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업체탐방

로얄펜싱클럽

로얄펜싱클럽

by 안양교차로 2013.07.16

0.1초의 승부로 감각을 일깨우다...

펜싱은 0.1초에 승부를 가르는 민첩성이 요구되는 고난위도의 운동이다. 빠른 검의 움직임은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려워 채점도 전자감응기로 매길 정도로 스피디한 경기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펜싱 대중화는 더디지만, 2008년 올림픽 이후 펜싱에 대한 관심과 열망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답하듯 만들어진 곳이 부흥고 삼거리에 위치한 로얄펜싱클럽이다. 어린이나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이곳을 찾았다.
주소: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경수대로 809 석림빌딩 5층(호계동 894-1)
문의: 031-455-0013 고정선 코치
이곳의 교육을 책임지는 고정선 코치의 선수시절 경력은 화려하다. 1991년부터 2000년까지 펜싱 국가대표였으며, 스페인 세빌랴 국제여자선수권 우승부터 아시아펜싱선수권대회 우승까지 쏟아낸 기록 역시 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그의 화려한 경력은 오직 펜싱 한 길을 걸은 결과다. 그는 어렸을 때 펜싱비디오를 접했던 것이 첫 계기였다고 귀띔했다. “펜싱 경기를 다룬 비디오를 본 것이 시작이었죠. 선수가 등장해서 관람인들과 심판에게 인사를 칼을 이용해서 하는 것이 아주 멋있어 보였어요.” 펜싱 경기에서는 선수가 등장한 뒤 일일이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인사는 검이 대신한다. 검객은 검과 혼연일체, 검은 곧 검객 자신이기 때문에 이 같은 인사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펜싱의 역사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출발한다. 기사도의 확립과 함께 저명한 검객들이 배출되었고, 검도 점점 정교해졌다. 찌르기나 베기 등의 동작으로 승패를 겨루는 스포츠다 보니, 위험하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 고 코치는 ‘축구보다 안전하다.’고 웃으면서 운을 떼었다. “처음 펜싱을 하는 분들, 특히 아이들은 찌르기를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어요. 상대방이 다칠까봐 두려워하는 거죠. 그래서는 제대로 된 자세가 나오지 않아요.” 단단한 케블라와 마스크 등 장비만 제대로 갖추고 있으면 칼끝이 몸통에 빠르게 와 닿아도 아프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더불어 다른 운동과 달리 철저히 기본자세를 유지하면서 움직이니 안전사고의 가능성이 오히려 낮다고 언급했다.
펜싱을 시작하는 데 적합한 신체조건이 있을까. 고 코치는 “적정한 신체조건이란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키가 크거나 팔다리가 길면 다른 이들이 두 번 움직여서 공격해야 할 때 한 번 만에 가능한 점이 유리하다. 반면, 키가 작으면 그만큼 속도를 가속하기에 유리하다. “경기를 잘 하는 선수들을 보면, 평균치를 약간 웃도는 키라는 걸 알 수 있어요. 펜싱에서 중요한 것은 균형이기 때문이죠.” 경기를 치룰 때 상대의 속도에 맞게 공격하거나 후퇴하고 막아야 한다. 그만큼 자신의 몸을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보다 예리하게 움직인다. 특정 부위만 발달시킨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몸 전체의 밸런스가 맞아야 높은 수준의 공격이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펜싱을 하면 온몸의 발달이 골고루 이루어진다. 기마 자세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다보니 척추가 바로 세워지고, 몸의 군살이 빠지는 것도 부수효과다.

승부사의 본능과 융통성을 길러준다
펜싱의 장점은 이외에도 집중력을 깨워 준다는 점에 있다. 공격을 예리하게 하는 또 하나의 조건은 타이밍이다. 그만큼 감각이 예민하게 깨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0.1초의 승부라는 수식어는 거짓이 아니다. 다른 대련운동들도 그렇지만, 펜싱은 몸에 잠자고 있는 감각을 일깨우는 데 효과적인 도구다. 특히 길이가 40~80cm에 달하고 두께가 얇은 검신을 전후좌우로 움직이면서, 상대의 몸통이나 유효범위를 향해 민첩하고 정확하게 움직여야 하는 점이 더욱 그렇다. 집중력이 요구되고 승부사의 기질을 길러주는 셈이다. 또한 상대에 따라 순간순간 유연하게 대처하는 융통성도 길러준다. 고 코치는 “선수들은 펜싱을 흔히 ‘가위바위보’에 비유합니다. 주먹을 잘 내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가위를 잘 내는 선수가 있죠. 그에 맞게 대처를 하는 게 필요합니다. 주먹을 잘 내는 사람에게 가위를 내면 지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상대에 따라 자신을 얼마나 적합하게 내보이는 데 승부가 달려 있다는 언급이었다. 동시에 그는 재미있는 예를 들었다. “예선에서 본선까지 수많은 경기에 참가하다 보면, 16강에서 4강 사이의 경기가 가장 볼만합니다. 선수들이 이기기 위해서 혈투를 벌이기 때문이죠. 자신이 알고 있는 기술을 모두 사용하니 현란하고 볼거리가 많습니다. 화려한 기술의 향연이죠. 하지만 4강 이후로는 상대에게 어떤 패를 내야 되는지에 대한 싸움이 되기 때문에, 일반인이 보기에는 단순해 보입니다.”

펜싱이 보다 대중화되길
일반인들의 펜싱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는 ‘수업료가 비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만도 않다고 고 코치는 밝혔다. 물론 펜싱 장비를 전부 갖추는 데는 상당한 품이 든다. 하지만 한번 장만하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장비를 일시 대여하는 것보다 운동에 정을 붙이는 데 도움이 된다. 펜싱의 주요 장비인 칼은 소모품이며, 사용에 따라서는 부러질 수도 있다. 이럴 땐 검의 날인 블레이드만 구입해서 조립하면 된다고 고 코치는 언급했다.
“독일 ‘타우버’의 주민들의 대부분은 펜싱을 하죠. 프랑스에서는 펜싱이 사교문화의 일종으로 널리 퍼져있어요. 프랑스의 한 마을에 갔을 때, 레스토랑 안에 펜싱장이 있는 걸 보고 문화충격을 받았죠.” 한국과는 달리, 유럽 등지에서 펜싱은 우리의 ‘태권도’만큼이나 서민에게 친근한 운동이라는 내용이었다. 한국도 이처럼 펜싱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오픈 기념으로 찾아오신 분들께는 일일 무료레슨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펜싱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거든요.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대학 가산점을 목표로 펜싱을 배우는 경우도 있지만, 무엇보다 펜싱의 매력에 흠뻑 빠져 찾아오는 이들이 대부분이죠.”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한 번 다가가 보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말로 그는 자리를 마무리했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