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명가족발

명가족발

by 안양교차로 2013.07.29

장인정신의 족발

콜라보레이션. 족발에 어울리는 단어이다. 쫄깃한 껍질과 보드라운 살코기의 만남은 중독성이 있다. 안양 중앙시장 근처에는 이러한 족발을 제대로 요리하여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이 있다. 상호는 명가족발. 이곳의 허홍목 대표를 만나 족발에 대한 이모저모와 경영할 때의 강조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주소 :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6-55
문의 : 031-445-4776
안양 중앙시장 근방에 위치한 명가족발. 쫄깃하고 야들한 고기의 식감을 제대로 살려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곳을 5년 째 경영해 온 것은 허홍목 대표와 그의 어머니이다. 허 대표에게 족발을 요리할 때 어떤 점에 신경 쓰는지를 물었다. 그는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다양한 과일을 사용하고, 좋은 고기를 사용하며, 적당한 시기에 삶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족발은 국물이 중요하다. 각종 재료로 맛을 낸 장국물은 졸이는 과정에서 돼지 족발에 스며들어 잡내를 없애고 맛을 깊게 한다. 쫄깃한 껍질과 보드라운 살코기로 돋우어진 맛은 제대로 된 국물에서만 뽑아낼 수 있다. 허 대표는 “다른 음식은 레시피대로 하면 되지만 족발은 달라요. 국물의 양이 어느 정도 줄었는지 끊임없이 체크해야 하고, 재료를 어느 정도 넣을 것인지도 결정해야 하죠.”라면서 족발을 조리해내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안양 일번가 앞의 중앙시장 내에 위치한 덕분에 싱싱한 과일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위치상의 장점이라고 허 대표는 밝혔다. 이어 “보통 잡내를 잡기 위해서 한약재를 많이 넣지만, 저희는 과일을 넣습니다. 한약재에 비해 고기가 더 부드러워지고 향도 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라면서 맛의 이유를 설명했다. 계절에 따라 넣는 과일의 종류가 달라진다. 새콤한 맛을 위해 레몬부터 배나 사과, 오렌지까지 다양한 과일을 사용한다. 키위는 돼지고기의 표면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한 몫 한다. 현재의 국물을 개발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쳤다. 식당을 경영한 지 오래 된 분의 조언도 얻었으며, 그에 그치지 않고 좀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실험하고 발전시켰다. 요리하는 과정에서 한 솥 정도의 국물을 덜어낸 다음에 재료를 넣어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도움을 받은 기억도 있다.
“어머니께서 혼자 식당을 지키고 계실 때의 일이었어요. 손님 중 한 분이 자신도 식당을 경영하고 있다며, 저희 소스에 대해 조언을 해 주고 가신 일이 있었어요.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죠.”라고 밝힌 허 대표는, 감사의 인사를 드리기 위해 그 손님을 찾으려 했지만 손님이 언급했던 식당은 이미 문을 닫은 뒤였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이 덕분에 독특한 양파소스를 개발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도 좋다.
국내산만을 사용하다
한 가지만 고집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구제역 파동부터 상추파동까지 원재료값이 널뛰기하는 세상이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허 대표는 명가족발의 돼지고기는 국내산만 사용해 왔다고 전했다. “국내산만 쓰는 곳은 저희밖에 못 보았다며 놀라는 분들이 많았지요.”라고 운을 뗀 그는, 원재료 시장 사정이 좋지 않을 당시에는 국내산을 구할 수 없어 난감했던 적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국내산이 희귀해서 어느 음식점을 가도 외국산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시기였죠. 하지만 전 국내산 이외에는 사용하고 싶지 않았어요. 외국에서 배를 타고 건너오는 고기의 경우, 일단 냉동한 뒤 해동한 것이기 때문에 미묘하게 퍽퍽한 맛이 느껴지더군요.”
물론 절반은 국내산을 쓰고 나머지를 외국산을 쓰는 등의 타협책은 있었다. 하지만 허 대표는 자신의 의지대로 하고 싶어, 여러 정육점을 돌면서 조금씩 재료를 마련하여 결국 국내산만으로 조리를 했다. “제가 만족할 수 없는 음식을 손님에게 내놓고 싶지 않았어요. 재료가 부족하여 많이 팔지 못한다면 있는 만큼만 팔면 된다는 생각이었죠.”라며 허 대표는 웃음 지었다. 명가에서는 지금도 정해진 양을 판 다음에는 문을 닫는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손님이 많이 몰린 날에는 여덟시만 되어도 준비된 물량이 떨어지기도 한다.
제 때 제 때 조금씩 삶는다
“아침에 다시 삶아서 파는 일이 없도록 조절하고 있다.”고 밝힌 허 대표는, 족발의 맛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침과 점심, 저녁에 나누어서 고기를 조금씩만 삶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번에 많이 삶아버리면 남을 수밖에 없어요. 손님이 얼마나 오실지 예상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죠. ”라고 밝힌 그는, 재고를 남기지 않는 것 역시 맛으로 직결되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밝혔다. 이렇듯 고기의 맛에 고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이곳은 옷가게가 아니라 음식점이니까요. 손님은 우연히 저희 가게에 들러 주시지만, 만약 그때 저희 족발이 신선하지 않아 손님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분은 저희가게에 다시는 오지 않으시겠죠. 반면 맛있었다면 열 번, 백 번 오실 수도 있는 거죠. 중요한 건 지금인 동시에 나중입니다. 이번 한 번 어떻게 파느냐보다 지금의 한 상 차림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생각해야죠.”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