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업체탐방

공연을 함께하는 독특한 커피집 [coo coffee]

공연을 함께하는 독특한 커피집 [coo coffee]

by 안양교차로 2014.08.08

쿠커피에 앉아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10여 분 뒤 날라져 온 머그컵 안에는 고양이가 거품 안에 입체적인 모양으로 들어앉아 있다. 천장이 높은 내부의 한쪽에는 피아노와 각종 악기가 놓여 있는 걸 보니 정기적으로 연주도 하는 모양이다.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시원한 야외 테라스석이 있는 이곳 쿠커피는 예술 공원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주소: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 153-46 / 문의: 031-471-8084
쿠커피에서는 커피부터 생과일 주스, 스무디, 유자차, 모과차, 생강차, 레몬차 등 음료와 차에 쓰이는 기본 재료들을 모두 직접 만들고 있다. 커피는 직접 볶고, 음료에 파우더 사용은 하지 않는다. 아기자기한 메뉴판과 ‘세상에 이런 일이’를 외치게 하는 라떼아트는 덤이다. 그 외에 어떤 특이점이 있는지 구태규 사장을 만나 물어보았다.

먼저 쿠커피는 이름의 유래부터 독특하다. coffee, cookie, cook 이렇게 세 단어와 사장의 성인 ‘구’를 합쳐 ‘coo'가 됐다.
“만들고 나니 ‘coo'에 ‘달콤하게 속삭이다’라는 뜻이 있더군요.”
이곳의 가장 큰 강점은 문화공연공간으로의 활용에 있다. 그는 애초에 이곳을 열게 된 계기 중 하나에 ‘새로운 시도를 위한 갈증’이 있었다고 꼽았다.
“신사동, 압구정, 청담동.. 카페가 많은 길들을 다녔지만 어느 순간은 많이들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죠.”
쿠커피의 구태규 사장은 원래 실용음악을 전공했다. 때문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역시 음악 공연. 커피를 즐길 뿐 아니라 공연도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는 ‘연주 데이’를 만들었다. 금, 토, 일 중 날을 정해 각 분야의 연주자들을 초빙하여 시민들과 함께 숨 쉬게 하도록 한 것. R&B, Funk, Jazz, Ballad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했다.
“쿠커피를 오픈한 첫 해인 2012년에는 금, 토, 일에 줄기차게 무료 공연을 열었어요. 그리고 ‘올해는 무료로 운영하지만 내년에는 유료로, 그리고 지금보다는 간헐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씀드렸었죠.”
당시 공연을 보고 잔잔한 감동을 느꼈던 손님들은 쿠커피에 ‘단골’로써 전화번호를 남겼다. 그렇게 받은 전화번호가 300여 개. 현재는 공연 전에 어떤 팀이 올 것인지, 어떤 곡을 연주할 것인지를 이 300여 명의 단골들에게 문자를 발송하여 예약을 받는다. 1테이블 당 비용은 인원에 관계없이 단돈 만 원. 문자를 발송한 지 한 시간이면 11개의 테이블 예약이 모두 끝날 정도로 손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연주 데이에 공연을 시작하면 현재는 한여름이라 공연을 보지 않는 손님들을 배려하여 잠시 공연을 멈춘 상태지만 겨울에는 다시 꾸준히 공연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 하나의 독특한 점은 커피 뷔페 등의 게릴라성 이벤트다. 쿠커피에서는 독특한 품종이 들어오면 간헐적으로 커피 뷔페를 연다. 각종 커피를 드립 해 놓은 것으로 일정 금액(1만 원)을 낸 뒤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면 된다. 이 역시 손님들의 호응이 좋다. 외국 아티스트의 프로젝트를 쿠커피에서 시작하기도 했고, 작년 연말에는 조명을 달고 테이블 위치를 바꿔서 일렉트로니카 파티도 열었다. 종종 바비큐 파티도 연다.
친구들과 함께 애정을 담뿍 담다
“저와 이곳을 연 친구가 저와 이십년 지기에요. 다른 친구도 고등학교 때부터 인연이죠.”
연주하는 것 보다 기획이 재미있다, 카페를 열자고 생각하던 스물여섯의 청년에게 힘이 된 건 역시 우정이었다. 기존에는 음식점으로 사용됐던 쿠커피의 터를 얻은 두 사람은, 인테리어 업자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들의 힘으로 가게를 재정비하기로 결정한다.
“두 달 정도 걸렸어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씻을 정도로 푹 빠져서 일했습니다. 아침 일곱 시부터 새벽 다섯 시까지, 그야말로 하루 두 시간 정도 자고 나머지 시간을 다 투자했어요.”
이전의 바닥을 허무는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을 처리하고, 친환경 페인트를 칠하고, 카운터를 만들고, 시멘트를 조합하고, 조명을 설치하고, 목수의 힘을 조금 빌었을 뿐 나머지는 온전히 구 사장과 친구들의 몫이었다. 이렇듯 무모할 만큼 용감한 도전을 하게 만든 것은 아마도 젊음의 힘. 그리고 직접 가게를 꾸민 만큼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 대한 구 사장의 애정도 각별하다.
“저는 손님들의 얼굴을 다 기억하는 편이에요. 찾아오신 손님들의 개인사가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기억이 되어서 언급할 때가 많아요. 그 때문인지 최근엔 명절에 ‘항상 고맙다’선물을 주시는 분도 계셨고, 손님들 중에 개인적으로 친해지게 된 분도 생겼습니다. 덕분에 운영에 관한 조언도 받았어요.”
현재 쿠커피는 평촌, 안산점을 연이어 오픈하며 순조롭게 항해중이다. 하지만 구 사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다른 꿈을 꾸고 있다고 전했다. 와인도 마시고 식사도 할 수 있고 공연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카페라고 하니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봄직 하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