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아주 오래된 좋은 습관 하나” [윤남순 봉사자]

“아주 오래된 좋은 습관 하나” [윤남순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8.05.24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윤남순 봉사자는 봉사 습관으로 봉사상을 몇 번이나 수상할 만큼 봉사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봉사자다. 95년부터 봉사를 시작한 윤남순 씨는 지금까지의 봉사시간이 3000시간이 넘을 정도로 봉사에 열심이었지만 그녀는 ‘단지 습관이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녀의 아주 오래된, 좋은 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윤남순 봉사자
윤남순 봉사자
봉사가 봉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윤남순 봉사자가 가장 먼저 시작했던 봉사는 마을문고의 사서였다. 당시 주민센터에서 대출반납 봉사를 하면서 봉사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동시에 안양대학교의 여성지도자 과정을 공부하던 중 생활개선 봉사단의 봉사자를 만나 봉사를 시작했다. 생활개선에서 시작한 호계동 노인복지회관, 동안구 노인복지회관 식당봉사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또한 농협주부대 26기 소속으로 석수동 요양원에서도 급식봉사를 한다.
“한 번에 저 포함 7~8명 정도가 가요. 주로 설거지나 배식, 정리정돈도 하고요. 음식 준비도 함께 해요. 예를 들어서 소화를 잘 못하시는 어르신들이 계시니까 무는 껍질을 다 깎고, 아욱은 잘게 썰어놓죠. 힘들긴 한데, 봉사자들 만나서 재미있게 봉사해요.”
동시에 포토봉사도 시작했다. 안양에 있는 500개가 넘는 단체의 센터에서 요청을 하면 지원 가서 사진을 찍고, 홍보하는 글을 남기고, 센터에 기록을 남겨주는 업무를 맡는다. 즉, 봉사단의 홍보를 도맡는 셈이다. 그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봉사인 포토봉사에서 그녀는 팀장이 되어 활동 중이다.
안양시에서 전국체전이 열리면 일주일 씩 안내와 주차봉사를 하기도 한다. 경력이 쌓이다보니 인천실내무도 아시안게임 때도 그녀가 마샬을 맡았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과거 볼링을 했던 경험을 살려 볼링 봉사자로 지원을 하기도 했다.
“안양시가 아닌 조직위원회에서 면접을 보고 합격해서 교육을 받은 뒤에야 봉사를 할 수 있었어요. 한 번 이렇게 뽑히고 나니 패럴림픽,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봉사자로 나설 수 있었죠.” 그 때 선물을 받은 메달과 사진들을 보며 그녀는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선수들이 나오면 시작하기 전에 높은 의자에 앉아요. 시작할 때는 파란색 깃발을 들고, 핀이 걸리거나 볼이 걸리면 빨간색 깃발을 들었어요. 점수 기록 전산이 있어도 기록을 따로 해요. 작년 세계 선수권대회 태권도대회 때도 나와서 선수대기실에 일반인이 들어올 수 없도록 하는 봉사를 했죠.”
장애 학생들을 위해 배움을 나누다
그녀는 별이학교라는 장애인들을 위한 학교에 가서 넷째 주 화요일마다 두 시간씩 종이접기를 가르쳐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제가 종이접기를 해보고 싶어서 겸사겸사 봉사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이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재미가 더 커요. 지체장애인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처음에는 힘들기도 했었는데, 서서히 변하는 모습을 보면 기쁘죠.”
열심히 가르치는 그녀의 모습에 혹여 지칠세라 쉬엄쉬엄 하라는 이야기까지 듣지만 그녀는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저는 가르쳐주면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성을 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해요. 그렇게 예쁘게 완성된 작품을 보고 ‘우리 엄마한테 갖다 줘야지’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 이 학생들의 부모님이 얼마나 기뻐하실까 싶어서요.”
학생들은 그녀가 오면 반기기도 하고,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그녀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고, 더 도와주고 싶다.
시간 때우기에 가장 좋은 봉사라는 습관
윤남순 씨는 처음에는 봉사를 하면서도 큰 보람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애들이 커서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어머님은 노인정에 가시니까 제가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 마을문고에서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러다 다른 봉사활동도 하나 둘 알아가면서 병행했을 뿐이에요. 봉사자들과 어울리며 좋은 일을 하는 것을 여가생활 차원에서 시작했던 거죠.”
처음에는 재미로, 시간이 지나자 자부심으로, 이제는 습관처럼 그녀는 봉사활동에 나선다.
“봉사를 오래 하게 되면 중독처럼 저절로 봉사시간에 맞춰서 장소에 가게 돼요. 뿌듯함은 예전보다 조금 줄었을지도 모르지만 약속이라는 생각으로 가서 바쁜 일이 있어도 꼭 자리를 지키죠.”
거창하게 누군가를 도우려 봉사활동을 한다기보다는 여가생활로 봉사활동을 즐기고 있는 그녀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사람이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나이 들어서 시간 때우기에는 봉사만큼 좋은 게 없어요. 남을 도와준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그냥 봉사자들 만나서 함께 한다고 생각하세요. 약속만 잘 지키고, 내가 해야 하는 일만 어느 정도 해낸다면 어느 순간 습관처럼 봉사를 하고 있을 겁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