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인생을 헛살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박광길 봉사자}

“봉사활동을 하면서 인생을 헛살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박광길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6.05.19

우리의 삶은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 빨리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행운아들은 살아가면서 문득 문득 찾아오는 공허함을 이겨낼 만한 힘이 있다. 이번에 만난 봉사자 또한 봉사를 시작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되었고, 누구보다도 알차고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다
박광길(76)씨는 현재 호스피스봉사단에 소속되어 있는 한편 율목복지관에서 일주일에 네 번씩 도서관 봉사를 하고 있다. 그가 처음 봉사를 시작한 건 2012년도 간암으로 투병중인 친구를 병문안 하러 갔다가 지인을 만나고부터였다.
이전부터 그는 호스피스 봉사를 알고 있었다. 교회에서 호스피스 봉사에 대해 여러 번 들었기 때문.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다른 사람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듣고는 흘려버렸다. 하지만 병문안에서 지인을 만난 뒤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저도 남은 인생 제 지인처럼 이렇게 알차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라고요.”
그 뒤 그는 일 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있는 호스피스 교육 개강을 기다려 교육을 수료하고 바로 봉사를 시작했다.
“호스피스 봉사를 가면 주로 목욕을 시켜드리고 마사지를 해드려요. 그런데 단순히 건강한 사람들을 마사지해서 피로를 회복하게 해주거나 근육을 풀어주는 게 아니라 아프신 분들이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해드리는 거라서 처음에는 정말 쉽지가 않더라고요. 마사지를 받으시면서 아프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그 후 벌써 4년 그는 이제 익숙해진 마사지 솜씨로 암환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봉사를 하면서 그는 편찮으셨던 부모님을 떠올리곤 한다. ‘부모님께도 한번 해드렸으면 자식이 효도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가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봉사를 갈 때마다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는다.
그에겐 호스피스 봉사를 하면서 배운 것이 또 하나 있다.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하는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은 호스피스 봉사에 관한 공연을 하는 마샬연극단으로도 활동한다.
“생전 그런 걸 해본 적이 있어야죠. 감독한테 야단 맞아가면서 연기를 배워서 연극을 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공연을 보는 입장에서는 ‘선배들이니까 당연히 연극을 잘 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후배들이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기를 배워서 하는 거죠.”
매일 봉사하는 삶을 시작하다
그렇게 호스피스 봉사를 하던 그는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호스피스 봉사를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한편, 일주일에 고작 한 번 하는 봉사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께 교회에서 위탁해서 운영하는 복지관에서 배식봉사를 매일매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목사님은 배식봉사대신 도서관 봉사를 그에게 부탁했다. 그래서 그는 목요일에 도서관에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를 제외한 월화수금 10시부터 2시까지 도서관에서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저는 여태 우리 아이를 키우면서 이렇게 도서관을 와본 적이 없었는데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하잖아요. 어려서부터 책을 보는 아이들보면 자랑스럽기도 하고, 보람도 느끼죠.
봉사가 자랑거리가 아닌 보람이 되도록
봉사를 하다보면 수혜자들의 반응도 모두 제각각이다. 봉사로 와서 마사지를 해주는데도 간병인을 대하듯 ‘안마가 시원치 않다’는 말을 내뱉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니까 나 스스로 저런 말들도 다 소화를 해야겠구나 싶어요. 반대로 내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힘이 있고 하고 싶어서 어렵지 않게 하는 일인데 ‘고맙습니다’라고 좋은 말씀 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러면 엔도르핀이 나오죠.
반면 호스피스 봉사는 봉사를 하면서 마음 아픈 일이 많이 생긴다. 일주일에 한 번 호스피스 봉사를 하다 보니 일주일 전에 뵈었던 분이 돌아가시기도 하는 것. 그나마 임종하실 때 웃으면서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편안하게 가셨다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인다. “봉사는 본인이 그 필요성을 느껴야 해요. 저처럼 기회가 있어서 그 필요성을 느낀다면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거고, 아니면 못하는 거죠. 다만 이런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해요.
악한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악한 사람도 좋은 환경에 있다면 좋은 사람이 되잖아요. 악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주변에 봉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한번쯤 봉사활동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거예요. 저만해도 칭찬릴레이 이전 주자였던 우용호 씨를 보면서 굉장히 많이 자극을 받았어요. 나 같은 사람 수 백 명이 있어도 못 당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더 봉사를 열심히 하죠.
다만 봉사를 하면서 이게 자랑거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봉사를 하면서 그게 제일 두렵더라고요. 나중에 지난 세월을 돌이켜봤을 때 조금이나마 헛살았다는 생각이 안 들도록 하겠다는 다짐으로 봉사를 계속 해나가고 싶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