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책을 통해 얻은 즐거움, 문화소외계층과 나눠요.” [책두레 송경득 대표]

“책을 통해 얻은 즐거움, 문화소외계층과 나눠요.” [책두레 송경득 대표]

by 안양교차로 2017.01.10

독서의 즐거움은 굉장히 크다. 좌절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기도 하고,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위로를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책을 읽기에 쉽지 않은 환경이라면, 혹은 누군가가 읽어주는 책에 더 잘 빠져들 수 있다면 누군가의 낭독이 독서의 즐거움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배워서 남 주기
낭독 문화봉사 교육을 받은 50세 이상 회원 23명으로 이루어진 책 두레는 햇수로 6년째, 만으로 5년동안 지역아동센터와 양로원에서 책을 읽어주며 독서의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평생학습관에서 낭독문화봉사를 위해 낭독을 배운 이들은 7월부터 9월까지 꼬박 두 달간 교육을 받았다. 교육이 끝난 뒤에는 현장에서 3개월간 활동이 이어진다. 원래 이렇게 5개월간의 활동이었던 이 프로그램을 오 년동안 이끌어온 것은 배운 것들을 더 나누고 싶은 마음 덕분이었다.
“활동이 끝나고 나니 너무 아쉽더라고요. 배운 것도 아깝고요. 그래서 낭독봉사를 배운 사람들끼리 모여 활동을 이어나가자는 의견이 모였어요.”
꽤 오랜 시간 봉사를 이어오는 모습을 보며 주변에서는 책두레에 들어오는 방법을 묻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낭독문화봉사 수업을 듣고, 현장에서의 경험이 있는 이들만 책두레의 회원으로 받기에 많은 인원을 충원하거나 짧은 시간 내 사람들을 모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매년 12월, 강좌가 끝나는 달에는 책두레로 신입회원이 꾸준히 들어와 23명에서 25명의 회원 수가 늘 유지되고 있다.
목소리로 전하는 감동, 대화로 이루는 소통
흔히 낭독봉사라고 하면 글을 읽을 수 없는 아동이나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두레는 초등학생들이 모인 지역아동센터와 어르신들이 계신 양로원을 돌며 책을 읽어준다. 글을 읽을 수 있는 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유는 낭독이 단순히 책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이 책을 읽어줄 때 책 읽어주는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서 더 많은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고 해요.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들이 같이 책에 퐁당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서 이 효과는 늘 몸소 느끼죠. 그리고 책 낭독이 끝난 뒤에는 책을 통한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고 있어요. 책놀이 활동을 통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이해하면서 얻는 즐거움도 커요.”
특히 책 놀이를 하며 아이들과 어르신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희망을 키워주고, 어르신들을 위로해주는 것도 책두레의 몫이다. 하루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책놀이로 도화지에 자신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려보도록 했다. 한 아이는 자신을 도화지 구석에 아주 작은 점으로 찍었다. ‘왜 우리 친구는 이렇게 점으로 표현했어?’라고 묻자 아이는 ‘자신은 다른 사람들 눈에 띄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송경득 대표는 ‘다시 크게 그려볼까?’라고 아이의 생각을 억지로 고치는 대신 ‘그럼 우리 친구는 나중에 아주 작은 로봇을 만들어서 아픈 사람의 병을 고쳐주는 일을 해도 잘하겠다’라며 아이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 이후로 그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주기 시작하며 아이와 많은 대화를 시작했음은 물론이다.
양로원에서 어르신들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추석이 지난 뒤에 보니 어르신들은 바빠서 자신을 찾아오지 못한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차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그런 어르신들에게 우리 다같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 이름을 크게 불러보자고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16분의 어르신들은 저마다 자식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셨다. 양로원 내에서 다른 어르신들에게 자식에 대한 그리움마저 쉽게 말할 수 없던 어르신들은 응어리진 마음을 그 몇 분간의 외침으로 풀 수 있었다.
매년 발전하는 책두레에 초대합니다
단기프로그램에서 봉사동아리로 활동영역을 한 단계 높였던 송경득 대표는 이제 다시 한 번의 업그레이드를 꿈꾸고 있다. 지난 12월 책두레를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한 것이다. 그동안 교통비 지급도, 활동비 지급도 없어 매년 3만원씩 회비를 모아 운영했지만 이제는 법인으로 등록해 교통비와 활동비가 지급되어 회원들의 활동이 좀 더 편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또한 12월, 이들이 모여서 늘 지속해오던 스터디에서는 낭독회가 열렸다. 그동안 낭독회를 하자는 의견은 많았으나 이번 연말에 드디어 그 소원을 이뤘다. 낭독회를 실제로 해보자 많은 자신감이 생겼고, 이제 회원들은 낭독극을 연습해 특별한 날, 기관에서 공연을 해보자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송경득 대표는 내년에 더 풍성해질 책두레 활동에 더 많은 이들이 모였으면 좋겠다며 내년 소원을 말했다.
“퇴직하신 분들은 그동안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많은 시간을 쓰셨겠지만 그 외 부분에는 시간을 많이 못 쓰셔서 남은 에너지를 어느 곳에 쏟아야 하나 갈피를 못 잡고 계실 수 있어요. 그런 분들이 오셔서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활동에 동참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선진국일수록 봉사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잖아요. 내가 남아서 넘칠 때 봉사를 한다는 생각대신 지금 현재 내가 가진 시간과 열정을 나누는 것이 진짜 봉사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게 되셨으면 좋겠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