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어르신에 대한 편견, 봉사로 없앨 수 있었죠.” [민숙기 봉사자]

“어르신에 대한 편견, 봉사로 없앨 수 있었죠.” [민숙기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8.03.06

어르신들이 계신 경로당에 가서 다양한 주제로 강연을 펼치는 민숙기 봉사자는 강연을 펼칠 때마다 어르신들의 혜안에 놀라곤 한다. 봉사를 시작하기 전 ‘새파랗게 젊은 것이 나를 가르쳐’라며 호통 치실 것 같았던 어르신들은 실제로 만나보니 그녀의 말 한 마디에 웃고, 말 한 마디에 함박웃음을 지어보이셨다.
민숙기 봉사자
민숙기 봉사자
나를 성장시키는 봉사
같은 모임에 속한 한 친구가 어르신들을 위한 강연을 하러다닌다고 했다. 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차분한 모습을 보이던 친구에게 그런 용기가 어떻게 났을까 싶어 궁금했던 민숙기 봉사자는 그 친구가 했던 봉사를 함께 하면서 비로소 그 이유를 찾았다.
“이 일은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려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렇다보니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아요. 제가 우울하다면 어르신들 앞에서 아무리 기교를 부린들 다 티가 나니까요.”
경로당을 돌며 강연을 펼치는 동안 그녀는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도 처음에는 이렇게 남 앞에 서서 레크레이션을 한다는 게 걱정스러웠어요. 하지만 ‘해보고 그만 두자’라는 생각에 시작했고, 막상 시작하니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고도의 레크레이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으니까요. 이 봉사를 하면 내가 행복해지고, 내가 행복해하면 이 행복이 전달되면서 마음이 통하기 시작해요.”
게다가 한 가지의 주제로 강연을 해도 들으시는 어르신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짜야 하는 만큼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뿌듯함과 보람은 덤이다.
“봉사를 하고 나면 제가 쓸모있는 일을 했다는 느낌에 뿌듯해져요. 그래서 다들 봉사를 계속 하게 되나봐요.”
어르신들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그녀가 어르신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있듯, 어르신들은 그녀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쳐준다. 그녀의 기억에 남았던 어르신 중 한 분은 경로당의 살림살이를 맡아서 하시면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하시곤 했다. 그 분께서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이 강연을 어르신들에게 소개시켜주셨고, 많은 분들이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저희가 강의하고,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 어르신께서 저희를 재밌게 해주시고, 분위기에 맞춰서 저희를 리드해주셨어요. 처음에는 강연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어르신들도 마음이 바뀌시더라고요.”
다른 어르신들에게도 한 수 배우고 올 때가 많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주제로 강연을 했을 때 어르신들에게 물었다. “어머님, 아버님. 스트레스 많이 받을 때는 어떻게 푸세요?” 그러자 어르신들이 말씀하셨다. “너무 욕심을 부려서 스트레스를 받는거야. 욕심을 부릴수록 본인만 힘들어져.”
그래서일까 집에서도 스킨십에 인색했던 그녀는 경로당에 가면 꼭 어르신들을 안아드리고,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눈다.
“저절로 그렇게 돼요. 손을 잡으면 마음이 풀어지고, 마음이 열려요. 어떤 어머니는 뽀뽀도 해주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 어르신들이 많이 외로우셨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죠.”
어르신들에 대한 편견이 이해로
그녀보다 먼저 봉사를 시작했던 친구는 무엇이든 배우면 ‘어머님, 아버님들께 알려드려야겠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곤 했다.
“그 당시에는 저는 그 말이 이해가 안 됐어요. 할머니들이 색칠공부를 할까? ‘내가 어린 애인줄 알아?’하며 호통을 치실 것 같다고 생각했죠. 원래 어르신들에게 살가운 타입도 아니었고, 저 스스로도 어르신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어요. ‘어르신들이 얼마나 잔소리를 할까’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봉사를 시작하면서 어르신들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세대 간 갈등과 죽음에 관한 준비의 일환으로 사전의향서 등에 대해 강연할 때는 특히 조심스러웠다. 이러한 내용을 주제로 한 연극을 보여드린 뒤에는 어르신들에게 연극을 보면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으셨는지, 화가 나시지는 않으셨는지 표정을 살폈다.
“어르신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앞서 있으세요. 연극을 보면서 ‘이게 현실이야. 우리도 받아들여야 해’라고 말씀해주세요. 삶의 연륜이 있기 때문에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더 잘 알고 계신 거죠.”
이제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본 그녀에게 어르신들은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스승이나 다름없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