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신자처럼, 자식처럼 매주 어르신들을 찾아뵙는 봉사단 [대한노인복지진흥회 유하비 회장]

신자처럼, 자식처럼 매주 어르신들을 찾아뵙는 봉사단 [대한노인복지진흥회 유하비 회장]

by 안양교차로 2018.03.20

유하비 회장은 종교를 갖거나 제사를 지내는 대신 어르신들을 보살핀다고 말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나의 믿음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면 살아있는 부처인 어르신들을 그 믿음의 대상으로 하고 모신다는 뜻이다. 그녀는 종교이자 일로써 어르신들을 모시며 어르신들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 되었다.
자식 대신 열어드리는 생신 잔치
유하비 회장은 처음 봉사를 시작하며 매주 월요일 몇 백 명이 되는 어르신이 드실 간식거리를 복지관에 갖다드리곤 했다. 복지관에 다니시는 어르신들 대부분은 생활이 어렵거나 가족 간의 관계가 끊긴 분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녀는 봉사를 하면서 큰 성취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저는 정말 어려우신 분들을 모시고 싶었는데, 어쩌면 복지관에 다니실 수 있는 분들은 그 정도로 힘든 분들은 아니었어요. 적어도 밖으로 나가서 활동을 하실 수 있는 분들이니까요. 또 복지관 봉사는 제가 아니어도 정말 많은 분들이 하시니까 갖다드리는 저도, 받으시는 어르신들도 큰 감동은 없었던 것 같아요.”
2006년 그녀는 유하비 사랑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봉사단을 만들어 매년 어버이날에 행사를 진행하고 노인복지관에 배식봉사와 간식지원을 하는 봉사를 시작했다. 특히 어버이날 행사는 2007년 5월 8일 첫 행사를 시작으로 최근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의왕시에서는 이 어버이날 행사가 오래되었어요. 옛날에 혼자서 시작했을 때에는 무대를 사서 만들고, 음식을 하느라 힘들었는데, 이제는 우리 단체뿐만 아니라 행정단체도 도우면서 더욱 성황리에 열 수 있었어요.”
유하비 사랑봉사단에서 두원실버 봉사단으로, 그리고 2015년 7월 10일 대한노인복지진흥회로 발전되어오면서 경기도 실버노래자랑을 개최하고, 독거노인 고희·희수·미수 잔치를 열어드리기 시작했다.
“실버노래자랑은 어르신들만 모아놓고 여는 노래자랑이 아니라 상금을 제대로 드리는 노래자랑이에요. 작년 같은 경우에는 상금이 6백만 원이었고요. 어디 가서 대우도 못 받았던 어르신들은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큰 추억거리가 됩니다. 또 어르신들을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생신에 미역국 한 그릇도 못 드시는 분들이 많아요. ‘내가 우리 엄마, 아빠 잔치 한번 열어드려야겠다’ 싶어서 매년 고희·희수·미수연을 열게 되었죠.”
자식처럼 매주 찾아뵙고 드리는 안부인사
대한노인복지진흥회에서는 이러한 이벤트성 행사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봉사가 이루어진다. 어르신들 집에 단열 에어 캡을 설치해 추운 겨울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주말과 공휴일에 도시락 배달을 하며 열다섯 분들의 안부를 여쭙고, 이야기를 나눈다. 직접 만든 도시락을 배달하면서 기존 냉장고에 반찬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고 혹시 오래된 음식이 있다면 버리고, 부족한 생활용품이 있다면 사드리고 오기도 한다.
“저희가 가면 어떤 분은 소주 한 잔을 하자고 하세요. 이분들에게는 소주 한 잔 따라드릴 수 있는 자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입니다. 저희는 이분들에게, 그리고 저희에게 이분들은 정말 부모자식간이나 다름없어요.”
여느 부모 자식 간처럼 명절에는 떡국과 송편을 만들어 찾아뵙고, 어르신들의 건강을 늘 여쭤보곤 한다.
“우리 어르신들을 보면 많은 위기를 겪으면서 직접 경험을 통해 여기까지 살아오신 거거든요. 체험을 통한 지혜로움은 무엇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공부죠. 배우는 자세로 어르신들을 대할 수밖에 없어요.”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가깝게 지내다가도 어르신들에게 큰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녀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어르신을 병원에 모시고 가더라도 제가 보호자가 될 수가 없어요. 지역단체에서 어르신들을 보호하고 있긴 하지만 명절이나 연휴, 주말에 쓰러지시면 담당 공무원이 연락이 안 돼요. 저는 자다 말고 뛰어가는데, 이미 급한 상황일 때가 많아요. 당장 수술이나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보호자가 되지 못하니까 안타깝고, 허탈하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힘든 어르신들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것, 그리고 건강하실 때 말동무나 되어드리고 건강 챙기실 수 있게 도와드리는 것 밖에 없어요.”
눈 감으시기 전 떠올리실 수 있는 추억으로 남길
처음 도시락 배달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어르신들은 봉사단을 반기지 않으셨다. 다른 봉사자들은 도시락만 전해주고 가는데 반해 대한노인복지진흥회에서는 일주일동안 있었던 일을 묻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서 번거로워하시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이들을 기다리는 건 어르신들이다.
“어르신들은 교회를 가서도, 이발소나 미장원에 가서도 저희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자주 하시고, 저희 자랑도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어르신들이 눈 감으시기 전에 떠올릴 수 있는 추억거리를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나는 자식이 없고, 사는 동안 기억에 남는 추억이 없어’보다는 ‘나한테도 자식 같은 아이들이 있고, 매주 그 아이들이 와서 같이 밥 먹고, 과일 깎아 먹는 시간이 행복했어.’라고 떠올리셨으면 좋겠어요.”
유하비 회장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상승속도 1위, 고독사 증가율 등의 통계만 봐도 어르신들의 빈곤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 현실적으로 이 어르신들을 돌보는 곳은 아무 곳도 없다고 말을 이었다.
“제가 주말이며 명절에 다녀보니까 이분들에게 찾아오는 분들이 정말 아무도 없고요. 이웃 간에도 큰 관심이 없어요. 많은 분들이 이러한 어르신들이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가고 계신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고요. 함께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져야합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