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업체탐방

큐그레이더(Q-grader)가 운영하는 커피집... [예가]

큐그레이더(Q-grader)가 운영하는 커피집... [예가]

by 안양교차로 2014.06.27

바야흐로 커피의 시대다. 최근 커피시장 수입동향을 보면, 우리나라의 커피수입액은 몇 년 사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1인당 커피 소비량 역시 50% 이상 늘어났다. 급격히 늘어난 커피 소비 인구에 따라 커피시장 역시 진화를 거듭했다. 믹스커피를 주로 마시던 사람들이 이제는 원산지, 질, 맛을 생각하며 고르기에 이른 것. 이러한 분위기에 답하듯 로스터리 카페도 속속 등장한 지 오래됐는데, 안양예술공원 안에도 입소문이 난 로스터리 카페가 있다. ‘예가’를 찾아가 속사정을 들어보기로 했다.
주소: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1327-1
문의: 031-471-2950
예가가 안양예술공원 안에 자리 잡은 지는 벌써 3년이 지났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숙희 사장에게 ‘예가’의 뜻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커피 좋아하시는 분은 ‘혹시 가게 이름을 ‘예가체프’에서 이름을 따온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하시죠. ‘딩동댕’이에요.”
원래는 커피의 기원지인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에서 두 글자를 따왔지만, 예술공원에 있는 커피 볶는 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곳 예가는 생두를 매장에서 직접 볶아 사용하는 일명 ‘로스터리 카페’다. 원두의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기기를 원하는 커피마니아들이 이곳을 찾는 것도 직접 매장에서 전문 큐그레이더(커피감별사,Q-grader)가 커피 맛을 ‘기획’하기 때문이다. 이곳의 큐그레이더는 다름 아닌 김 사장. 그는 품질 좋은 생두를 고르고 관리하고 직접 로스팅과 블렌딩까지 한다. 예가체프, 콜롬비아 슈프레모, 브라질 산토스, 인도네시아 만델린, 안티구아, 온두라스, 케냐 AA까지 다양한 품목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도에서 커피로
그에게 커피에 입문한 계기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는 원래 다도가 취미라고 했다. 차는 크게 녹차, 백차, 황차, 청차(우롱차), 홍차, 흑차(보이차)로 나뉘는데, 같은 찻잎을 사용하지만 어떻게 가공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며 차와 관련된 각종 전문지식을 쏟아 놓는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다기세트 역시 경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 도예가에게서 구입한 것이다. 심지어는 중국절강농업대 소속 차문화원 원장에게서 차에 관한 가르침을 받기 위해 종종 중국에 가기도 했다고.
그러던 어느 날 커피의 매력에도 빠지게 된 것. 2007년에 녹차에서 농약이 검출된 일명 ‘농약녹차’ 파동이 있었던 이후 찻잔에서 잠시 멀어져 있던 김 사장은, 이후 커피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산지별로 각각 맛이 다른 점이 차와 비슷해서 흥미를 갖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커피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되었어요. 제가 워낙 새로운 맛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커피 역시 매력을 느끼게 된 거죠.”
이는 바이올린을 켜던 사람이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까지 손에 대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커피에 흥미를 느낀 그는, 멈추지 않는 설국열차에 올라탄 것처럼 속도를 냈다. 관련 서적을 탐독했고 각종 커피 관련 자격증을 따기 시작한 것. 그러다 보니 지금은 큐그레이더 자격증까지 따게 됐다고. 그렇게 커피에 매진한 지 몇 년 지나 이곳에 매장을 열게 되었다. 그는 겨울과 여름에 추천하는 커피가 다르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에티오피아 남부 고지대에서 재배하는 예가체프는 짙은 꽃향기, 부드럽고 달콤한 신맛 때문에 여름에 추천하고, 겨울에는 묵직한 인도네시아나 아시아 쪽 커피를 추천한다고. 케냐AA의 경우 사시사철 내내 마실만한 음료라고 그는 말했다.
“무엇보다 본인의 몸 상태에 따라 커피 맛도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 참 흥미로운 점이에요. 비올 때 마시는 커피 맛 다르고, 한 여름에 에어컨 아래에서 마신 커피 맛이 또 달라요.”
재료비만 받는 충실한 커피 강좌를 운영해
예가에서는 생두를 볶아 블랜딩해 손님들에게 내놓는 것 이외에도 커피강좌를 개설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초급, 중급, 고급, 바리스타반으로 나뉘어 있다. 이곳 예가를 연 후 5개월 정도 지난 다음부터 교육을 시작했으며, 개설된 강좌에서는 재료비만 받고 있다고 김 사장은 전했다. 성황리에 운영하고 있는 강좌를 통해 집중력을 개선한 학생도 있다.
“자녀가 집중력이 부족해서 걱정이라면서 데려온 학부모님이 계셨죠. 그런데 이 아이가 강좌를 통해 태도가 많이 달라졌죠. 드립을 하거나 결점두(벌레 먹거나 깨졌거나 미성숙한 생두, 이를 정상 생두와 섞어 드립하게 되면 커피 맛에 이상이 생긴다)를 골라내면서 집중력이 좋아졌어요.”
커피수업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이 학생은 현재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커피를 핸드드립 하는 건, 다도(茶道) 이상의 정신적인 충족감을 줍니다. 커피나 차를 내는 과정에서 정신이 맑아지고, 온 집안에 향기가 가득해져요. 무엇보다 향기에 호기심을 느낀 아이들이 다가와서 동참하는 모습이 좋죠. 차도 그렇지만, 커피 역시 누리고 향유할 수 있는 게 많은 음료입니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