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봉사를 하면서 힘들다고 생각하면 봉사를 할 수 있겠어요?” [유경원 봉사자]

“봉사를 하면서 힘들다고 생각하면 봉사를 할 수 있겠어요?” [유경원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6.03.02

봉사를 하면서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유경원 씨는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에 임한다. ‘오늘 난 몇 시간동안 ’나‘없이 ’남‘을 위해 보내겠다’고 마음먹고 늘 웃는 모습으로 봉사를 한다는 그는 노력봉사에 재능기부를 더해 다른 이들을 위해 보내는 시간을 쌓고, 또 쌓고 있는 중이다.
하루하루 꾸준하고 빈번하게
유경원(52) 씨는 지금부터 4~5년 전, 군포시중증장애인시설인 양지의 집 원장인 학교 선배 형님과의 인연으로 처음 봉사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 후로 그는 양지의 집에 이어 호계동 노인복지관에서 식사봉사까지 범위를 넓혔다. 봉사를 시작해보니 그에게 봉사는 묘한 중독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번은 꼬박꼬박 빠지지 않고 여유가 있을 때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도 봉사를 하고 있다.
그의 어머니가 다니는 복지회관은 만안구청 맞은편 복지회관이지만 그는 호계노인복지관으로 봉사를 하러 다닌다. 어머니가 다니시는 복지회관의 경우, 복지회관을 찾는 이들이 적어 봉사가 빠르게 끝나는데 반해 호계노인복지회관은 보통 300분 이상의 어르신들이 찾기 때문. 어머니가 다니시는 곳보다는 일손이 부족하고 더 오랜 시간 많은 봉사를 할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
호계노인복지회관에서 오랜 시간 꾸준히 봉사를 이어온 그이기에 이곳을 찾는 어르신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을 만큼 빠삭하다.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보이면 식판에 그 분이 드실만한 것들, 그분의 식사량에 맞춰 배식한 뒤 어르신이 앉으신 곳까지 가져다드린다. 매운 걸 못 드시는 분은 매콤한 반찬은 최소한으로 하고, 평소 좋아하실 것 같은 반찬은 듬뿍 드리기도 한다. 그렇게 최대한 반찬을 안 남기면서도 맛있게 드실 수 있게 하는 것이 그처럼 오래 봉사한 베테랑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호계노인복지회관에서 일 년에 두 번, 어버이날과 가을바자회 때는 무려 700분에서 1000분 정도의 어르신이 복지회관을 찾아오셔서 점심 식사를 하신다. 그때는 배식만 오전 열 시부터 두 시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정신없죠. 배식하는 주방 식구들은 끼니도 거르면서 계속 배식하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힘들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그만큼 뿌듯함이 강하기 때문이다.
노력봉사와 재능기부를 한꺼번에
그는 주로 노력봉사를 하는 호계노인복지관과 달리 중증장애인시설에서는 노력봉사와 함께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노력봉사로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아이들과 놀아준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이제 몇 년 하다 보니 한 아이, 한 아이의 성격을 알게 되었죠. 어떤 아이는 한 번 휠체어를 밀어주기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밀어달라고 하기도 해요. 그러면 다른 아이들 휠체어는 밀어줄 수 없게 되잖아요. 그래서 이 아이는 한 시간, 다른 아이는 30분 이렇게 시간을 정해서 밀어주죠.”
평소 건축분야에서 몸담고 있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재능기부도 한다. 보수가 필요한 시설에 그의 손길이 닿으면 시설이 새 것처럼 바뀌기도 하고, 기존까지 불편하게 이동했던 것들이 편리하게 변하기도 한다.
“장애인들 시설이다 보니 보수가 필요한 게 많아요. 일반적인 시설도 시간이 5년, 10년 이렇게 오래 지나면 노후화가 되면서 페인트칠도 벗겨지고, 정자에 썼던 방부목도 약해지잖아요. 장애인 시설은 일반적인 시설보다 더 많은 시설이 시공되어 있어 고장 날 곳도 더 많아요. 저는 고장 난 휠체어를 고쳐주기도 하고, 평소에 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많이 부딪치는 벽에는 굴렁쇠 원리를 이용해서 벽에 부딪치지 않고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용접한 시설을 만들어주기도 해요. 이렇게 더 편리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재료는 시설에 계신 직원분께 최대한 저렴하게 구하실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려서 구하고, 어차피 연장은 제가 다 가지고 있으니까 따로 구할 필요 없이 할 수 있어요.”
이곳에서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바자회에서는 그의 체력이 허락하는 선에서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몸을 쓰는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그의 능력이 허락하는 선에서 후원도 아끼지 않는다.
내가 찾은 웃음을 지인들에게 전파하고 싶습니다
그는 노인복지회관이나 중증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를 하면서 웃음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살다보면 인생이 참 빡빡하잖아요. 그런데 봉사를 하면서 웃음을 많이 찾았어요. 물론 다른 곳에서도 인생의 즐거움을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 있겠지만 저는 봉사를 하면서 좀 더 계획적이고, 성실하면서도 즐겁게 사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런 봉사의 즐거움을 마음 깊이 깨달았기 때문일까? 그는 주변 지인들에게 봉사를 적극 추천한다. 그가 봉사를 하러 가면서 시간 되는 지인들을 함께 데려가면, 어떤 이들은 계속 나오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어떤 이들은 나오지 못할 때도 있다.
“저야 건축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몇 시간이라도 시간이 날 때가 많지만 바쁜 친구들은 자주 봉사를 하러 오기 쉽지는 않죠. 직장생활도 하면서 봉사하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그로 인해 봉사자가 조금씩 많아진다는 생각만으로도 뿌듯하다.
“봉사를 하시는 분들은 많지만 부족할 때는 한참 부족하다가 몰릴 때는 한 번에 몰리거든요. 그런데 봉사자 인원 전체가 더 많아지면 아무래도 부족분을 좀 더 채울 수 있으니까요. 저처럼 기존에 봉사를 하고 계신 분들이 현재 봉사를 안 하고 계신 분들을 많이 데려와서 봉사의 즐거움을 한 번씩 느끼게 해줬으면 좋겠네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