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산길따라

산길따라

by 안양교차로 2013.07.15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는데, 아직 꺾일 줄 모르는 무더위에 시름하고 있을 즈음,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소머리 수육이 맛있다는 집에 가보자는 제안. 한동안 청계동 맛집 투어에 열을 올릴 때인 것을 알아서인지 청계동 인근에 소문난 곳을 추천하기에 발걸음을 옮겼다. 부드럽게 익은 수육 한 점과 막 국수 한 수저에 더운 속이 확 풀린다. 한여름 더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의 타들어간 속을 달래 줄, 속도 풀고 맛도 풀 수 있는 곳 ‘산길따라’를 소개한다.
좋은 맛, 좋은 사람이 있는 곳 ‘산길따라’
음식점 이름이라기에는 어딘가 감성적이라는 것을 느끼며‘산길따라’오장균 대표를 만났다. 손님들에게 맛좋고, 사람 좋다는 평을 받아내는 오장균 대표와‘산길따라’. 수더분한 인상이지만 오늘의 밑반찬과 음식재료를 준비해야 한다면 채근하는 모습에 녹록지 않은 조리 연륜이 느껴진다.‘산길따라’의 주 메뉴는 소머리 수육과 봉평 막국수, 그리고 요즘에는 한방 백숙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연구에서 조리까지 혼자서 척척 해낸다는 오장균 대표.“손님들 상에 나갈 음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아야 하는데, 같은 손맛 같은 정성으로 전해 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최고의 궁합, 소머리 수육과 봉평 막국수
소머리 수육과 봉평 막국수가 음식 궁합으로는 최고라기에 두 가지를 주문하였다. 이른 시간 방문에 마음이 쓰였는지 오장균 대표가 직접 음식을 나르고, 시중들기를 자청한다. 소머리 고기 위에 사뿐히 쌓여 있는 팽이버섯과 미나리에서 향긋한 산내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수육 맛을 좀 더 느껴보겠다며 막국수를 천천히 준비해 달라는 일행의 제안을 오장균 대표에게 전하며 몇 가지 궁금한 점을 슬쩍 물었다. 그 중 하나가 왜 소머리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것.“사실 제가 예전에 정육점을 운영한 경력이 있습니다. 그때 고기의 부위 중에 소머리만한 곳이 없더군요. 90% 이상이 살이에요. 콜라겐과 젤라틴이 풍부하여 다이어트에도 좋고, 관절기능개선에도 이만한 게 없지요.”소머리 음식의 매력에 취해 조리법을 연구하기를 몇 년, 이러한 열과 성은 현재진행형으로 아직도 좋은 소머리를 구하기 위해 오장균 대표가 안양 작업장에서 직접 한우 소머리를 사와서 손질한다.
최고의 맛을 위한 최상의 재료
어느덧 팽이버섯과 미나리, 소머리 고기가 한데 어우러져 맛 좀 보라는 손짓을 하는 듯하다. 버섯과 미나리 조금, 그리고 고기 한 점을 개어 한입에 넣자 ○○○히는 질감이 더함도 덜 함도 없이 세 가지가 딱 떨어지며 조화를 이룬다. 소머리 고기가 원래 이렇게 부드러웠냐는 물음에 “소머리 고기를 편으로 하면 조금씩 딱딱해지는 경우가 있지만 이렇게 수육으로 먹으면 익힐수록 부드러운 질감이 살아납니다”라고 알려주는 오장균 대표. 더하여 속을 풀어주고, 또 달래주는 수육의 국물 맛도 일품이어서 술을 좋아하는 일행에게 해장용, 안주용으로 인기를 모았다. 서로의 속내에 소머리 수육을 더한 식사로 포만감을 느낄 즈음, 봉평 막국수가 나왔다. 양념 안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듯한, 메밀면을 보고 있자니 누구 하나 선뜻 비빌 생각을 못한다. 그래도 입맛을 자극하는 막국수를 지나칠 수 없기에 한번 내지른 수저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배와 김, 양념과 오이가 어우러진 막국수 한 수저를 먹자, 소머리 수육의 후식으로 역시나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자평을 하게 된다. 얼음 한 조각 없지만 시원하고 매콤달콤한 맛, 이 안에는‘산길따라’의 숨은 내공이 있었다. “막국수는 재료가 가장 중요해요. 일단 조미료가 안 들어가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최상품 나주 배와 사과를 사용하고 단맛은 매실을 숙성시켜서 만들어 내지요.” 또한 이외에 모든 재료는 평창 봉평면 농협과 직거래를 하고 상추, 오이, 가지, 열무 등은 농사를 지어서 공수하고 있었다.
내친김에 한방 백숙까지 섭렵하고자 하는 욕심은 말 그대로 욕심일 뿐, 더 이상 한방백숙이 들어갈 자리가 없음을 아쉬워하자 동석한 일행이 간단한 품평을 한다. 일전에 먹어본 적이 있다며 엄나무, 오가피, 헛개나무, 황기 등 족히 10가지는 넘어 보이는 한방 재료가 국물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말복 때 먹어보았는데, 가을이 오기 전 한 번 더 몸보신을 해야겠다는 일행에게 다음 방문에는 함께하자는 약속을 덧붙이며 맛길따라 방문한‘산길따라’에서 기분 좋은, 그리고 배부른 식사를 마쳤다.
취재 허태현 기자
문의 : 의왕시 청계동 628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