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업체탐방

마니아가 내놓는 나주곰탕.. [본가나주곰탕]

마니아가 내놓는 나주곰탕.. [본가나주곰탕]

by 안양교차로 2014.08.29

곰탕국물은 시원하다. 뜨거운 고기국물에 갓 지은 쌀밥을 말아 먹으면 어느새 피로가 풀린다. 곰탕은 지역별로 전혀 각기 다른 맛을 내는 음식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나주곰탕은 담백한 맛으로 유명하다. 관양동에 위치한 본가나주곰탕(유인호 사장)은 이러한 나주곰탕의 특별한 맛을 제대로 살린 곳 중 하나다.
주소: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1458-3
문의: 031-421-6281
나주곰탕은 다른 지역의 곰탕과는 좀 다르다. 뼈를 쓰는 대신 살코기인 양지와 사태를 이용하여 국물을 우려낸다. 때문에 색이 탁하지 않고 맑으며,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여기에 깍두기와 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지난 8월 1일 오픈한 본가나주곰탕의 유인호 사장은 “나주곰탕은 과거 나주의 5일장에서 시작되었죠. 넓은 평야 덕분에 우시장이 발달했던 나주에서는, 우시장이 열리는 날 소의 부산물을 넣고 국밥을 끓였던 거예요. 이후 일제강점기 때 소고기 통조림 공장을 세우면서 엄청난 양의 소 부산물이 나왔고, 여기에서 지금의 나주 곰탕 문화가 나왔다고 보면 되요.”라면서 나주곰탕의 역사를 간단하게 요약했다.
사람들의 주린 배를 든든히 채워줬던 나주곰탕은 담백하고 시원하여 물리지 않는 맛도 일품이지만 영양 요소 역시 가득하다. 콜라겐, 칼슘, 나트륨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면역력을 높여주고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것은 물론, 허리나 무릎 관절에도 좋다. 소화도 잘 되는 편이라 어르신들이 드시기에도 무리가 없다.
본가나주곰탕의 유인호 사장은 자신을 ‘나주곰탕 마니아’로 소개했다. 나주에 살던 어린 시절에 어머니 손을 붙잡고 곰탕을 먹던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수도권으로 올라온 뒤에도 유 사장은 틈만 나면 나주곰탕집을 찾았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의 나주곰탕은 나주 본래의 맛과는 좀 달랐다는 것이 그의 감상이다. 가격이 저렴한 소머리 부위와 갈비 엑기스를 써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그래서 전통 그대로의 맛을 제가 살려보자고 결심해서, 이곳을 차리게 되었죠.”
신선도가 유지되어야
나주곰탕은 양지와 사태를 삶은 맑은 고깃국인데, 끓여내는 데 드는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 사장은 먼저 나주곰탕을 끓여내는 조건 중 하나를 신선도 보존을 위한 시간 싸움으로 꼽았다.
“나주곰탕의 특징은, 조리하고 나서 몇 시간만 지나면 그 맛이 변한다는 데 있어요. 갈비탕은 하루 이틀 정도는 맛이 변하지 않지만, 나주곰탕은 몇 시간만 지나면 맛이 이전과 달라집니다. 국물 색깔도 갈색으로 변하고 말아요. 고기 역시 냉장 보관이 안 됩니다. 바깥에 내 놓으면 고기가 마르고, 랩으로 싸 놓으면 질겨지죠.”
결국 얼려도, 진공포장을 해도, 랩으로 싸도 안 되고 그날 생산, 조리하여 그날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 나주곰탕의 원칙이라는 뜻이다.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 나주곰탕
둘째는 사용 재료의 특별함이다. 나주곰탕에는 조미료도 강하게 넣을 수 없다. 미원이라도 약간 넣으면 곰탕 본래의 맛이 사라져버린다. 사용하는 소금 역시 일반적이지 않다. 유 사장은 ‘5년 묵은 소금’을 사용해야 제 맛이 난다고 전했다.
“1-2년 된 소금을 사용하면 제대로 된 맛이 안 납니다. 5년 된 소금으로 맛을 내죠. 한 마디로, 일반적인 식자재를 써서는 맛이 안 나는 겁니다.”
곰탕을 끓여내는 데 쓰는 소 뼈 역시 일반적인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사골 단면의 골화 정도 역시 맛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30개월 미만의 어린 소의 뼈를 사용한다.
“골화가 상당히 진행된 소뼈를 사용하게 되면 육수 자체가 나오지 않아요. 때문에 어린 소의 뼈만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듣기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지난한 조리 과정. 하지만 이 때문에 진짜 나주곰탕 맛을 찾는 손님들은 이곳을 인정하고 있다.
“오픈 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에요. 한 40대 남성분이 저희 집에 우연히 들르셔서 맛을 보시더니, ‘이게 진짜 나주 곰탕이다. 드디어 제대로 된 집을 찾았구나!’라며 감탄하시더니 이후 친구 분들과 함께 이곳을 자주 찾아오시더군요.”
유 사장은 나주곰탕 본래의 맛을 아는 손님이 이곳을 찾아와 맛을 인정한 것이 그토록 기쁠 수가 없었다면서, 앞으로도 진정한 나주의 맛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