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전통예절에서 인성교육의 답을 찾다 [유공덕 봉사자]

전통예절에서 인성교육의 답을 찾다 [유공덕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8.02.13

왕따, 학교 폭력 등 교내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커질수록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이 때, 전통예절에서 인성교육의 답을 찾는 이들이 있다. 의왕시 내 초중고 학생들에게 예절을 가르치고 있는 유공덕 봉사자가 그 중 하나다. 그녀는 예절에 깃든 정신을 가르치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게 아이들을 이끌고 있다.
유공덕 봉사자
유공덕 봉사자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즐거움에 눈을 뜨게 하다

의왕시 예인회에서는 의왕에 있는 초중고에 매년 청소년을 위한 예절 수업을 진행한다. 주로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주는 것은 한복의 명칭과 한복을 바르게 입는 방법이다. 여기에 초등학교 1~2학년은 절하는 방법, 3~4학년은 차 마시는 법과 다식 만드는 방법, 5학년은 차 우리는 법을 알려주고, 6학년은 흔히 책거리라고 불리는 책례를 하기도 한다.
예절교육수업을 받은 아이들은 받기 전과 확연히 달라진다. 수업 중에 배운 공수인사로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해서 선생님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예절 수업때만은 부쩍 차분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유치원 아이들한테는 배꼽인사라고 가르치지만 초등학생부터는 공수인사라고 가르쳐요. 공수인사는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라고 그 의미까지 알려주죠.”
또한 서양적인 문물만 접하던 아이들은 한복입는 법과 전통놀이를 배우면서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즐거움에 눈을 뜨게 된다.
“아이들은 한복을 입어보면서 한복의 아름다움에 새삼 놀라기도 하고요. 전통놀이를 할 때도 예를 갖추며 하다보니 이기건 지건 상관없이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더라고요.”
그녀는 아이들이 ‘전통은 고루한 것이 아니라 가장 한국적인 것’이라고 느끼길 바라며 아이들을 가르치곤 한다.
“‘너희들이 아직 어리지만 한국사람이라면 한복입는 법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어르고 달래기도 하고요. 다식을 직접 다식판에 찍어보고, 직접 만든 다식을 맛보면서 전통음식에 흥미를 유발시키기도 해요. 딱딱하게 가르쳐주면 재미없어하니까요. 한 두명이라도 더 많이 수업내용을 기억하도록 눈높이에 맞춰야죠.”
성년을 축하하는 의식으로 아이들을 축복하다
성년이 된 아이들을 위해 열어주는 성년식도 예인회의 큰 행사 중 하나다. 주로 성년이 되는 나이에 신청하는 이들을 모아 기념식을 진행하지만, 학교 전체의 성년식을 책임지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고봉중고등학교다. 서울소년원인 이 학교는 평소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하지만 성년식이 있는 5월에는 예인회 봉사자들의 출입이 가능해진다. 평소 갇혀있는 생활을 하는 아이들이다보니 성년식은 다른 아이들보다도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사회에서 이렇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아이들에게 전통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니까 아이들도 참 좋아해요.”
올해로 3년째 매년 계속 되고 있는 이 성년식 행사는 기존에 이루어지는 성년식과 동일하게 진행된다. 한복을 차려입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다과를 함께 즐기기도 한다.
“처음에는 소년원에서 봉사를 한다는 것이 무섭게 느껴졌어요. 온 몸에 문신이 있는 아이들도 있었고, 뉴스에서 보던 학교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니 겁도 났죠. 그런데 가서 아이들과 대화해보면 그 아이들도 평범한 초중고 학생들과 똑같아요.”
한국의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주다
시에서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서도 예인회 봉사자들이 차와 다과 체험부스를 마련해 운영한다. 의왕시청소년수련관 내 전통문화체험관에서 아이들에게 다도를 가르치기도 하는데, 이곳에서 다도를 배운 아이들이 전국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는 경우도 흔하다.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위해서 마음이 차분해지도록 다도를 가르쳐주었을 뿐이지 상에 대한 욕심은 없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다도를 잘 하더라고요.”
다도에서 볼 수 있듯 전통을 배우면 인성교육 이상의 교육이 이루어진다. 그녀는 고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아이들에게 ‘외국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은만큼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뽐낼 기회가 많다’고 강조한다.
“외국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여한다면 한복을 입고, 우리의 정신이 깃든 아리랑을 부르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이 없잖아요.”
그 외에도 꽃을 띄우며 장래희망을 소망하는 부화, 담임선생님 안아주기, 선생님께 큰 절 드리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예인회 봉사자들은 물론 담임선생님들도 예절 교육을 받은 아이들을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곤 한다.
유공덕 봉사자는 이렇게 아이들에게 전통예절을 가르쳐주는 가장 큰 이유로 ‘인성’을 꼽는다.
“물론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 조상의 얼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예절, 즉 인성입니다. 저희는 가서 왕따에 대해서도 자주 말해요. 동문선습에 나오는 구절중에 ‘내가 귀하면 남도 귀하다’는 구절이 있어요. 하늘에서 주신 귀한 사람으로서 나도 귀하고 나만큼이나 남도 귀하다는 뜻이죠. 저는 예절이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사 잘하고,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이 예절이죠.”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