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사람의 마음이 더해지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현대케피코 나눔동아리 좋은사람들 이천화 사회복지사]

“사람의 마음이 더해지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현대케피코 나눔동아리 좋은사람들 이천화 사회복지사]

by 안양교차로 2018.01.02

이천화 씨가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 위해 만든 현대케피코의 나눔동아리 ‘좋은사람들’에서는 지역 내 저소득층, 나아가 초등학생, 고등학생으로 그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이제 빈곤국가 아이들의 교육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가 봉사를 해오며 느낀 점이 있다. 봉사에는 1+1=2라는 물리적 계산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마음과 한 사람의 마음을 더하면 두 사람의 마음, 그 이상의 기적이 만들어졌다. 내년에는 더 큰 기적을 꿈꾸는 그의 마음은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있다.
소년소녀가장 후원에서 집수리, 공부방 몰래산타, 교복마련, 아침밥까지
2000년 이천화 씨는 자신이 다니고 있는 현대케피코 내에 나눔동아리 ‘좋은사람들’을 만들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소년소녀가장 돕기 정기후원을 시작했다. 처음 14명뿐이었던 좋은 사람들은 현재 400명이 되었다. 특히 이는 현대케피코 회사 차원에서의 후원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으로 모인 동아리에서의 후원이라 더 뜻깊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 후원자들이 후원을 끊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 새로운 후원자가 생겨나지는 않지만 후원이 줄어들지는 않아요. 경기가 회복되면 또 새로운 후원자가 계속 생겨나오고. 지금까지 한 번도 그 상승곡선이 꺾인 적이 없어요. 참 감사한 일이죠.”
후원만 하던 ‘좋은사람들’은 좀 더 욕심을 내서 2005년부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집수리 활동도 시작했다.
“제가 안양공고 전기과를 졸업했는데 저희 회사에 공고출신들이 많아요. 그래서 학교에서 배운 건축, 토목, 전기를 써먹어보자는 마음으로 전문지식이나 경험도 없이 무작정 시작했어요.”
그 결과는 놀라왔다. 지역의 복지관이나 봉사단체 등을 통해 대상자를 소개받아 12년 동안 집수리를 이어오고 있으니 이미 이들의 기술은 전문가 수준에 버금간다.
집수리로 자신감을 얻은 이들은 산타로도 변신했다. 비영리단체 ‘빚진 자들의 집’에서 운영하는 공부방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이들은 케이크를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현대케피코 가까이에 있는 당정동 파리바게트를 무작정 찾아가 봉사활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후원금을 모아서 케이크를 대량으로 사고 싶은데 케이크를 저렴하게 주실 수 있냐고 물었다. 대표는 흔쾌히 이 좋은 일에 도움을 보태고 싶다고 대답했다. 신기하게도 그는 빵집을 열기 전 자원봉사로 공부방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자원봉사 선생님이었다고 했다. 대표는 후원금의 두 배 크기로 케이크를 만들어 이천화 씨에게 건넸다.
“그렇게 한 번 하고 나니까 공부방 선생님에게서 장문의 편지가 왔어요. 처음에는 이벤트성으로 시작했는데 멈추지 못하겠더라고요.”
공부방 몰래산타도 올해로 7년 동안 진행되는 이벤트가 되었다. 또한 파리바게트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당일 판매가 되지 않은 빵을 공부방에 간식으로 주고 있다. 소중한 인연이 하나 더 생겨난 셈이다. 이에 이어서 저소득층 아이들 교복마련을 위한 키다리프로젝트, 산본공고 아이들의 아침밥과 방학 맛있는 한 끼 프로젝트도 이어오고 있다.
우리나라와 관계없는 빈곤국의 아이들? 지구촌에서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
이렇게 국내 아이들과 지역 내 아이들에 대한 후원과 봉사를 이어가던 그는 문득 빈곤국가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비행기 타고 봉사활동을 할 비용이면 국내에 있는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게 낫다고들 하잖아요. 그 말에 반론을 제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도 맞는 말이고요. 그래서 직접 한 번 가서 경험을 해봐야겠다 싶어서 2011년에 처음 몽골 해외봉사단에 신청해서 해외 봉사를 다녀왔어요.”
그렇게 한번 다녀와 보니 우리나라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먼 나라의 아이들도 소중히 보듬어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전쟁고아였을 때 다른 국가들이 우리를 원조해줬어요. 그러한 국가들 중에는 지금은 빈곤국가인 나라들도 있어요. 그 원조 덕분에 우리가 일어섰으면 후손인 우리가 다시 그 나라에 갚아줘야 해요. 또 우리나라를 도왔던 나라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도와야 할 이유는 명확합니다. 지구촌에서는 우리나라만 잘 살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없어요. 마치 중국에서 기후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나라도 피해를 입듯이, 빈곤문제도 다른 나라에서 고통을 받으면 우리나라도 성장에 한계가 와요.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도 동반성장을 해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어요.”
그 뒤에도 매년 해외봉사활동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은 그는 빈곤국 아이들에게 학용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현대케피코 ‘좋은사람들’에 후원금 모집을 시작했다. 800만 원이 모였고, 이 금액으로 한 학교의 전교생에게 학용품 키트가 든 가방을 전달했다. 이 학용품에는 현대케피코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올해에는 중학교 2학년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들과 함께 스리랑카로 가서 봉사를 했다.
“처음으로 아들하고 단 둘이 9일간 같이 먹고 잤어요. 봉사하면서 따로 교육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다녀와서 보니 아이의 마음이 한 뼘 크게 자라있더라고요. 해외봉사활동도 하고, 아이와 소중한 시간을 보냈으니 일석이조였죠.”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을 주고받는 공동체
그의 도전은 넓고, 또 깊게 이어졌다. 봉사를 하면서 무언가 답답함이 남아있던 그는 뒤늦게 대학교에 입학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야간으로 꼬박 3년 반을 공부했다. 만학의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뭔가 답답한 것들이 있거든요. 이런 부분을 학교수업시간에 교수님에게 질문해요. 그러면 교수님께서 전문지식을 가지고 해법을 알려주시죠. 그러면 저는 현장에서 그 대답대로 해보는 거예요. 그 결과 값을 다음 수업에서 또 얘기해보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 이 나이에 공부가 재미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공부한 보람도 컸지만 무엇보다 보는 시각이 넓어졌다.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2018년 1월에 회사에서 지역 초등학교 아이들이 와서 할 수 있는 LED 손전등 만들기 체험학습을 기획하기도 했다. 많은 활동을 하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다보니 퇴근 후, 휴일이 즐거워졌다. 만날 사람도 많고, 갈 곳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그는 나이가 들수록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봉사를 할수록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만드는 결과 값은 무한대라는 걸 느끼게 돼요. 제가 처음 봉사를 시작했을 때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고작 조금 더 나아지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서로에게 힘을 주고, 또 힘을 받아 힘을 내는 선순환이 지속되는 공동체가 행복한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군포, 안양 나아가 대한민국, 지구촌이 한 공동체가 될 수 있겠죠.”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