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동호회이야기

만안청소년운영위원회 / 자발적으로, 평등하게.. 청소년이 나서다

만안청소년운영위원회 / 자발적으로, 평등하게.. 청소년이 나서다

by 안양교차로 2013.07.15

학교 가기가 두려운 아이들이 있다. 교내의 학교 폭력과 왕따 피해 때문이다. 청소년의 집단 따돌림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되었지만, 교육 당국과 경찰의 강력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법이 보이지는 않는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따돌림이라는 정신적인 폭력에 노출되어있는 아이들을 위해 캠페인을 한 단체가 있다. 만안청소년문화의 집을 기반으로 하는 (031-443-5774)가 그곳이다.
오미경 청소년지도사(010-8994-2524)
(약칭 ‘청운위’)는 이름 그대로 청소년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단체다. 오미경 청소년지도사의 조언을 참고하되, 모든 회의와 그에 따른 결정, 행사의 진행은 청소년들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올해 고3이 되는 박철원 학생은 “현재 19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출신학교는 제각각 다릅니다.”라며 입을 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4번 정도 캠페인을 했다. 자료조사를 한 뒤 행사를 진행하고, 모든 행사가 끝난 뒤에는 자체 평가도 한다. 연간 계획을 잡을 때는 전국에 존재하는 청소년운영위원회와 교류를 통해 영감을 얻는다. 송년에는 반제품 시계를 완성해서 보육원에 가져다주기도 했다. 다양한 행사의 힘은 회의에 있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큰 틀을 다 같이 짠 뒤 활동에 나선다. 박 학생은 “의견교환이나 투표를 할 때 조율을 많이 합니다. 각자 의견이 다르니까요. 회의내용을 정리한 뒤 토의를 해서 결론을 내리죠.”라면서, 민주적인 의견교환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을 전했다. 또한 활동을 마감한 뒤의 자체 평가에 대해서는 “준비하는 동안 겪었던 시행착오라던가,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면서 다음번에는 반드시 해결할 수 있도록 다짐합니다.”라고 전했다. 발견한 문제점을 다음번에는 해결했느냐고 묻자 “항상 해결했어요.”라면서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안양 1번가에서 왕따 방지 캠페인을 벌여
작년에 위원장을 맡았던 오지수 학생은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다. 작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이제 2년차다. 오 학생은 “작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행사는 왕따를 방지하자는 캠페인이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단순한 행사로는 이목을 끌 수 없다고 판단, 지나가는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슬러시를 판매하거나 퀴즈 행사를 진행했다. “안양 젊음의 축제, 안양 1번가 같은 역세권에서 캠페인을 벌였죠.”라고 오 학생은 언급했다. 이들은 군포시 등 다른 지역과 연합하여 캠페인을 진행했다. 행사의 주된 내용은 왕따에 주도적으로 가담하는 가해자보다, 이를 방관하는 이들이 더 나쁘다며, 주변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를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내용. 가해자만이 문제가 아니라 방관자가 문제라는, 이전보다 발전한 시각이다. 이들의 기획은 여성가족부에 선정되어 보조금을 받기도 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뉴스가 많았잖아요. 사회적으로 난리가 났지만, 학교폭력과 왕따에 대해 이렇다할 해법은 나오지 않았죠. 저희는 왕따를 직접 목격했을 때 도망가거나. 방관하지 말고 친구를 도와줘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라고 오 학생은 밝혔다. 이들은 학교폭력근절을 위한 상담전화 117에 대해서 알지 못해 피해를 키우는 학생들이 많다며, 이에대한 홍보도 시급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외에도 정지 플래시몹 행사도 벌였다. 플래시몹이란 특정 시각 특정 장소에 모여 짧은 시간 안에 군중이 일제히 행동을 함께한 뒤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뜻한다. 정지 플래시몹은 얼음땡과 유사한 형태로, 정지해 있는 사람을 누군가가 건드려주면 움직일 수 있는 형태였다. 왕따 피해자에게 손을 내밀어주면 상황을 극복할 힘을 얻을 수 있으며 심지어는 상황을 해결할 수도 있다는 데서 착안한 행사였다. 오 학생은 “많은 시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어요. 어떤 할아버지는 정말 의미 있는 행사라며 웃음을 보여주셔서 힘이 났죠.”라면서 행사를 진행한 보람을 전하며 뿌듯해했다.
친밀감과 평등함으로 하나가 되다
이들의 최대 무기는 친밀감이다. 각자 학년은 다르지만 회의할 때는 나이를 따지지 않고 평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내놓고, 조율한다. 오 학생은 작년에 위원장을 맡았을 때, 자신의 나이가 회원들의 나이를 합산했을 때 중간에 있어서 이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사실 동생들은 언니 오빠들에게 의견을 내 놓기 어려워하는 면이 있어요. 각자 자유롭게 의견교환을 하는 데는 걸림돌이죠. 제가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적은 것도 아니다 보니, 그런 점에서 아이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데 효과적이었어요.”라고 오 학생은 밝히면서, 의견을 조율하며 얻은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제 꿈은 드라마PD에요. 작업을 총괄하려면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야 하죠. 이런 건 책으로도 배울 수 없죠.”라며 웃음지은 그녀는, 무엇보다 자신에게 많은 변화가 생긴 것이 활동의 장점이라고 전했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