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업체탐방

명창이 가르치는 국악원.... [안소라국악종합예술원]

명창이 가르치는 국악원.... [안소라국악종합예술원]

by 안양교차로 2014.12.05

전국시대 사상가 묵자는 실의 염색을 보며 스승과 가르침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푸른 물감에 염색하면 파랗게 되고, 누런 물감에 염색하면 누렇게 된다. 들어가는 물감이 바뀌면 그 빛깔도 또한 바뀐다. 다섯 번 넣으면 다섯 빛깔이 된다.”고 말했다. 어떤 스승을 만나 어떤 가르침을 받느냐에 따라 그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최근 금정역 인근에 종합예술원(군포시 산본동 75-65(금정역 7번 출구))을 낸 안소라 명창을 만나 국악의 중요성과 국악 교육의 중요성을 들어보기로 했다.
천하장사 씨름대회에서 국악이 시원하게 울려 퍼지던 나날. 지금은 그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되었지만,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씨름판의 뜨거운 승부의 마지막을 장식하던 이가 있었다. 경기민요 이수자로 국악 명창인 안소라(49)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경기민요 중요무형문화제 제 57호인 이은주 선생으로부터 1993년부터 2001년까지 피땀 어린 사사를 받은 뒤, 지난 2001년 ‘전국민요경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명창’이라는 이름을 굳혔다.
원래 그는 어렸을 때부터 정선아리랑 곡조를 따라 불렀다고 한다. 이는 고향이 정선인데다, 가족 모두가 소리를 했기 때문이었다고. 그렇게 시작한 소리 공부. 안 명창의 목소리를 들은 선생님들은 “꼭 소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고난 목소리, 구성진 표현력은 물론 몇백 년 분의 한이 넉넉히 느껴지는 오묘한 울림까지. 결국 안비취, 묵계월 명창과 함께 경기민요 3명창으로 꼽히는 거장 이은주 명창에게서 사사를 받아 그의 뒤를 잇게 된다. 운명이라는 말 이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궤적이다. 이후 안 명창은 국악 프로그램부터 방송 출연 등을 통해 활동해 하며 우리 가락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힘써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국악과 가요의 크로스오버였다.
“다른 국악인들은 물론 예전의 저 역시 가요를 소리보다 부족한 종류의 음악이라고 생각했었지만, 해외 공연이나 자선 공연 중의 몇 몇 해프닝을 통해 그것이 편견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안 명창은 이후 현대음악과의 협연을 위한 도전에 나선다. 2008년에는 국악과 양악을 절묘하게 버무린 크로스오버 앨범을 낸다. 이중에는 물론 ‘늴리리야’, ‘태평가’, ‘창부타령’ 등의 경기민요도 포함되어 있다. 지상파 방송에서 국악인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의 이러한 시도는 일반인에게 국악의 중요성을 역설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이렇듯 열정 어린 한 보 한 보를 내딛어 왔던 안 명창은 이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안소라국악원’을 낸 것에 이어, 최근 군포시에도 자리를 잡았다. 금정역 8번 출구에도 ‘안소라국악종합예술원’을 오픈한 것.
“안양과 군포 등지에 전통적인 우리 가락을 제대로 가르치는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여 년 전에 군포양정초등학교에서 국악학교를 만들었던 것 역시 이곳에 국악원을 차리는 계기가 됐죠.”
올해 10월 17일에 오픈한 안소라국악종합예술원. 안 명창은 무엇보다 국악이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라고 강조한다.
“한국 고유의 음악인 국악이 이제는 음악시간에도 들을 수 없게 되고 말았어요. ‘늴리리야’ 라는 노래가 얼마나 구성진 노래인지 직접 듣지 못하고 수업시간 몇 분만 읽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는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가르치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 가락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얼마 전에 일곱 살 어린이가 소리를 배우러 왔었어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아이였어요. 그만큼 소리를 배울 ‘끼’가 있는 아이들은 많은데,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가르치지 않아 결국 기회를 놓치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종종 일어나죠.”
기회 면에서는 물론 소리를 배우면서 습득할 수 있는 장점 역시 많다. 안 명창은 그 중에서도 인성교육을 국악의 으뜸가는 장점으로 꼽았다. 초등학교 시절, 혹은 사춘기 이전에 소리를 배운 아이들은 마음씀씀이가 다르고 발표력이 좋아진다는 것.
“소리를 배우기 시작할 때의 아이들은 쭈뼛쭈뼛하면서 말도 제대로 안 하지만, 6개월만 배우고 나면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변해요. 먼저 손부터 들죠. 소리라는 건, 자기 자신에게 믿음을 가지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음색이 나오지 않아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키워 주는 작용을 하는 거죠. 또 하나는 인성이 올바로 자란다는 것이에요. 국악에 나오는 내용은 사제나 선후배간의 예의라던가 부모의 은혜에 대한 것이에요. 자연스럽게 속이 깊어지고 예의도 익히게 됩니다.”
안 명창은 아이들 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을 위해서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주로 월요일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강의하며, 일요일에는 국악 전공자들을 가르친다. 내년에는 군포시에 사단법인 한국아리랑보존회를 이끌게 되는 안 명창. 그는 2012년 12월에 아리랑이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내년에는 창단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안 명창은 “군포에서 국악을 노래하는 소리꾼들을 알토란처럼 키워낼 생각입니다.”라면서 향후의 목표를 밝혔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