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빨간우체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박미경 봉사자]

"빨간우체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박미경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6.11.15

안양우체국 봉사단 빨간우체통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박미경 봉사자가 함께 한다. 빨간 우체통이 목욕봉사나 환경 정리, 목욕 봉사를 하는 동안 박미경 봉사자는 장애인들을 위한 따뜻한 한 끼를 만든다. 그동안 집안일에는 서툴러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던 빨간우체통은 박미경 봉사자와 함께 봉사를 시작하며 비로소 완벽해졌다.
빨간우체통과 함께 걸어온 5년
박미경 봉사자가 빨간우체통과 함께 봉사를 시작한지는 5년. 빨간우체통이 봉사할 때마다 그녀도 늘 함께한다. 빨간우체통의 임영선 회장은 박미경 봉사자를 ‘자기 일처럼 늘 열정적으로 봉사를 하시는 분’이라며 ‘그동안 요리를 잘 하지 못해 점심 식사가 늘 고민이었는데 박미경 봉사자의 도움으로는 이제 그런 걱정을 덜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반대로 빨간우체통에서 함께 봉사하는 집배원들을 통해 봉사와 책임감에 대해 늘 배운다고 고백한다.
“빨간우체통 집배원 아저씨들이 마음이 참 따뜻하세요. 봉사활동을 하러 가셔서도 늘 도와줄 일은 없는지 세세하게 챙기시면서 책임감 있게 봉사를 하세요. 사실 정말 바쁘신 분들이잖아요. 그런데 그 바쁜 와중에서 시간을 쪼개서 봉사를 오시는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기에 봉사는 더욱 즐거웠다. 매달 첫째 주 토요일이 되면 박미경 봉사자의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약속이나 학원보다도 봉사활동을 기대했고,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매달 첫째 주 토요일만 기다려요. 예를 들어서 저번 달에는 희망세움터에서 체육대회 일정이 있어서 봉사를 못 했거든요. 그럴 때마다 아이들도, 저도 안타까움이 앞서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와 아이들이 이렇게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참 행복한 일이더라고요. 봉사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안타까움을 가지지도 못했겠죠.”
아주 가끔이라도 개인적인 일로 봉사활동을 못 가게 되면 여간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온 듯한 찝찝함과 함께 아쉬움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감사한 마음, 봉사로 보답하고파
박미경 씨는 큰 아이를 갖게 되면서 봉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이에게 고마울 때마다 봉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막상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래서 정기후원을 통해서만 어려운 이웃들에게 마음을 전달했다.
그러던 중 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의무봉사활동을 할 만한 곳을 알아보면서 빨간우체통을 알게 되었다. 큰 아이 친구들의 엄마들과 큰 아이 친구들, 작은 아이까지 꽤 많은 인원이 빨간우체통이 가는 곳마다 함께 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저희는 봉사를 하면서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청소하고, 밥 차려주는 건 주부라면 평소에 하는 일이니까요. 게다가 저는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어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힘들지 않았어요. 그리고 봉사활동을 가면 순수한 아이들을 보며 오히려 제가 많이 배워요.”
그녀는 이렇게 봉사의 기회를 준 아이들과 빨간우체통이 감사하다며 말을 잇는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가끔 자신의 아이들에게 정말 고마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내가 받은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어떤 계기가 없으면 봉사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데 저는 정말 좋은 기회에 이렇게 봉사를 하게 됐어요.”
박미경 씨의 아이들도 그녀를 닮아서인지 봉사활동에 많은 흥미를 갖고 있다. 큰 아이는 빨간우체통 이외의 봉사활동도 병행하고 있고, 작은 아이의 경우에는 바이올린 선생님과 함께 봉사를 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배운 ‘장애인을 대하는 바른 눈’
그녀는 봉사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장애인을 대하는 바른 눈’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사실 저를 포함한 저희 세대는 장애인을 약간 삐딱한 눈으로 봤던 것 같아요. 뭔가 나와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쉽게 가까이 갈 수 없었어요. 그런데 봉사를 하면서 이 아이들도 우리 아이들과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솔직히 처음에는 우리 아이들은 건강하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어요. 이 생각을 큰 아이에게 말했더니 큰 아이는 저보고 ‘엄마가 좀 못된 생각을 한 것’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때 큰 아이가 저보다 장애인을 대하는 시각은 훨씬 성숙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아이들은 편견 없는 눈으로 장애인을 한 인격체이자 자신의 친구로 온전히 받아들였다. 어딘가로 함께 놀러 가면 핸드폰으로 사진을 함께 찍거나 자주 대화를 나누며 진심으로 즐거워했다. 아이들에게 장애인은 ‘조금 생활이 불편해서 도와주어야 하는 친구’일뿐 봉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학교 교육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학교에서 다운증후군 아이들을 ‘염색체 하나만큼의 행복을 하나 더 가진 아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게다가 이렇게 의무 봉사 시간이 있으니 그만큼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많고요.”
그녀는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의무봉사시간을 지키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꼭 함께 봉사활동을 하라는 조언을 한다.
“아이도 엄마도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생각하는 것이 참 많이 달라져요. 엄마들도 본인 스스로 내가 무언가를 했다는 뿌듯함을 크게 느끼게 되실 거예요.”
이렇게 봉사를 하면서 봉사의 기회를 열어준 빨간우체통과 아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더 커졌다는 박미경 봉사자. 그녀는 자신처럼 봉사활동의 기회에 목마른 학부모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