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동호회이야기

현사랑 / 학구적인 사람들의 기타 선율

현사랑 / 학구적인 사람들의 기타 선율

by 안양교차로 2013.06.30

햇빛이 강해서 10분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오전 11시. 만안구 만안여성회관에는 벌써 20여명이 기타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짐 없이 움직여도 더운 날에, 커다란 기타까지 메고 이곳까지 찾아오게 하는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하자.
http://cafe.daum.net/2008-hyun/ 이은아 회장 010-8214-9245
현사랑의 이은아 회장은 “저희는 클래식을 포함하여 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합주를 시도하는 기타 동호회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현사랑은 2006년에 창단해서 지금까지 총 4회의 정기연주회를 열었으며, 동안여성회관이나 안양시의 시상식 등 굵직한 행사에 참가해 이름을 빛내왔다. 회원들은 가정주부, 학원 강사, 보험설계사, 세무 및 법 관련 종사자, 미용사, 마트직원, 음반을 낸 가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이 회장은 “저희는 동아리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친목 위주의 단체는 아니에요.”라고 말하면서 미소 지었다. 대충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동아리의 태생적 한계, 즉 일정 수준이 지나면 취미 자체에 대한 열정보다는 친목이 우선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 이들은 어떤 대처를 하고 있을까.
“저희는 밤 10시 이후에 음향과 장소를 제공받아서 연습하곤 합니다. 각자 생업들이 있으니, 합주할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때가 많거든요. 오늘처럼 토요일에 모일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평일 밤늦게라도 모여서 연습을 하죠. 물론, 평일에 집에서 각자 자신만의 연습도 꾸준히 하구요.”
연습을 위해 모이는 것과 달리, 친목을 목적으로 모이는 일은 훨씬 적었다. 이 회장은 “야유회는 몇 번 갔지만, 수다 번개 한 번을 안 했어요. 이번에 단양으로 엠티를 가기로 했는데, 창단 이후 처음입니다.”라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어떤 회원들은 현사랑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가기도 했다. “저희의 취지가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녀는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가입 후 몇 번 모임에 참석하다 보이지 않게 된 회원만 해도 백 명이 넘을 겁니다.” 결국 비바람을 거치고 난 뒤, 속 깊고 학구적인 사람들이 선율의 맥을 이어갔다. 이들의 노력은 100회가 넘는 공연으로 이어졌다.
기타는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다.
이들은 안양문화예술재단과 지인들의 후원으로 매년 5월경에 정기 연주회를 하고 있다. 시청 여성의 날 시상식 초청 공연부터 안양시민신문 창간 기념식 축하공연 등의 굵직한 공연들로 벌써 100여회의 공연을 해왔지만, 이 회장은 “아직도 무대 위에 올라가는 것이 두렵습니다.” 라는 겸손의 말을 덧붙였다. 무대 연출의 자세한 과정에 대해 이 회장은, “프로그램 기획이나 순서 정하기를 위해서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죠. 저희를 가르쳐주시는 이희순 선생님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계십니다.”라며, “기타 줄과 마이크 줄이 엮이지 않도록 배치하고, 올라간 사람들의 동선이 복잡해지지 않도록 구성하는 일을 해 주십니다.”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창단 때부터 연습을 시작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늘 연주회의 첫 곡으로 연주되는 특색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이 곡은 창단 당시에는 연주하지 못했지만, 창단한 지 6년이 되어 가는 지금은 상당히 능숙한 연주가 가능하게 되었어요.”라면서, “연주회를 구성하는 다른 곡들은 달라지지만, 이 곡만은 정기연주회 때 항상 연주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해를 거듭하며 곡의 이해도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지요.”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 동호회도 이와 같습니다. 완성하지 못할 것 같아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도 그 손을 잡아 이끌어 주며 열정을 쏟는 걸 결코 낭비로 생각하지 않지요.”라고 밝혔다.
물론 공연 자체가 쉽지만은 않다. 이 회장은 “무대 위에서는 경력, 실력이 상관없어요. 공간이 넓고 자기 소리를 모니터하기 힘들기 때문에, 호흡과 눈치로 연주해야 합니다. 독주도 아니고 여러 명이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니 어려운 점이 많지요.”라고 설명하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실수는 일어납니다. 실수를 잊지 못해 괴로운 나머지 잠을 못 이룬 적도 있어요.”라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훌륭한 선생님과 함께 하니 기쁨이 배가 돼
이 회장은 “저희를 가르치시는 이희순 선생님은 기타와 함께 외길을 걸어온 분이세요. 35년이 넘으셨죠.”라고 이희순 선생님을 소개했다. 이어 “스케일 아세요? 한 시간 기타를 치려면 한 시간을 손가락 풀기를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손가락 관절염이 생길 수도 있죠. 저희 선생님이 이 부분을 많이 강조하세요. 이외에도 ‘기본에 충실하라’는 주문을 하시지요.”라면서 정석을 강조하는 수업 내용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뒤이어 “기타와 함께 사람도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좌절하다가도, 그 땀을 씻고 나면 어느 새 고비를 넘겼다는 것이 느껴지거든요.”라고 이 회장은 말하면서, 지금까지 6년 간 자녀와 함께 해온 기타 인생을 앞으로도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