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내가 아주 조금 나눈 마음이 받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김인경 한의사]

“내가 아주 조금 나눈 마음이 받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김인경 한의사]

by 안양교차로 2016.07.27

김인경 한의사는 기부와 봉사만큼 효율적인 활동은 없다고 말한다. 나에게 만 원은 크지 않은 돈이지만 더 어려운 이웃에게 만 원은 큰 도움이 되고, 나에게 진료는 대수롭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된다고. 자신이 나눈 것이 너무 조금이라서 감사의 마음을 받을 때마다 오히려 황송한 마음이라는 김인경 한의사는 그래서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큰 고민 없이 손을 내민다.
경기도 착한가게 1호점의 영광을 차지하다
지난 2009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전국 규모로 신청을 받아 지정했던 ‘착한가게’가 경기도, 서울 등 지역별로 분류되면서 김인경 한의사가 운영하고 있는 예인부부한의원은 경기도 착한가게 1호점으로 지정되었다. ‘착한가게’는 매달 매출액 중에서 일부를 기부하는 가게로, 예인부부한의원 앞에는 착한가게 1호점이라는 현판이 빛나고 있다.
“제가 여기서 한의원을 한 지가 13년 정도 됐는데, 처음 한 5년은 자리 잡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또 젊었을 때였기 때문에 기부에 대한 생각이 무르익지 않았고요.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고 자리를 잡고 나서는 기부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연예인들이나 운동선수들이 기부하는 모습이 매스컴을 통해서 보도될 때마다 참 좋아 보이고요. 그래서 저도 소액기부를 신청을 했는데 때마침 경기도 착한가게 1호점이 되었죠.”
하지만 경영상황은 좋을 때도, 어려울 때도 있는 법. 어려울 때에는 소액기부를 철회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한다.
“큰 금액이 아니고, 소액기부를 자동이체로 해두니까 평소에는 잊어버리고 살죠. 매달 고지서가 오면 낼 때마다 고민할 텐데 자동이체로 해두면 빠져나가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기도 해요.(웃음) 물론 경영이 어려울 때는 자동이체를 끊고 싶은 유혹도 있죠. 그런데 그때 바로 철회 전화를 하지 않으면 또 다음 달로 넘어가고, 그러다보면 상황이 나아져서 그 정도 금액은 부담스럽지 않고요.”
또한 정기적인 소액기부 외에도 요청이 있을 경우, 비정기적인 기부를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독거노인 할머니, 할아버지들 수의를 미리 맞춰드리는 행사에서 예산이 부족하다는 복지관의 전화에 수의 두세 벌 맞출 금액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아프고, 힘든 이들은 어루만지며 의술을 펼치다
김인경 한의사는 소액기부에 이어 재능봉사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시간과 여건이 될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의료봉사나 의료강좌를 다니고, 할머니·할아버지들 제주도 여행이나 불우이웃을 위한 김장 행사 등 의료분야 외 행사에도 꾸준히 참석해 일손을 돕는다.
“솔직히 기부는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상황이 안 되면 못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제가 가진 의술을 이용해서 하루 몇 시간 정도 봉사하는 건 부담이 덜하더라고요.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1년에 몇 번 행사 있을 때 가는 것뿐이라서 칭찬받기 부끄럽네요.”
하지만 복지관에서 한의원에 연결해준 이들의 진료도 맡아서 보고 있으니 정기적인 봉사도 하고 있는 셈.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은 도와드리려고 하죠. 침은 보험이 되서 제가 함부로 깎아드리기는 힘들지만 처방은 비보험이 가능하거든요. 두 세달 정도는 무료로 한약을 드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어요.”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녀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이들이 이미 여럿이다. 무릎이 아파 제대로 걷지 못하셨던 어르신들, 알코올 중독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 가정폭력으로 우울증이 심한 이들 모두가 그녀의 의술로 큰 도움을 받았다.
“어르신들 같은 경우는 처음에 여기 오실 때는 택시타고 오시고, 지팡이 짚고 오시거든요. 게다가 바로 한의원 앞에 있는 도로가 10차선이 넘다보니까 건너오기 힘들어 하세요. 걸어오시는 중간에 신호가 바뀌기도 하고, 누군가가 부축해줘야 겨우 건너오시고요. 그런 분들이 이제는 지팡이 없이 오시고, 횡단보도를 어렵지 않게 건너게 됐다고 하실 때 가장 기쁘죠. 알코올중독이나 우울증으로 오셨던 분들도 처음보다 훨씬 안정되신 모습으로, 이제 미래를 생각하시면서 취업 알아본다고 하실 때 참 뿌듯해요.”
그녀는 자신이 다른 직업이 아닌 한의사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자신이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은 직업적인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을 잇는다.
“사실 제가 양방의였다면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기는 힘들었겠죠. 본인 전공이 정해져 있는데, 전공 외 과목을 진료하기에는 어려우니까요. 한의사는 그런 면에서 모든 병에 접근하기가 좋아서 양방의보다도 조금 더 봉사하기가 쉬운 것 같아요.”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아주 조금씩만 돕는다면
그녀는 이렇게 다방면으로 기부와 봉사를 이어나가면서도 진료를 보고, 위로를 해드리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을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을 보면, 건강과 금전적인 어려움 외에 가정환경의 문제를 안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치료를 해드리고, 상담이나 위로는 해드려도 이런 가정 내 문제를 해결해드릴 수가 없어서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건강이나 금전적인 어려움은 저도 도와드리고, 다른 분들께서도 도움을 주시면 많이 회복할 수 있지만 가정 내 문제는 그렇게 회복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녀가 할 수 있는 한 더 많은 봉사를 하기 위해 자녀가 자라는 대로 정기적인 의료봉사를 시작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봉사를 하면서 느꼈던 감사함이 컸기 때문이다.
“제가 가진 것들을 칭찬받기도 민망할 만큼 아주 조금 나눠드렸는데 받으시는 분들에게는 이 작은 마음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더라고요. 오히려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으면 제가 황송할 지경이죠. 이렇게 각자의 위치에서 아주 조금씩만 나눠주면 서로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뉴스에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분노범죄가 자주 보도되는데요. 이렇게 어디에서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고, 길을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조금씩 이렇게 나누는 사회가 되면 사회 분위기 전체가 좀 더 너그러워 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도와드리는 분들은 보람을 느끼고, 도움을 받으시는 분들은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희망을 받고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