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다문화가정이 우리나라에 적응해나가기 위해서는 길동무가 필요합니다.” [한애숙 다문화주부클럽회장]

“다문화가정이 우리나라에 적응해나가기 위해서는 길동무가 필요합니다.” [한애숙 다문화주부클럽회장]

by 안양교차로 2017.07.18

한애숙 회장은 중학교 때까지 섬에서 나고 자라다가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서울로 올라왔다. 동시에 그녀는 자신이 서울에서 타지 태생의 이방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느꼈다. 외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녀는 고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그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을 가까이에서 도와주던 친구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활동으로 다문화가정의 자존감을 높이다
한애숙 회장은 어린 시절 ‘소속감’이 가치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타국에서 살아가는 다문화가정이 더 눈에 밟혔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2006년에 제주도에서 다문화가정과 함께 하는 2박 3일간 심리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다문화가정이 겉으로는 가정의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타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부부는 군포에서 다문화가정 부부심리상담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이전까지 그녀가 몸담고 있었던 사단법인 봉사단체 대한주부클럽 내에서 그녀가 다문화가정을 돕는 활동을 시작하자 그 모습을 본 회원들은 다문화활동을 본격적으로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대한주부클럽은 다문화주부클럽으로 옷을 갈아입고 더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다문화가정과 함께 하는 풍물단을 시작으로, 점차 활동영역을 넓혀나가 군포시에만 약 700여 명의 이상의 재능기부자들이 참여하는 꽤 규모가 있는 봉사단체로 성장하게 되었다.
다문화주부클럽은 크게 네 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가정상담을 맡아 하는 느루와르상담파트팀, 두 번째로는 교육사업을 하는 페스탈로치의정원팀, 세 번째로는 사회봉사를 하는 어깨동무팀, 네 번째로는 후원사업을 하는 키다리아저씨팀이다.
가장 주된 활동 중 하나는 ‘친정부모 의형제 맺어주기’로 친정이 너무나도 먼 결혼이주민들에게 친정엄마를 만들어주는 활동이다. 다문화가정과 친정부모 가정이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면서 다문화가정 내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다문화가정은 물론 친정부모 가정까지 힘을 모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교육사업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교실을 열어 벌써 두 번이나 사진 전시회를 열었고, 악기와 합창 등 음악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작년 1월에는 다문화오케스트라도 창단해 군포시민예술회관 철쭉홀에서 제 1회 정기연주회도 열었다.
“다문화 가정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존감이에요. 각자가 사진을 찍어 작품을 남긴다는 것, 악기 하나씩 다룰 수 있다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더라고요.”
봉사활동으로 다문화가정의 행복을 키우다
다문화가정으로서 받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베풀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작년 4월에는 군포경찰서와 함께 다문화치안봉사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군포시 크린누리 활동에도 동참해 우리 동네의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도 하고 있다.
한국의 흙을 체험할 수 있도록 200평 규모의 주말농장을 함께 일궈내는 활동도 봉사활동의 하나다. 이곳에 감자와 고구마를 심어 한 해 수확물이 나오면 이는 미혼모센터와 지역아동센터, 독거노인들에게 직접 전달하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봉사의 즐거움을 알게 된 다문화봉사단은 설에는 김치만두를 만들고, 가을에는 송편을 빚어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먹으며 한국의 정을 나눴다.
한편 다문화 가정이 모국의 전통을 잊지 않기 위한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나라별 소모임을 만들어 모국의 전통음식을 함께 즐기고, 모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기도 하고, 미술대회를 열어 국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도 한다. 지난 번에는 ‘몽골’을 주제로, 몽골의 전통주거방식인 게르와 말 타는 방식, 징기스칸 어머니의 양육방식 등을 배우고, 몽골 잔칫상에는 꼭 올라간다는 양고기가 들어간 튀김요리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더 의미 있었던 활동은 몽골에서 구전되는 자장가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악보를 만들어 함께 불러봤다는 것. 몽골에서 온 이주민들은 눈시울이 붉어지는 벅찬 경험을 했다.
다문화가정 봉사활동으로 편견을 지우다
그녀는 만약 다문화가정과 이렇게 가깝게 지낼 기회가 없었다면 그녀 자신도 다문화가정에 이중적인 잣대를 가졌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함께 오랜 시간 함께 하다 보니 다문화가정도 모두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죠. 그래서 함께 자주 어울리는 경험이 필요해요.”
또한 그녀는 다문화가정 모두가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산인데 존중받지 못해 안타깝다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저는 엄마들에게 늘 ‘모국의 언어를 꼭 가르치라’고 강조해요. 이중언어를 사용할 수 있고, 양국의 문화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자녀로 키운다면 이는 다문화가정에도 자랑거리지만 국가적으로도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 엄마 나라의 언어로 말하기대회, 글쓰기대회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녀는 많은 문화가 뒤섞이고 있는 지금 우리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우리 사회가 다른 국가들의 문물이 들어와서 잠시 혼란스러운 상태잖아요. 그런데 이 상황에서 마음의 문을 닫고, ‘너희가 우리나라에 온 것이니 무조건 우리나라의 문화를 따라야 해’라고 강요하는 자세보다는 서로의 문화를 배우는 자세로 다문화를 대했으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서는 한번 이벤트로 강사를 모셔서 강의를 듣거나 이민자들을 위한 축제를 여는 것보다는 아주 느리더라도 천천히 생활에서부터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야 해요. 이는 이민자들을 행복하게 하는 동시에 우리나라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이에요.”
이민자가 아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그녀의 말은 이민자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위로가 되는 한마디였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