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동호회이야기

부림배드민턴클럽 / 합리적으로, 자율적으로

부림배드민턴클럽 / 합리적으로, 자율적으로

by 안양교차로 2013.06.30

“셔틀콕은 무게가 5g밖에 안 됩니다. 라켓도 80g정도죠. 가벼운 공과 라켓으로 속도를 내는 순간의 운동입니다.” 스트로크, 스매싱 등의 역동적인 기술을 사용하다 보면 금세 온 몸이 땀에 젖는다. 코트 안에는 스릴이 터질듯 가득 차고, 경쾌한 속도에 온 몸이 상쾌해진다. 상대의 움직임을 눈빛으로 읽고, 반사적으로 기술을 구사하는 순간도 짜릿하다. 배드민턴 클럽 ‘부림’을 대표하는 최영길 회장은 “본인이 연마한 기술이 통해서 득점할 때 쾌감이 느껴지죠.”라면서, 그래서 배드민턴은 ‘한 번 빠지면 못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자율적인 운영을 지향
부림배드민턴클럽은 15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창단한 지 1년 5개월째다. 지금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궁금해졌다. 최 회장은 "사람들이란, 경험해 보지 않은 것에 꼭 미련을 가진다."고 입을 열었다. 머리로 예측하고 계산한 것은, 직접 해 본 것만 못하다. 그래서 고 정주영 회장은 '책임자, 해 봤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최 회장 역시, 예상하고 전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경험해 봐야 마음 깊이 납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려고 한다.”면서, 회원들의 의지를 반영하여 동호회의 운영방침을 결정한 과정을 설명했다. 처음에 부림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 초보자 전용 코트를 운용했다. 이후 배드민턴을 잘 치는 회원을 위한 코트도 별도로 만들었다. 그런데 각각의 전용 코트를 실제로 겪어보고 나니 통합해서 운영해도 무리가 없겠다며 회원들의 중지가 모아졌다. 현재는 전용, 비전용의 구분 없이 6개의 코트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부터 전용 코트는 안 된다고 막았다면, 회원들 개개인이 동호회의 운영 방식에 비협조적이었을 겁니다. 직접 시도해 볼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회원들이 실제로 어떤 방식을 체험해 보고 어느 쪽이 좋은지를 선택하면 되는 거니까요"라고 밝혔다. 분쟁은 어느 방식이 좋은지에 대한 생각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마찰에 돋보기를 대고 들여다보면, 실제로 무슨 사건이 일어난 경우는 별로 없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취향과 추측 때문에 다툼이 일어난다. 하지만 직접 자신들의 의견을 현실에 이식해 보면서 시행착오를 거치면, 오히려 회원들 간의 감정싸움이 줄어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어차피 우리 아이들이다, 이기적으로 운동하지 말자
“아이들이 농구, 배구를 하는 실내체육관을 깨끗하게, 곱게 사용하고 시설유지에도 신경을 써야죠.”라고 최 회장은 전했다. 부림은 주중에는 5시부터 7시 넘어 까지, 주말인 일요일에는 오후 2:30분부터 7시까지 부림중학교 체육관에도 운동을 해 왔다. 최근에 체육관의 바닥을 7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샌딩했다. 스탠드 쪽의 깨진 천장도 교체했다. “저희는 운동에만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용 시설을 개선하면 저희도 좋고, 아이들도 더 쾌적하게 운동할 수 있지 않습니까. 어차피 우리 아이들이니까요.”라면서 최 회장은 사회통합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들은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체육관 청소를 담당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7-8명이 한 조가 되어 코트를 밀대로 닦아내고 사용한 시설들을 깨끗하게 한 뒤 돌아간다. “청소를 확실히 하면 모두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죠. 화장실도 청소합니다. 아이들이 청소하면 얼마나 깨끗하게 하겠어요. 그래도 어른들이 청소하면 훨씬 낫죠.”라고 최 회장은 밝혔다.
이때도 회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한다. 매주 청소를 하는 7-8명 중에서 대표자를 뽑고, 이들이 청소당번들에게 연락을 하여 자율적으로 청소를 실시한다. 이때 참석인원이 적으면, 청소시간이 많이 걸리고 청소상태가 좋지 못하다. 이런 과정을 몇 차례 겪은 이들은 회원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된다. 또한 다른 회원이 맡은 바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대책도 스스로 내놓는다. “처음부터 누군가가 정해주는 것 보다, 이런 방식이 회원들의 의견을 훨씬 잘 반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각 회원들이 자연스럽게 차기 임원진으로 성장하는 장점도 있다.
신생 ‘명품’ 동호회
조직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최 회장에게 경력에 대해 물어보자 그는 자신이 조직체를 이끌어 본 경험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전에는 안양시 청준장년부를 2년간 운영했습니다. 20-40대까지 안양 단위클럽의 남녀 회원을 모아서 운동하는 곳이죠.” 이곳은 그가 운영하면서 더욱 활성화되어, 회원 수가 60명에서 200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그는 단 시간 내에 체계적인 동호회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회원과 임원진들의 노력과 협조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저희 클럽 회원들은 기본적인 마인드가 좋습니다. 10만원씩 찬조하라면 보통 반대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충분히 납득해 주셨습니다.” 이 찬조금 덕분에 부림의 1년 살림이 충실히 돌아간다. 일 년에 한 번씩 자체 대회를 열고, 경조사를 챙기며, 다른 클럽에 축하금을 건넨다. 일 년 체육관 사용료도 지불한다. 체육관 바닥 샌딩 작업을 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20,30년이 된 클럽도 좋은 점이 많다. 하지만 클럽회원 간에 오고가는 말들이 아름답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클럽이라면, 신생이어도 ‘명품’이지 않겠느냐”라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