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장 비빔국수와 편육

장 비빔국수와 편육

by 안양교차로 2013.07.16

비빔국수 먹고 밥 말아먹는 곳......

예전에는 잔칫집 대표음식으로 ‘국수’를 꼽았다. 지금에야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지만 밀가루가 귀했던 시절에는 좋은날, 잔칫집에 가서야 맛볼 수 있었던 메뉴였던 것이다. 또, 가늘고 긴 면발은 장수를 의미하여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현대에 와서도 국수는 부담 없는 한 끼 식사다. 특히 김치와 고추장의 열렬한 지지자인 한국인들의 입맛에 ‘비빔국수’는 변치 않는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밥 말아먹는’, ‘비빔국수’. ‘편육’, ‘이름한번 참 길다’는 평이 나오겠지만, 메뉴는 단순했다. 비빔국수 먹고 밥 말아먹는 곳, 편육을 곁들이면 맛과 영양 모두 만족하는 비빔국수집에 다녀왔다.
특별한 면과 소스로, ‘비빔국수’의 매력을 더한다.
학창시절, 책상 줄 맞추기가 생각날 정도로 열에 맞춰 정돈된 좌식 테이블들이 눈길을 끈다. 별다른 인테리어는 없지만, 큼지막한 테이블과 깔끔한 분위기에서 어딘가 투박한 매력이 느껴진다. 메뉴 또한 단순하다. 비빔국수, 편육, 파전과 왕만두 등을 판매하고 있지만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 비빔국수를 메인으로 하고, 편육과 파전, 왕만두 등을 곁들여 주문하기 때문이다. “다른 메뉴도 공을 많이 들였지만, 비빔국수는 정말 자신한다”는 장 비빔국수와 편육의 윤장효 대표. 그가 이처럼 비빔국수에 애착을 보이는 데에는 한 가지 메뉴를 위한 집중적인 투자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빔국수는 면과 소스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의 뒤로 ‘약간의 시간이 걸려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주방 안내 문구가 보인다. 윤 대표는 “즉석에서 면을 삶아서 무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며, “대구에 있는 공장에서 주문 생산하는 면이어서 탄력도 그렇지만, 소스가 면에 베어서 맛에 큰 일조를 한다”고 말했다. 소스는 오이와 양파 등 8가지 이상의 야채로 만든다고. “소스를 만드는 야채 재료부터 꼼꼼히 살핀다”며 더하여 “물은 정수된 물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또, “야채를 숙성시켜 만든 소스는 비빔국수에 상큼함과 향긋함을 주고, 새콤달콤한 맛을 더하게 한다”고 이야기했다.
백김치와 멸치육수는 기본! 편육과 치커리무침은 별미!
마침 출출한 속을 달래고자 주문했던 비빔국수가 상 위에 올려 진다. 부담 없는 가격에 도전한 비빔국수의 양이 제법 푸짐해 보인다. 더욱이 빨간 소스의 고소하면서도 상긋한 향이 시각과 후각을 자극한다. 입맛을 개운하게 할 멸치육수도 떠 놓는다. 함께하는 반찬은 백김치가 전부지만, 가게에서 직접 담그고 숙성시켰다는 노란빛의 백김치가 살얼음을 머리위에 살포시 얹히고 고운 자태를 뽐낸다. 일단 한 젓가락 시식한 평은 쫄깃쫄깃하다는 것과 매콤하지만, 맵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매운맛은 입안에 머물다 떠나지만 시원함은 여운으로 남는다. 여기에 백김치가 상큼한 향을 더하고 멸치육수는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비빔국수의 맛이지만 어딘가 다르다는 것이 이곳의 국수 마니아들이 하는 이야기다. 윤 대표는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모든 식자재를 최고급으로 한다”고 말하며 메뉴는 단순하지만 “입맛뿐만 아니라 청결과 식자재까지 까다롭게 선별하는 요즘 손님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전했다.
비빔국수를 반 정도 먹을 무렵,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편육이 보인다. 곁눈질을 하여 보니 얇게 썬 편육 위에 치커리 무침과 백김치, 비빔국수를 올려서 먹는 모습이었다. 보통 편육을 ‘돼지머리 누른 것’ 정도로 알고 있었기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윤대표에게 질문했다. 그는 “편육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돼지 머리 누른 것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삼겹살을 얇게 썬 것이라는 뜻도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곳에서는 ‘제주 돼지 생 삼겹살’을 구워서 치커리무침과 함께 구성하고 있다. "한 접시에 나와서 그렇지 보통 250g이상으로 제법 많은 양이다”라고 부연하는 윤 대표는 ‘비빔국수의 매콤함과 편육의 담백함이 궁합이 맞기도 하지만, 영양에도 좋다”고 말했다. 때문에 단골들은 비빔국수와 백김치, 멸치육수는 기본이요, 지인들과 알찬 식사를 원할 때에는 이곳의 별미인 편육을 추가한다고 귀띔했다.
“음식점 운영은 무엇보다 정직해야 해요”
윤 대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음식점 운영’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지난 수년간 음식점을 운영하며 윤 대표가 깨달은 철칙은 정직과 원칙이라고. “무엇보다 정직해야 한다. 그리고 처음에 정한 매뉴얼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강조하는 윤 대표. “계속 운영을 하다보면 꾀가 생기고, 귀찮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어느새 손님들도 알게 된다”며 “원칙을 지키고, 정직하게 운영하는 것이 오래 살아남는 최선의 방법인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장 비빔국수와 편육에서는 때가되면 김치를 담그고, 소스를 만들고 재료를 손질하는 일 그리고 식자재를 검수하는 등의 모든 과정을 그들이 정한 가장 최선의 기준으로 실천해 나가고 있었다.
끝으로 뜬금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아기 국수는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기자의 호기심에 허허웃음을 짓던 윤 대표는 조그만 그릇에 아기들이 먹는 국수라고 설명했다. 맵지 않게 야채소스와 깨소금을 넣고 만든 것으로 비빔 또는 잔치국수 중에 선택할 수 있다고. 단돈 천원의 메뉴지만 아기엄마들에게는 베스트셀러라고 설명했다.

취재 허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