지속하는 일들도 있다. “직장을 다니니 이런 거라도 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시작한 분들이죠.”라고 그들을 언급한 이 회장은 이어 “그분들에게서 들은 것 중 가장 인상적인 말이 있어요. 내가 생활할 걸 다 한 다음에 여유가 생긴 다음 후원하려고 하면 절대로 못한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매달 미리 후원금을 떼어놓고 시작해야 가능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라고 밝혔다. 여유가 생기면,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아지면 하겠다는 이들에게 자극이 될 내용이었다. 지속적인 후원을 한 이들은 고위직이나 간부도 아니고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젊은 사람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 건강한 사람부터 몸이 좋지 않아서 투석을 하고 있는 사람까지 연령대와 경제적 상황과 개인적인 사정도 각각 달랐지만 그들의 마음은 하나였다. 이 회장은 이들 중에는 안양1번가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이도 있는데, 그 역시 반찬으로 쓰일 닭을 10년 이상 이곳에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50마리를 주셨는데, 저희가 사업이 확장되면서 닭이 부족해졌어요. 그런데 저희는 그에 대해 언급도 안 했는데 어찌 아셨는지.. 필요한 양이 늘어날 때마다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시더군요.” 라며 이 회장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 작고한 미국의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는 인간의 의식을 17단계로 분류하고 그 중 자발성, 포용, 사랑, 평화 등을 상위에 배치했다. 나눔을 지속하면 봉사자 자신과 상대방에게 기쁨과 사랑을 알려준다. 봉사를 지속한 이들의 얼굴이 한없이 밝고 눈부셔 보이는 것은 그래서일까. 묵묵히 봉사를 하며 자아를 발견하고 세상에도 밝은 빛을 전달해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자리를 맺었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