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부모님을 생각하며 어르신들을 보살핍니다” [한희자 봉사자]

“부모님을 생각하며 어르신들을 보살핍니다” [한희자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9.11.12

흔히들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봉사를 할 때, ‘부모님 같이’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마음 쓰기에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한희자 봉사자는 이 표현처럼 ‘부모님 같이’ 어르신들을 대한다. 80세가 되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부모님 두 분을 생각하며, 더 오래 건강하셨다면, 부모님께 전달했을 마음을 어르신들께 보여드린다.
한희자 봉사자
한희자 봉사자
부모님의 빈자리를 봉사로 채우다
한희자 봉사자는 주변에 있는 한 복지관에서 배식 봉사를 시작했다. 모시던 부모님이 자주 다니시던 복지관이었다. 건강이 좋으셨을 때 자주 가시던 복지관에서 봉사하면서 그때 받았던 도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게다가 한희자 봉사자 자신도 나중에 받을 도움이라고 생각하니 봉사라기보다는 품앗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처음 배식 봉사를 하기로 마음먹고, 복지관을 찾았을 때는 망설여진 것이 사실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복지관에 올 때마다 부모님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어르신들이 식사하시는 모습을 볼 때도 그렇고요.”
그렇게 배식봉사를 하던 중 농협주부대학에서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제가 농협 하나로마트에 다녔었어요. 그래서 여기 계시는 분들과 얼굴을 알고 지냈죠. 그동안은 살림하고, 어르신들 모시고 사느라 봉사까지는 생각 못했었는데, 어르신들 돌아가시고 난 뒤에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혹시 봉사에 생각 있냐고요. 지금은 정말 차장님께 감사해요. 봉사를 못했다면 저는 우울했을지도 몰라요. 갑자기 두 분 돌아가시고 나서는 뭘 해야 할지 몰랐으니까요.”
기다림 뒤에 봉사라는 기회를 얻다
하지만 그는 봉사활동에 지원한 뒤 1년을 기다려야 했다. 농협주부대학은 기본적으로 기계 대수가 정해져 있어서 기존 봉사자가 그만두어야만 봉사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정에 마사지 기계를 가져가서 어르신들 마사지를 해드리고, 말벗이 되어드리는 봉사를 하며 역시나 부모님 생각이 간절해질 때도 있었다.
“저희 부모님 역시도 ‘오늘 농협에서 온대’하시면서 그날은 꼭 노인정에 가셨어요. 그런데 그 역할을 제가 하자니 여러 생각이 났죠. 그래서 저는 지금도 저희 동네에 있는 곳에서는 봉사를 하지 않고, 거리가 먼 곳으로 가요. 지금은 그런 생각 없이 재미있게 봉사하고 있어요.”
또한 의왕농협주부대학에서는 농산물 등 제품을 판매해 기금을 모아 장학금을 주기도 하고, 농민 돕기에 나서기도 한다. 그는 여기에서 재무를 보며 제품 개수를 파악하고, 모인 기금을 확인하는 일을 맡고 있다.
“처음 1년 동안은 봉사도 하랴, 재무도 보랴 힘들었죠. 어떻게 보면 봉사인데도 매일 출근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더욱 봉사에 매진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제는 바쁜 하루가 아닌 봉사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임기가 끝난 뒤에는 재무는 내려놓을 계획이다.
“임기가 3년인데, 지금까지 2년 정도 되었어요. 그래서 1년 더 채운 뒤에는 재무는 다른 분께 넘겨드리고, 저는 봉사에 집중하고 싶어요. 기존에 해오던 농협주부대학 봉사는 그대로 하면서 배식봉사를 더 늘려나가려고요.”
이렇게 봉사에 매진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는 단순한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웃고산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좋아요. 그거면 됐죠.”
또한 봉사를 하다 보니 그의 봉사가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자녀들 역시 올바르게 자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살다보니까 베푸는 것이 저에게도, 애들에게도 좋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어르신들과 함께 살았잖아요. 그 뒤에도 제가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고요. 아이들이 모나지 않게, 선하게 자랐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