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무료하던 시간들, 황금 같은 시간으로 바뀌었죠.” [강선종 봉사자]

“무료하던 시간들, 황금 같은 시간으로 바뀌었죠.” [강선종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6.01.19

강선종 씨는 지금부터 3년 전 은퇴 후에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봉사자 중 하나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평범하지만은 않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봉사를 하는 것은 물론, 이 외에도 일주일에 세 번 다른 곳에서 다른 봉사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봉사활동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시간을 가치 있게 쓰는 방법이라고 단언한다.
은퇴 후에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을 찾다
강선종(70)씨는 퇴직 이후 무료하던 일상에서 사회에 공헌할 방법을 찾다가 시청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봉사활동을 추천받았다. 처음 시작한 봉사활동은 V터전으로 시에서 초중고대학생들이 의무 봉사시간에 마을을 위해 봉사를 할 수 있게 각 동에 배치한 자원봉사 센터다. 그는 그가 살고 있는 신촌동 V터전의 3년차 코치로, 일주일에 두 번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참가자 접수를 받고, 셋째 주 토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봉사활동 인솔을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은 심폐소생술, 인형 만들기, 부채 만들기 환경정화, 각종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매주 겹치지 않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봉사할 만한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동사무소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는 일부터 봉사에 필요한 물품을 구해 정리해놓는 일, 뒷정리까지도 그의 몫이다. 주기적으로 시청에서는 교육과 워크숍도 받는다.
이렇게 V터전을 하면서도 다른 봉사활동 할 곳이 없는지 늘 찾았던 그에게 노인복지관이 눈에 띄었다. 무턱대고 복지관에 들어가 여기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렇게 시작된 복지관 식사봉사는 일주일에 5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한다. 그가 매일같이 봉사한지 벌써 2년이 넘어간다. 어르신들 점심식사를 위해 퇴식구에서 빈 그릇을 정리하는 일이 그가 주로 하는 일로, 복지관 봉사에서는 특히나 남자들이 부족해 힘을 필요로 하는 활동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그가 와서 한 시름 덜었다. 게다가 그는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는 중에도 옆에서 살뜰히 어르신들을 챙긴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 옆에서 식판이며 물을 갖다드리고, 자리에 앉으실 수 있도록 옆에서 수발을 든다. 그의 공로를 인정해 작년에는 이곳저곳에서 우수봉사상, 감사장, 시장상 등이을수여하기도 했다.
청소년층과 노년층을 겪으며
크게는 두 곳에서 봉사를 하는 그는 봉사를 하는 청소년층과 봉사를 받는 노년층 모두를 가까이에서 자주 만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의 경우, 의무봉사시간을 채우려다보니 시간만 때우려고 하는 아이들도 간혹 있다.
“이왕 봉사를 하려고 하는 거면 적극적으로 봉사를 하라는 말을 많이 했죠. V터전에서 강의를 들을 때도 좀 더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활동을 할 때도 좀 더 값진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다행히 봉사활동 오는 아이들은 자주 오는 경우가 많아서 2년 정도 하다 보니 얼굴이 다 익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제가 이렇게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잘 따라주죠. 그런 걸 보면 아이들한테 고마워요. 또 V터전을 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배우는 것이 많아 정말 좋아요.”
그의 노력 덕분에 그가 활동하는 신촌동의 경우는 다른 동네와 비교해서 V터전의 활동이 활발하게 잘 이루어지고 있다.
그의 존재는 복지관 분위기도 확 바꿔놓았다. 이전까지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 식사를 도와주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온 뒤로는 인원이 충원되고, 그가 적극적으로 어르신들을 챙기다 보니 당연한 분위기로 자리 잡았다. 하루에 복지관을 찾는 200~300분 중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대략 다섯 분. 그 분들은 오시면 강선종 씨부터 먼저 찾는다. 어떤 이들은 아들보다 낫다고 할 정도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단순히 아쉬움에 하시는 요청일수도 있지만 저로서는 보람이죠.”
이렇게 크고 작은 보람과 성취감이 모여 그의 삶을 봉사로 가득 채웠다.

봉사를 베풀며 봉사를 받다
그는 봉사를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 ‘일거양득’이라고 표현하면서 현재 봉사를 하고 있지 않은 이들도 쉽게 봉사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는 제가 봉사를 하지만 오히려 ‘제가 봉사를 받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배우는 게 정말 많거든요. 보람도 크고요. 제 나름대로 의미를 두고 하기에 이만한 활동이 없죠. 처음에 봉사를 시작하면 시간을 많이 쓴다는 생각에 힘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가 받는 게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안양 62만 인구 중에서 봉사자가 10만 명이 넘는다고 하던데, 안양에 봉사자가 정말 많은 편이잖아요. 그 분들도 봉사의 재미를 깨달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봉사를 하지 않고 계신 분들은 매일 매일 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이 원하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안양자원봉사센터에서 안내와 교육을 받아서 봉사에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시간은 자신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봉사로 매일 매일이 바쁜 그는 노후를 은퇴 전만큼이나 황금 같은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봉사가 자신의 가치와 다른 사람의 가치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