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금빛으로 빛나는 노년을 위하여” [박윤홍 봉사자]

“금빛으로 빛나는 노년을 위하여” [박윤홍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7.10.17

흔히 노년층의 흰 머리를 은빛 머리칼이라며 노년층을 실버 세대라고 부르곤 한다. 오늘의 주인공인 박윤홍 봉사자는 은빛 머리칼을 갖고 금빛 봉사를 하고 있다. 20년 동안 금처럼 가치 있게 다른 사람들을 돕자는 의미에서 이름 지은 금빛봉사예술단에 소속되어 공연으로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며 그녀의 노년을 금빛으로 물들인다.
어르신들과 아이들을 위한 재능기부
박윤홍 봉사자는 금빛봉사예술단의 창립멤버 중 한명이다. 10명 가량의 금빛봉사예술단은 요양원이나 경로대학, 장애인시설 등을 방문해 위문 공연을 펼친다. 연주부터 시작해 품바, 아코디언, 색소폰 연주, 노래, 무용, 마술, 만담에 이르기까지 종합예술을 선보인다. 10명의 나이대는 모두 실버 세대지만 그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늘 신나는 공연을 펼쳐 요양원, 경로대학, 장애인시설 등에서는 늘 요청이 들어온다. 매달 가는 곳도 있고, 비정기적으로 생일 잔치나 행사가 있을 때 가는 곳도 있어 한 달에 두 세 번, 금빛봉사예술단의 공연이 열린다.
또한 그녀는 1·3세대 동화마당이라는 봉사단의 회장이기도 하다. 1·3세대는 노년층과 유아세대를 뜻하는 말로, 1·3세대 동화마당은 실버세대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서 동화를 읽어주고, 연주와 노래를 하며 손유희, 마술, 전래놀이 등을 보여준다.
“요즘에는 핵가족이 대부분이라서 많은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접할 기회가 없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느낄 수 있도록 저희들이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마련했어요.”
12월이면 찾아가는 싼타 복장을 하고 싼타가 되어 아이들을 찾기도 한다.
그 뿐이 아니다. 그녀는 아코디언을 연주할 수 있는 재능을 이용해 경로당이나 노인대학, 요양원 등에 가서 개인연주 혹은 합동연주를 한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도움
요즘 그녀가 가장 자주 하고 있는 봉사활동은 굿윌스토어라는 중고매장에서 장애인들을 돕는 일이다. 굿윌스토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기증품 매장으로, 기업에서 후원받은 새 상품이나 개인에게 기증받은 중고물품을 판매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장애인 직원들을 고용하는 착한기업이다.
“굿윌스토어에 물품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는데, 저는 이 물품들을 선별을 해 판매를 할 수 있는 물품과 판매를 할 수 없는 물품을 분류하고, 포장하거나 진열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안양에 있는 매장은 8호점으로, 작년 8월에 생겨났다. 안양점은 1, 2층은 매장으로 3층은 창고로 이용되며, 그녀는 주로 3층 창고에서 작업을 돕고 있다. 그녀의 집에서 약 5분 거리라서 한 달에 10번에서 12번은 굿윌스토어를 가서 하루 네 시간씩 장애인들을 도와준다는 그녀는 오랜만에 금빛봉사예술단에서 느꼈던 초심을 되살려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금빛봉사예술단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는 감정을 추스르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것도 오래 보니 조금 무뎌지는 감도 없지 않아 있어요. 물론 이들을 위해서 늘 봉사해야겠다는 마음만은 여전하지만 예전처럼 봉사하고 돌아와서도 오랫동안 슬픔과 안타까움이 느껴지지는 않았죠. 그런데 굿윌스토어에서 일하면서 이렇게 예쁘고, 착한 아이들이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죠.”
어디를 가도 봉사자라는 생각으로
20년간 봉사를 하다 보니 어딜 가나 그녀를 알아보는 눈길들이 많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할머니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그녀에게 달려오고, 나이 드신 분들은 ‘공연 정말 잘 봤다’며 말을 걸기도 한다. 여기에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나 관계자로 일하는 이들, 유치원 선생님들까지도 그녀를 알아본다.
“길거리에서 저를 알아보시고 말을 건네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럴 때마다 ‘내가 어디 가서도 행동을 조심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봉사자로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기도 하고, 이렇게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봉사를 계속 지속해야겠다는 마음도 먹는다.
“봉사를 하면서 내가 알지 못하는 일이 참 많이 있구나. 바로 가까이, 내 주위에서도 내가 못 보고, 몰라서 내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런 마음으로 봉사하다보니 어느새 봉사시간으로 7,000시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그녀의 노력을 인정해 경기도에서는 우수봉사자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봉사를 중시하는 그녀에게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그녀는 앞으로도 멈출 생각이 없다.
“저는 무엇 하나 시작하면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에요. 봉사를 시작했으니 끝까지 열심히 이어나가야죠.”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