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술은 취하기 위해서가 아닌 사람들과 즐기기 위한 것.” [가양주작 김은성 대표]

“술은 취하기 위해서가 아닌 사람들과 즐기기 위한 것.” [가양주작 김은성 대표]

by 안양교차로 2017.01.17

마을사람 25명이 모여 만든 작은 술집에는 술이 조용히 익어간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맛이 좋고, 몸에도 좋은 술 한 병을 나누며 정도 나눈다. 직접 양조장에서 술을 만들어 판매하기에 믿을 수 있고, 취하지 않아도 기분이 절로 난다. 군포대야미마을기업인 가양주작에서는 아주 오래 전, 정감 넘치던 마을 주막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마을
작년 8월 19일에 개업한 가양주작은 재작년 8월부터 시작된 술을 빚는 동아리에서 나왔다. 둔대초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며 도농복합체 마을인 대야미 마을에는 젊은 학부모들이 모였다. 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학교에서만 배울 것이 있는 게 아니라 마을에서도 배울 것이 많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배울만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되어야 하고,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선행되어야 했다.
그러자 둔대초등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들의 어머니들은 학교 운영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아버지들은 둔대초등학교를 사랑하는 아버지들의 모임, 둔사부를 만들어 마을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중 하나가 가양주작이라는 동아리였다. 처음에는 술을 빚는 과정을 배우고, 좋은 술을 빚어 나눠 마시는 것으로 만족했던 가양주작은 시간이 지나며 제대로 양조장을 꾸려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판매도 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마침 마을기업으로 꾸려나가던 반찬가게와 식당이 폐업을 하게 되었고, 가양주작은 실패했던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희망을 키워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미 두 번 마을기업의 실패를 맛봤던 마을협동조합에서는 쉽게 이를 동의할 수 없었다.
여러 번의 설득과 토론 끝에 결국 가양주작은 대야미역 주변에 자리를 잡고, 마을 사람들의 손을 빌려 실내 인테리어를 직접 꾸몄다. 생막걸리와 어울리는 실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 나무로 된 데크를 만들고, 수제전통한지를 이용한 도배와 조명을 마련했다. 벽에는 마을 사람들의 작업물들이 걸려있고, 무대에는 밴드와 기타 동아리가 올랐다.
마을의 건강을 지키는 가양주작
현재 가양주작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은성 대표는 8년 전부터 혼자서 술을 담가 오고 있었다. 그 맛을 인정받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술맛이 좋다는 말을 듣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강좌를 개설해 술 빚는 법을 많은 이들과 나눴다. 수강생들은 정성스럽게 술을 빚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꼈고, 지금까지 마셔온 술과 전혀 다른 맛을 가진 생막걸리에 빠져들었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술은 첨가물이 굉장히 많이 들어있습니다. 소주는 일반적으로 90도 정도 되는 주정을 물에 희석해 20도 정도로 만든 뒤, 단맛을 내는 아스파탐을 섞습니다. 아스파탐은 GMO, 즉 유전자변형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젓가락으로 한번 찍어서 아주 많은 양의 술에 넣어도 굉장한 단맛을 냅니다. 즉 소량으로 굉장한 단맛을 낼 수 있어 많은 주조 과정에서 쓰이고 있죠. 하지만 아스파탐이 이렇게 쓰이게 된 지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유해정도가 밝혀지지 않았기에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상황이죠.
유통되고 있는 막걸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막걸리는 누룩을 쓰지 않고 효모를 정제해서 한 가지 가장 강력한 효모만을 살립니다. 하지만 가양주작에서 직접 만드는 생막걸리는 전통누룩을 사용해 60가지가 넘는 효모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60개가 넘는 맛과 향이 납니다. 복잡하고, 재미있죠. 이를 드시는 분들도 다채로운 맛에, 술맛이 좋다는 표현을 하시고요.“
그렇기에 전통방식으로 막걸리를 담가 오던 그는 기회만 된다면 건강하고, 맛 좋은 술을 더 많이 대량생산할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었다. 어쩌면 가양주작은 그런 기원을 이루기에 더할 나위없는 기회였다.
마을을 일으키는 마을 기업
현재 가양주작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은성 대표는 가양주작이 마을 활성화를 위한 초석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마을협동조합은 늘 재정적인 문제가 따라와요. 그런데 누구도 큰 돈을 내주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안정적인 재정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서 마을기업은 반드시 필요해요. 또 가양주작은 마을 사람들이 편하고,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도 있습니다. 결국은 서로 자주 만나야 공동체가 형성되니까요. 앞으로도 마을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아지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기에 덧붙여 가양주작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마을에 환원될 수 있는 영업이익이 늘어난다면 청소년이 모이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공간은 지금도 있지만 완전히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라고는 보기 힘듭니다. 어른들의 입맛에 맞는 공간은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청소년들이 모여서 무엇이든 자신들이 원하는 활동에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물론 그 이후의 목표도 이미 세워져 있다. 요양원을 만들어 마을 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 즉, 청소년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아를 찾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활동이었다. 마을협동조합은 마을에서 태어나 마을을 통해 자라고, 마을에서 함께 늙어가는 꿈을 조금씩 실현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저희는 가양주작을 프랜차이즈로 만들 생각은 없지만 다른 마을에서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마을 기업을 고려하고 계시다면 저희가 가진 많은 노하우들을 전수하고 싶습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