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빵을 만들고, 빵으로 놀다 [이학진 봉사자]

빵을 만들고, 빵으로 놀다 [이학진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8.06.26

‘건강담은 우리밀빵꿈터’, 애칭인 건담이라고 불리는 이 빵집은 생긴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동네사람들에게 친숙하다. 건담은 밀가루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이들, 어려운 이웃과 함께 우리 밀로 빵을 만들고, 빵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이웃들 사이의 관계를 만드는 빵 식탁
호계동에 위치한 한 작은 빵집. 하지만 오후가 지나면 빵이 모두 동이 날 정도로 찾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이곳은 우리밀과 천연효모를 이용해 빵을 만들어 속이 편한 건강빵을 만든다. 빵을 좋아하지만, 빵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하지만 건강담은 우리밀 빵굼터는 동네 사람들에게 그저 이름이 알려진 빵집이 아니라 빵으로 소통하고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에서 열리는 빵 식탁은 이웃들이 만나 관계를 만드는 하나의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빵식탁이란 손님, 혹은 지인들과 함께 모여서 빵을 만들고 먹고 노는 것이죠. 저는 빵을 준비하고, 오시는 분들도 조금씩 음식을 챙겨 와서 여기서 함께 먹어요. 이웃들 중에 빵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가 이렇게 빵을 나누는 활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먹거리에 대해서 경각심이 커진 상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밀가루는 대부분 수입이에요.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우리밀을 사용하고, 인위적으로 빵을 부풀리는 화학물질만 쓰지 않아도 소화불량이나 알레르기 반응에서 훨씬 자유로워져요.”
이렇게 건강을 담은 빵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 그리고 건강한 빵으로 이웃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현재의 빵식탁을 계속 이어나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어려운 이들을 위한 빵 하나
그는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도 자신이 만든 빵을 흔쾌히 내민다. 동네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나 택배기사들이 주된 고객이다. 일을 하며 식사를 챙겨 드시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이들을 위해 그는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빵을 주며 마음을 나눈다.
“이 빵이 그분들에게 잠깐의 간식거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으로 여겨지려니 생각하고 빵을 드려요. 빵도 돈이 있어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제 빵집에서는 돈이 없는 분들도 빵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보다 자본을 위에 두고 싶지는 않아요. 사람들의 배고픔 정도는 헤아려가며 빵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렇게 빵이 필요한 이들에게 그때그때 빵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관찰이 필요하다. 무의식적인 표현을, 배고픔을 알아차려야 한다. 이렇게 배고플 때 건네받은 빵 하나는 그 사람의 마음과 몸 모두를 든든하게 채운다.
“그 분들에게 드리려고 폐지를 모아두고 있으면, 그 분들도 폐지를 가져가시면서 정리를 해주시면서 마음을 써주세요. 저는 그러한 고마움의 표현도 말리지만 그렇게 하셔야 본인들 마음이 편하신가 봐요.”
그 외에도 그는 재능기부로 제빵 수업을 진행하는 등의 나눔도 하고 있다. 대안학교 학생들이나 빵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이들에게 그는 아낌없이 자신의 노하우를 전한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담긴 빵
반찬가게를 운영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최수미 봉사자는 그를 이렇게 표현한다.
“워낙 호탕하시고 유머러스한 분이셔서 그런지, 제빵수업을 제안하면 언제든 흔쾌히 반응해주시면서 도와주세요. 외부와 소통하고 나누는 것을 굉장히 익숙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죠.”
건강담은 빵을 자주 찾는다는 박다솜 양도 그의 빵과 그의 나눔에 흠뻑 빠졌다.
“제가 소화가 잘 안 돼서 밀가루를 못 먹어요. 그런데 여기 빵 만큼은 소화를 할 수 있어서 자주 오게 되었죠. 빵도 맛있고, 건강해서 좋지만 더 좋았던 건 사장님의 마음이에요. 저기도 보시면 세월호 리본이 붙어 있잖아요. 저는 세월호 리본은 낮은 사람들과 함께하겠다는 마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게다가 사장님은 주변 사람들과 어려운 사람들과 빵을 자주 나누면서 빵집을 하고 계시잖아요. 집이 멀어도 이곳만 찾게 되는 이유가 확실하죠.”
그는 이제 건강한 빵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이곳을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지금은 아직 빵집이 생긴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다면 누군가의 삶을 서로 돌볼 수 있는 작업장으로 이 빵집을 만들고 싶어요. 혼자 벌어서 잘 먹고 잘 산다면 얼마나 잘 먹고, 잘살겠어요. 일은 나눠서 해야 덜 힘들고, 수익은 적게 가져가더라도 마음을 담아서 빵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과 일한다면 훨씬 행복할 것 같아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