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동호회이야기

호계2동주민센터 통기타반 / 마음을 비우고 퉁기는 기타

호계2동주민센터 통기타반 / 마음을 비우고 퉁기는 기타

by 안양교차로 2013.06.30

바야흐로 복고의 열풍이다. 그 중에서도 통기타, 디스코로 대표되는 7,80년대 복고가 인상적이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 세시봉 가수들의 노래와 이야기가 2010년 추석 때 TV에 나와 폭발적 반응을 얻었고, ‘세시봉 친구들’ 순회공연은 매진 사례를 이어갔다.
버스커버스커는 아날로그 정서로 돌풍을 일으켜, 이제는 복고 문화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그들의 노래를 이끄는 악기는 통기타다. 호계2동주민센터 통기타반을 찾아가보았다. 연습실을 가득 메운 회원들은 진지한 표정이었다. 이들과 친목을 다지고 있는 구정옥 반장은 “저희 회원들은 출석률이 아주 좋습니다. 연습을 빠지는 분이 별로 없어요. 몇 명은 가정에 일이 있다던가, 급한 일정 때문에 빠질 법도 한데 말이죠.”라면서 회원들의 성실성을 언급했다. 이어 “저희를 가르쳐주시는 이미연 선생님은 고등학교 때부터 기타를 연주하셨다고 해요. 저는 겨우 1년 2개월째 기타를 만지고 있으니 배울 것이 무궁무진하죠.”라면서 미소 지었다. 이곳의 회원들의 직업은 다양했다. 풍물, 탁구, 플롯 강사부터 자영업자, 기자까지. “연습이 낮에 이루어지니까 아무래도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분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라고 구정옥 반장은 전했다.
동호회가 결성된 당시나 지금의 분위기는 어떨까. 구 반장은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죠. 지금은 서로 잘 알고, 배려하는 가족적인 분위기에요. 20명 정도의 멤버가 첫 수업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왔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신입회원분이 오셨을 땐 환영회를 열어요. 기존 회원들끼리만 친하면 소외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 챙겨주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라면서 새로 온 회원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계2동주민센터 통기타반은 ‘통기타 칼립소’라는 동호회의 분과다. 구 반장은 “칼립소 동호회분들 중에서는, 기타가 인생이 되는 분들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칼립소 멤버의 일부는 50대 초반으로 기타가 매우 능숙한데, 이 때문에 진정 삶을 즐기게 되었다고 한다. 이어서 구 반장은 “연주에 전념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건, 우울증과 치매 예방에도 좋아요. 칼립소 멤버 중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던 분도 있었어요. 산후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아이를 맡기고 기타를 배우면서 단시간에 증상을 극복했죠.”라고 기타 연주의 장점을 덧붙여 전했다.
3개월에 10곡을 연습하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을 쌓는다
지속하는 사람도 있지만 도중에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 구 반장은 “쉽게 생각하고 들어 왔다가 포기를 하고 가시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하지만 노력한 만큼 연주는 보답을 합니다. 그래서 ‘아, 이제 그만해야 하나’라고 고민하는 고비를 넘기고 기타연주를 계속하는 분들은 끊지를 못해요.”라면서 한 번 제대로 기타 연주의 재미를 배운 다음에는 지속하게 될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다. 이어 실력을 키우려고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먼저 기타를 즐겨야 한다고 밝혔다. 구 반장은 “저희는 3개월에 10곡을 연습해요. 시간이 지나서 예전 곡을 연주해보면, 그 곡을 연주했던 것도 아닌데 절로 완성이 되어 있어요. 자기도 모르게 실력이 좋아진 거죠. 한 곡만 연습하면 금방 싫증이 나니까, 연습하는 곡을 계속 바꿉니다. 그러니 연습 자체에도 흥미가 떨어지지 않고, 성취감도 있죠.”라고 전했다. 제대로 연주하겠다며 괴로워하다보면 연습하기가 싫어지며, 오히려 편한 마음으로 여러 곡을 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구 반장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연습하면 오히려 힘만 듭니다. 처음에는 소리가 안 나는 게 당연해요. 저희 이미연 선생님이 항상 강조하시는 말이에요. 안 된다고 포기할 필요가 없어요. 처음에는 잘 안되는 게 정상이다. 내년을 기약하면서 연습하라고요.”라고 덧붙이면서 웃었다.
포기가 오히려 약이 된다.
여러 곡과 마주하다보면 어떤 곡은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을 터. 그에 대해 물어보니 구 반장은 때로는 포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다. “어떤 곡은 나에게 잘 맞고 흥이 나지만, 어떤 곡은 손대기조차 싫을 수가 있어요. 노래도 나와 맞는 게 있습니다. 저는 ‘뭉게구름’은 포기했어요. 나에게 맞는 곡만 내 걸로, 내 스타일로 만들면 되요. 억지로 맞춰 보려고, 붙잡으려고 해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 곡은 끝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사람의 인연과 비슷하죠.”라고 구 반장은 밝히면서, “연습하다 보면 제대로 된 주법을 본인이 깨닫게 됩니다. 스스로 깨우치는 재미는 누군가가 일일이 알려준 것보다 더한 성취감을 줍니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를 푸는 것은 자신이며, 정답을 알아내는 것도 자신 안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