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자전거가 주인공이 되는 세상을 꿈꾸며” [이준우 봉사자]

“자전거가 주인공이 되는 세상을 꿈꾸며” [이준우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8.02.06

우리 사회는 자전거가 주인공이 아닌 자동차가 주인공인 세상이다. 좀 더 빠르게, 좀 더 폐쇄적이고, 개인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이준우 봉사자는 자전거가 주인공인 세상을 꿈꾼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면서 골목길을 걷는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돌담길에 있는 들꽃의 이름을 외우는 세상은 자동차가 주인공인 세상보다는 훨씬 행복하고 아름답지 않을까.
생활 속으로 자전거가 들어갈 수 있도록
지금으로부터 18년전, 이준우 봉사자는 우연한 기회에 자전거 교육을 시작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하는 이들이 스스로 두 발로 균형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그는 동시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전거가 생활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1세기가 되면서 모두 개별화되고 너무 빨리 달리다보니 놓치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그러한 가치들 때문에 자연과 환경의 오염, 공동체의 해체가 일어나고 있는데, 자전거로써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자전거가 도심권에서는 속도가 절대 느린 편이 아닙니다. 일반 자동차보다 효율이 높은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거나 관심을 두지 않죠.”
이를 증명하듯 설문조사에 따르면 97%는 자전거를 아예 타지 않는다. 나머지 3% 또한 생활 속에서 자전거를 탄다기 보다는 레저로 자전거를 탄다. 이러한 상황을 뒤바꾸기 위해 그는 자전거가 생활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아이들 자전거교육부터 시작해 자전거 수리 교육,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자전거 여행 기획, 아이들을 태우는 산타 자전거 썰매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처음으로 시작했던 활동은 다양한 테마의 자전거 여행이었다. 자전거 전문 단체 등에서도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는 활동으로, 여행으로 자전거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며 다양한 여행을 기획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홀로 서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할 수 있었다.
“작은 알에서 부화한 아기새는 처음에는 어미가 입에 넣어주는 음식을 먹으면서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세상을 향한 날갯짓을 하잖아요. 자전거가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요. 보통 6~7세 정도가 되면 가르쳐주지 않아도 운동감각이 있는 아이들은 자전거를 자연스럽게 타기 시작해요. 사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자기가 원하는 뜻을 갖고 스스로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자립’과 자전거는 굉장히 닮아있죠.”
청년이 될 아이들에게 자전거의 행복을 알려주다
2008년부터 YMCA와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마을에서 자전거를 타며 마을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마주치고, 이름을 기억하는 활동이 더 자전거가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방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활동 중 하나가 산타 자전거 썰매다. 크리스마스가 상상만 해도 즐겁고 행복한 날로 기억될 수 있도록 12월 23일, 그는 산타복장을 하고 거리로 나갔다. 거리에 있는 시민들, 특히 아이들을 태우고 지나가면서 행복을 나눌 수 있었다.
“그동안 봉사하는 방식에 있어서 저 스스로도 단기간에 자전거 생활화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조바심이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지금 아이들에게 자전거가 행복함으로 기억된다면 10년, 20년 뒤에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자전거를 생활화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생각하고요.”
또한 그는 스스로 아이들이 자전거를 고칠 수 있도록 대안학교 5학년 아이들을 상대로 자전거 수리교육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이 어린 아이들이 공구를 이용해 분해하고, 수리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지만 곧 그 의문은 확신이 되었다.
“아이들이 수업을 굉장히 흥미로워했어요. 단 3시간의 수업이었지만 그 뒤 아이들은 저에게 와서 자전거 고쳐달라고 하지 않고 공구 빌려달라는 말을 해요. 아이들은 자신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얻으면서 성장하는 법이잖아요. 그런데 현재의 많은 교육이 이러한 성취감보다는 경쟁심을 자극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죠.”
자전거의 가치를 실현시키다
8월에는 자전거 국토순례 여행이 펼쳐진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에 국토순례에 도전하는 아이들은 350명 가량이나 된다. 이 아이들은 7박 8일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전거를 타기 시작해 저녁 숙소에 들어갈 때까지 자전거를 탄다. 굉장히 몸이 고되고, 매 시간 도전을 요하는 일이지만 아이들은 스스로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저는 아이들과 자전거 국토순례를 할 때마다 부모님들에게 아이들을 믿어달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져요. 집에서는 철없고, 말썽꾸러기일지 몰라도 세상에 나오면 각자 자신의 목표를 위해 도전하는 멋진 아이들입니다. 거의 대부분 중간에 포기하는 일없이 꾸준히 달려나가요.”
아빠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기획했을 때 많은 아빠들도 이 사실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자전거 교육을 시킨 뒤 아빠를 초청하면 대부분의 아빠들이 굉장히 자신있게 나선다. ‘설마 내가 아이들보다 자전거를 못탈까’라는 생각을 하며 참여하지만 나중에는 ‘나도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려면 따로 연습을 해야겠다’고 말하게 된다.
그의 최종 목표는 아이들도, 어른들도 삶에서 자전거의 가치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전거로써 자연을 바꾸고, 마을 분위기를 바꾸고, 교육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에서 발견해낼 수 있는 다양한 가치를 실현시켜 더 살기 좋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