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강원 멧돼지

강원 멧돼지

by 안양교차로 2013.07.15

돼지의 원종(原種)인 멧돼지는 야생으로 살면서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먹기 때문에 지방이 풍부하고 고기맛이 진하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멧돼지 고기를 귀히 여기고 일품 식용육으로 귀히 여겼다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일반 농가로 내려온 멧돼지의 횡포 때문인지, 사람들의 뇌리에 멧돼지의 야생성이 깊이 인식되면서 멧돼지 고기를 대중적인 음식이라 생각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원래는 돼지고기보다 더 많은 레시피를 갖고 있다 할 정도로 고유의 맛을 자랑하는 멧돼지 고기. 멧돼지 고기맛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강원 멧돼지에 다녀왔다.
농장에서 직접 공수하여 맛과 신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강원 멧돼지
방문하기 전, 인근에 농장을 운영하는 곳이라는 강원 멧돼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가장 궁금한 점은 ‘멧돼지를 진짜 기를까?’라는 의문이었다. 그래서인지 강원 멧돼지 김창호 사장을 만났을 때, 첫 질문도 “정말 멧돼지를 기르세요?”였다. 그런 질문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듯 김창호 사장은 여유를 부리며 설명해 주었다. 일단 농장에서 직접 사육한 고기를 가져와 내놓는 것은 정답이었다. 얼마 전까지 가게인근 터를 농장으로 사용하였으나 터널 공사가 진행되어 할 수 없이 농장 위치를 옮겼다고. 또한 잡냄새와 누린내 없이 가장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 멧돼지 고기는 일반돼지 암놈과 멧돼지 수놈에서 난 교잡돈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육질이 부드러운 교배종이 가장 담백한 맛이 납니다. 원기 회복을 위한 음식임에는 말할 것도 없고요.”라며 맛과 영양을 자신하는 김창호 사장. 직접 농장을 운영하며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하기에 맛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다는 말도 덧붙인다. 가격 이야기에 슬그머니 질문을 해보았다. “통돼지 바비큐는 얼마인가요?”,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상류층 애호 음식으로 주로 등장하기에 비쌀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김창호 사장이 제시한 가격은 70만원. “보통 멧돼지 바비큐를 찾으시는 분들은 회사, 동호회 단위의 단체 분들인데 10년 전 가격 그대로입니다. 물가가 많이 올라서 사실 조금 올려야 하는데 어떻게 그래요.”라는 이야기. 입맛을 다시며 지인들과의 멧돼지 바비큐 이벤트를 기획해보는 기자에게 김창호 사장이 딱 한 가지 주의사항을 전한다. “바비큐는 3시간 전, 5인분 이상 예약입니다. 맛과 신선도를 위해 진공 포장한 고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니깐 이해해 주세요.” 1993년, 국제 행사인 잼버리 대회에 바비큐를 납품할 만큼 대규모 단체 손님을 치르는 일이 잦은 강원 멧돼지. 이러한 경험으로 즉석 바비큐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깨고, 적은 분량이라도 품을 들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담백한 맛
멧돼지 바비큐를 비롯해 소금구이, 전골 등의 메뉴를 선보이는 이곳을 자주 찾는 이들은 누구인지 묻자 돌아오는 대답이 조금 의외였다. 김창호 사장은 “남녀노소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지만, 여성분들이 자주 찾아주세요”라며, 처음에는 멧돼지에 대한 인식 때문인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지만 한번 맛을 보면 누린내가 없고 담백한 맛에 재차 발걸음을 한다고. “간혹 삼겹살도 못 먹는다며 손사래 치시던 분들이 저희 집에서는 소금구이와 전골을 맛있게 드시고, 다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땐 정말 고맙죠” 또한 요즘에는 인터넷과 같은 사전 정보로 원기회복과 스태미나에 좋은 음식이라며 발걸음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멧돼지의 저돌성 때문일까요? 어쨌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멧돼지 고기를 보양식으로 여기는 곳들이 많다고 하네요.(웃음)”
강원 멧돼지에서의 맛 체험!멧돼지 고기를 시식하기 전, 일단 색다른 음식을 먹어본다는 기대감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소금구이를 먹고 전골을 먹어보라는 김창호 사장의 추천에 일단 소금구이를 주문해 보았다. 주 메뉴가 나오기 전 상에 차려지는 밑반찬들의 풍경이 밥 한 공기는 해치울 기세다. 잠시 후, 멧돼지 고기가 나오자 일단 시선 집중. 붉은 바탕에 선명하게 나타난 흰색 줄들이 소고기의 마블링을 연상시킨다. 고기를 살짝만 익혀서 맛을 보자. 멧돼지의 야생적인 성질과는 확연히 다른 고기맛에 웃음이 난다. 담백한 맛과 ○○○히는 느낌이 돼지고기와 사뭇 다르다. 이어서 등장한 전골은 멧돼지 뼈를 푸욱 고아낸 육수의 맛이 갖은 야채와 조화를 이루면서 깔끔하게 어우러진다. 식사가 마무리 될 때 즈음, 한 무리의 일행이 멧돼지 고기를 처음 먹어보는 듯 주뼛주뼛 들어선다. ‘맛있을까?’, ‘괜찮겠지?’라는 눈빛을 주고받는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일단 드셔보시라고.”
취재 허태현 기자
문의 031-426-5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