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어요.” [안양예절강사회 김지연 회장]
“공부하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어요.” [안양예절강사회 김지연 회장]
by 안양교차로 2016.03.29
삶은 세상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들 말하지만 우리를 되돌아보면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살아가는 날들이 훨씬 많다. 예절도 처세술의 일종으로 생각할 뿐, 이것을 인성이라고 배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절수업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인성, 자녀의 인성, 가족들과 친구들의 인성까지 바꾸게 한다.
봉사가 아닌 인생 공부
안양예절강사회는 안양시에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생활예절, 학교 예절, 인사 , 절, ‘구용구사(바른 마음 가짐, 바른 몸가짐), 한복 바르게 입기, 다례, 등에 관한 예절 수업을 하는 강사들이 모인 봉사조직으로, 김지연 씨(48)는 13년간 안양예절강사회에서 활동하며 현재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건 봉사라기보다 제 인성 공부, 인생 공부라고 생각하면서 다녔어요. 그래서 매주 목요일이면, 수업 의뢰가 들어오면 당연히 가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저는 예강회(안양예절강사회)를 다니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내 아이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고요. ‘일주일동안 내가 이런 점이 부족했구나’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게 되었죠.”
예강회가 처음 생긴 건 지난 2002년 10월 28일로, 지금까지 15년이 지나는 동안 회원 수는 67명 정도로 늘어났고, 단순히 학교에 찾아가 예절 교육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여름에는 ‘인의예지’라는 방학프로그램을 운영하고, 5월이면 성년식도 진행한다. 인의예지 프로그램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방학 중에 예절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고, 성년식은 성년 나이라면 누구든지 이전에 성년식을 받지 못했다면 받을 수 있다. 예절관에서 전통적인 복식을 모두 갖춘 뒤에 성년식을 치루면 처음 입어본 옷에 어색함을 참지 못하던 남학생들과 앞머리를 못 올린다던 여학생 모두가 어느새 휴대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남기고 있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평생 한 번 있는 성년식이라는 추억을 선물해준다.
예절교육이 일으키는 변화
지금은 활발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녀도 처음에는 자신의 수업으로 아이들이 달라지리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예절은 요즘 시대에 맞는 예절이에요. 또 방법도 요즘 시대에 맞춰서 조금은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훈계를 하면 아이들은 무조건 수긍했어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요. 왜 어떤 것을 하면 안 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본인 스스로 깨달아야 배운 대로 따라 해요.”
학기 초 수업을 한복을 입고 나가서 교과에 도움이 되지 않는 예절이라는 과목을 가르치러 교실에 들어섰을 때는 아이들의 반응이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두 번째 학교 수업을 가고, 세 번째 학교 수업을 가면서 아이들이 조금씩 바뀌어요. 학교나 동네에서 만나면 인사를 하죠. 그게 저한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 다른 주변 사람들한테도 적용이 돼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예절 교육을 할 때와 안 할 때 차이가 생기는 거죠. 조금씩이지만 아이들이 변하니 학교에서도 예절교육을 하려고 하는 거고요.”
달라진 건 그녀가 가르친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이 가장 많은 변화를 겪었다.
“아이들과의 관계가 가장 많이 달라졌어요. 아이들과의 사이가 좋아져서 지금 두 아이가 모두 20살이 훌쩍 넘었는데 아직도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어요. 또 제 아이들이 군대나 회사에 들어가 조직생활을 할 때도 ‘인성교육을 제대로 배웠다’는 평을 많이 들어요. 예를 들어서 인사를 할 때도 그냥 고개만 숙이지 않고, 두 손을 모아서 하는 공손인사를 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제가 강요하지 않아도 제 아이들도 가랑비에 옷 젖듯 예절이 몸에 배게 되니까 제 아이들의 교육에도 예강회 활동이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예절은 배려입니다
그녀가 예절을 십년이상 가르치면서 느낀 것이 있다.
“예절은 배려에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배려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 배려를 가르쳐야 하는 건 학교보다는 가정이거든요. 작년과 재작년에 한창 밥상머리 교육이 대두된 적이 있잖아요. 밥상머리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지금은 아이가 어려서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따를 수는 있지만 아이들이 컸을 때 마주치게 될 환경까지 엄마가 결정해줄 수는 없어요. 아이 스스로가 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야 누구를 만나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배워야 할 것과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할 수 있어요.”
김지연 회장처럼 예강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예절관에서 진행하는 기본적인 예절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한다. 관심이 있다고 해서 바로 들어와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는 없는 것. 하지만 안양시 시민이라면 예절프로그램을 무료로 배울 수 있다.
예절관에서 가르치는 예절프로그램은 예강회에 들어오려는 이들만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차를 마시는 다례법도 가르치고, 태교와 혼례, 가정관리, 부부 대화 등을 배울 수 있는 예비 부부반도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분들이 예절관을 이용하셨으면 좋겠어요. 일주일에 두 시간, 안양시민이 예절교육을 받는다면 인문도시 안양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직접 와보시면 느껴지시겠지만 외관도 멋지고, 내부 시설도 굉장히 볼만한 게 많거든요. 아이들과 오기도 좋고, 학부모만 와서 교육을 듣기도 정말 좋은 곳이에요. 예절관 문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