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마을에 하나씩 있는 문화사랑방에서 시작되는 평생학습 [이상희 삼성마을 5단지 작은도서관 관장]

마을에 하나씩 있는 문화사랑방에서 시작되는 평생학습 [이상희 삼성마을 5단지 작은도서관 관장]

by 안양교차로 2017.11.21

빌 게이츠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우리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었다. 나에게 소중한 것은 하버드 대학교의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었다.”라고. 큰 도서관이든, 작은 도서관이든 우리 곁에 자주 찾아갈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하버드 대학교의 합격소식보다도 더 소중하지 않을까.
작은도서관, 생활이 되다
많은 주민들에게 있어서 그렇듯 이상희 관장에게도 작은도서관의 존재는 올해 3월까지는 무의미했다.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를 다니면서 워낙 바쁜 생활을 했었기에 작은도서관을 찾을 일도 별로 없었을 뿐더러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다. 그랬던 이상희 관장이 처음 작은도서관에 대해서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은 방송통신대 학술제에서부터였다.
“매년 우수논문발표를 할 때마다 ‘작은도서관’이라는 주제가 하나씩 최우수 논문으로 이름을 올리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작은도서관이 사회적인 의미를 갖고, 기여하는 바가 큰가보구나’라는 생각은 했어요.”
하지만 아직도 작은도서관은 이 관장과는 크게 관련이 없던 논문 주제일 뿐이었다. 그런데 올해 3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이 그녀에게 ‘지금 도서관 관장을 뽑고 있는데 당신이 그 자리에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라고 말하면서부터 작은도서관은 그녀에게 생활이 되었다. 이웃에게 도서관 관장을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이 관장은 ‘관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한번 알아보자’는 생각에 작은도서관을 처음 찾았다. 그리고는 관장이 공석이라 임시로 도서관을 맡고 있던 동 대표에게 도서관장의 역할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집에 와서도 오랜 시간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관장을 맡기로 마음먹었다. 올해 2월 방송통신대를 졸업해서 무언가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던 찰나, 작은도서관을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은도서관, 평생교육의 장이 되다
관장으로서 도맡아야 하는 일은 많았다. 작은도서관 내에서 사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시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준비하고, 관장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 워크숍에도 참여해야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고민이 깊은 업무는 프로그램 준비다.
“주민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원할지 늘 고민해요. 너무 어렵거나 관심이 가지 않는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시는 분들이 줄어들 테니까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민화그리기와 요가, 오카리나 강좌, 노래교실이다. 민화 그리기 강좌에서는 지난 봄에 시작했던 모란도에 이어 화조도에 도전했다.
“민화그리기 강좌에 오신 분들은 대부분 미술을 잘 하셨던 분들은 아니죠.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오시는데 하나하나 완성시켜 가면서 뿌듯해하는 모습이 보여요.”
지금까지 에코백 만들기, 팝아트 그리기, 동전지갑 만들기, 종이접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운영하며 작은도서관은 문화사랑방으로서의 또 다른 면모를 갖추고 있다.
“저도 고등학교 가정 시간에 손바느질을 해보고 그 이후에는 처음으로 에코백 만들기를 하면서 손바느질을 해봤어요.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 모두가 자기가 해보고 싶을 것, 흥미가 있는 분야를 스스로 주도해서 배워보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이제라도 작은도서관이 소소하게나마 해보고 싶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작은도서관, 점점 더 커지다
또한 도서관에서는 ‘독서’를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올해는 경기도작은도서관협회에서 지원받아서 ‘찾아가는 작가’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세 명의 작가들이 작은도서관을 찾으며 주민들과 만남이 이루어졌지만 경기도와 군포시의지원이 없이는 계속 이어나갈 수는 없는 프로그램인지라 앞으로는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독서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제가 지금까지는 도서관 운영을 새로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내년부터는 독서 동아리를 활성화하려고 해요. 책을 한 권 읽고, 그 책에 대해서 생각을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죠.”
그녀는 삼성마을 5단지 작은도서관이 지금보다 더 많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며 욕심을 낸다.
“제가 전문사서는 아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책이 책장에 꽂혀있지 않고, 독자의 손에 갈 수 있도록 제가 중간자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적절한 때에 가장 적절한 책 한 권은 무엇보다 가치가 있으니까요. 책도 더 많이 알고, 여기에 오시는 회원 분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회원들에게 어울리는 책을 추천할 정도는 되어야겠죠?”
이 관장은 앞으로 더 많은 주민들이 작은도서관을 찾아주면 좋겠다며 말을 이었다.
“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에 ‘작은’이라는 말이 붙어서 책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도서를 빌리려면 중앙도서관이나 시립도서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작은도서관에도 신간이 들어오고, 책이 모이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책은 더 많아질 거고요.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자주 오셔서 책과도 친해지시고, 프로그램에도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가까이에서 많은 책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은 문화 접근성이 높아진 셈이다. 가까운 곳에 극장이 생기면 많은 주민들이 관심을 갖듯,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작은도서관에도 많은 주민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극장은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해도 확장되기 힘들지만 도서관은 많은 사랑을 받으면 점점 보유도서가 많아지고 성장한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