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따뜻한 그림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동물을 보호해요.” [마수창 봉사자]

“따뜻한 그림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동물을 보호해요.” [마수창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7.12.12

마수창 봉사자의 그림에는 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꽃잎이 날리는 꽃길 위에 서서 웃고 있는 송아지, 때로는 솜털 위에서 그렁그렁한 눈을 올려다보는 강아지, 때로는 풀밭 위에서 아직은 어린 강아지를 돌보는 멋진 모습의 수탉이 캔버스 안에 들어차있다. 그의 그림이 판매되면 이 중 10%는 동물보호에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멀티공연에도 참가하며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동물 그림으로 동물들의 행복을 지켜주다
마수창 봉사자는 뇌병변 1급 지체장애를 안고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치료활동을 이어왔다. 그 중 그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재능을 보였던 치료활동이 그림이었다. 우리나라에 가장 오래된 장애인 화실인 소울음 아트센터가 안양에 위치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입학 즈음 시작한 미술을 지금까지 이어오며 직업은 자연스럽게 화가가 되었다.
일반 초중고를 모두 나오고, 대학에 지원까지 했던 그는 대학생이 되는 대신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꾸준한 선생님의 코치와 어머니의 관심으로, 그림에 점차 형태가 뚜렷이 보이고, 개성을 드러내게 되자 소울음아트센터에서 여는 전시회 ‘일어서는 사람들의 기록전’에서 그의 그림이 전시되었다. 또한 그의 페이스북 친구는 자신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에서 전시회를 하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내왔다. 올해 첫 개인전을 마치고, 뜨거운 반응에 연이어 가을에 한 번 더 전시회가 열렸다.
“경의선 광장을 살리고자 하는 모임에서 운영하는 공덕역 카페에서 전시를 했어요.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그림이 전시되고, 바로 판매가 되는 과정을 보는 것도 즐겁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동물보호연대 ‘카라’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동물을 좋아해 주로 동물 그림을 그리는 그는 흔쾌히 동물보호를 위해 작품 판매액의 10%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봄, 가을 두 번의 전시회에서 그렇게 기부가 이루어졌다. 이후에 속초에 있는 카페에서도 그의 개인전 ‘난 소띠야, 너는?’이라는 전시회가 열렸고, 그가 활동하고 있는 열손가락협동조합에서도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
동화 공연으로 장애인 친구들의 행복을 만들어주다
열손가락서로돌봄사회적협동조합은 뇌병변 부모들이 모여 아이들을 함께 돌보기 위해 만든 협동조합으로, 장애자녀와 그 가족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그러한 고민의 결과,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 멀티공연단 마당을 사회적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멀티동화공연이란 종이로 된 그림책을 디지털 영상 편집기술을 이용한 동영상과 음성(구연동화), 율동, 인형극 등의 다양한 매체와 결합한 공연이다. 이 공연의 주제는 ‘국적, 성별, 장애 등의 차이 때문에 차별로 이어지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다. 열손가락 장애인자립센터의 성인기 장애인들이 이 동화공연을 만들고, 준비하며 상연한다. 커리큘럼 역시 다양해서 멀티동화뿐만 아니라 율동과 인형극도 열린다.
이러한 멀티공연을 준비하는 공연단 마당은 2015년부터 예비사회적기업이 되었고, 현재 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한 과정에 있다.
‘마당’에 소속된 마수창 씨는 주로 컴퓨터 조작을 맡는다. 동화책을 사진으로 찍어서 이를 포토샵으로 옮기고, 그림마다 파워포인트로 움직임을 주는 것은 물론, 공연을 할 때 직접 영상과 음악을 시간에 맞춰 틀고, 끄는 작업도 한다.
“처음에는 수창이에게 공연 조작을 맡긴다는 게 안심이 되지 않았어요. 우리 열손가락협동조합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서요. 그런데 정말 잘 해내더라고요.”
마수창 씨의 어머니 고미자 씨는 ‘이것이 일반 초중고 과정을 통해 배운 공교육의 효과’라고 느꼈다고 한다.
장애인 친구들이 세상으로 나와 꿈을 펼쳤으면
그는 어렸을 때부터 세상에 부딪히며 살아왔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등하교를 하면서도 개근상을 타낼 정도로 성실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도 통학을 했고, 수련회며 운동회며 학교 행사에 빠진 적이 없이 참여했다. 장애학생에 대한 편의시설이 아직은 완전하지 않았던 학교에서 빡빡한 시간표에 맞춰 생활하면서도 일반 학교를 포기하고 장애인학교로의 입학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그는 지금의 열손가락협동조합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다.
“말은 안 했지만 학교생활이 쉽지는 않았어요. 학창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열손가락협동조합이 훨씬 재미있고 좋죠.”
특히 같은 장애인 친구들과 공연을 마치고 나면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과 소속감이 크기에 더욱 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열성적으로 임하게 된다.
“그림은 지금까지 해왔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고요. 이제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마당’ 활동도 열심히 할 예정입니다.”
열손가락협동조합에서는 그 외에도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며 장애 부모와 장애 아이가 재능을 발견하고, 이를 키워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고미자 씨는 이 주간보호센터를 통해 많은 아이들이 꿈을 찾고, 행복해졌으면 한다고 말한다.
“열손가락 부모들이 굉장히 열심히 노력해서 이번에 주간보호센터를 오픈했어요. 대다수의 주간보호센터는 ‘보호’만을 중점으로 두지만 저희 주간보호센터는 수창이처럼 주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업도 하고, 공부도 하고, 사회성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과 자녀를 위해 함께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