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특별한 순간을 사진으로 선물합니다 [한재수 봉사자]

특별한 순간을 사진으로 선물합니다 [한재수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9.04.16

주중에는 보건행정팀장으로 주말이면 사진가로 변신하는 한재수 봉사자는 자신의 취미를 재능으로 기부했다. 독학으로 배운 사진은 어느새 사진가만큼이나 그 실력이 늘었고, 이제는 누구를 찍어준다고 해도 자신 있을 만큼이 되었을 때, 그가 떠올린 것은 시민들이었다. 더 많은 시민들의 특별한 순간을 사진으로 선물하고 싶다는 그에게 있어서 사진은 취미이자 재능인 동시에, 시민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한재수 봉사자
한재수 봉사자
시민들의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재능기부
현재 군포시보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재수 보건행정팀장은 주말이면 사진가로 변신한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시민들의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며 시민들에게 추억의 순간을 선물하는 그가 사진을 찍게 된 것은 82년부터였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용직으로 공직에 들어왔어요. 동시에 학교 공부도 다시 시작했죠. 그런데 뭔가를 배우고자하는 열정이 있어서 사진을 독학하기 시작했어요.”
한편으로는 방통대를 다니며 공무원시험을 봤고, 시험에 합격해 본격적으로 공무원생활을 시작했다. 군포가 시로 승격한 뒤 1년 만에 군포시 보건소가 90년에 개소했는데, 그는 개소하기 직전에 군포로 와서 보건소 개소를 도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군포시에서 줄곧 근무해왔으니 군포에 온 지도 20여년, 보건소에서 근무한지도 20여년이 되어 가는 셈이다. 물론 그 사이 사진도 놓지 않고, 열심히 배워오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처음 나왔던 국산카메라를 쓰던 그는 이제는 가장 좋다는 카메라로 봉사를 통해 다른 이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점점 사진 찍는 기술도 발전하고, 주변에서 동아리도 시작하게 되었고요. 시민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재능기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공직자로서 시민들에게, 우리 시의 구성원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죠. 덕분에 시민들과 많이 소통할 수 있었고, 친해지게 되어서 참 좋아요.”
사진으로 남은 수많은 이들의 순간
이렇게 많은 이들이 추억에 남기고 싶은 순간을 찍어주다 보니 그에게 있어서도 기억에 남는 순간이 많았다. 2014년 주민센터 사무장으로 근무하면서는 동에서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찾아 가족사진을 찍어주곤 했다. 개척교회 목사님과 여섯 자녀들을 함께 찍어주었던 가족사진이 눈에 선하다.
조금 더 특별한 가족사진도 있다. 다문화가족 결혼식에서 찍은 사진들이 그것이다. 다문화결혼식 행사가 열리면 그는 재능기부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액자는 물론 앨범으로도 만들어서 신랑, 신부에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이때 찍은 사진들 대부분에 아쉬움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신랑은 한국 남자, 신부는 외국 여자인데,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가 표정이 밝지가 안아요. 그래서 밝은 표정이 나올 수 있도록 액션도 취하고, 웃음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도 해봤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그는 5년 동안 다문화결혼식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역할을 도맡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결혼식 자체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주면서 결혼식 사진을 찍어주는 봉사는 잠시 접어둔 상태다.
‘가족사진 예쁘게 찍어드립니다’
예전부터 가장 애착을 가지고 찍어왔던 사진은 바로 영정사진이다. 특히 그는 거동이 어려우신 어르신이면 댁으로 직접 찾아가 스튜디오처럼 배경을 꾸미고 사진을 찍기도 할 정도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이것 역시도 다른 기관 등에서 영정사진 봉사사업을 많이 시작하면서 그는 가족사진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신문과 연계하거나 건강축제, 사회복지 축제에서 부스를 따로 설치해서 매년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그는 올해에는 한 스튜디오와 경기도문화재단의 도움을 받아 100 가족을 찍어주자는 목표를 삼았다.
“스튜디오에서 가족사진을 찍으려면 30만 원 정도가 들잖아요. 그런데 지원을 받아 사진 찍어서 보정도 하고, 무료로 액자까지 드리니까 이 가족사진이 가족 분들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될 것 같아요. 게다가 이런 분들 대부분 가족사진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벌써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어려운 형편에 처한 이들이 가족사진이 없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다.
“저소득층이나 가정 형편이 어려우신 분들 중에서는 가족 구성원이 모두 갖춰져 있지 않기도 해요. 그래서 무료로 가족사진을 찍어드린다고 해도 선뜻 나서지 않으시려고 해요. 가족구성원이 몇 명이든 오셔서 가족사진을 찍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사진으로 많은 시민들의 행복을 찍어가는 한재수 봉사자. 그의 재능기부로 많은 시민들은 사진으로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