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어르신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었으면” [사랑의노인대학 우종천 학장]

“어르신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었으면” [사랑의노인대학 우종천 학장]

by 안양교차로 2015.12.30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때로는 20세 청년보다도 70세 인간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려가지만 열정을 잃으면 마음이 시든다.… 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아이러니의 눈에 덮이고, 비탄의 얼음에 갇혀질 때 20세라도 인간은 늙는다.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8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청춘을 선물합니다
안양시 동안구에는 노인에게 청춘을 선물하는 한 교회가 있다. 안양사랑의교회에서는 매주 수요일, 사랑의노인대학을 운영하며 어르신들이 무료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강의는 기본적인 건강강좌를 포함해, 금융지식, 교통지식, 영어, 한글, 종이접기에 이르기까지 상식과 지식, 취미를 아우른다.
“저는 목사다보니 신앙적인 부분을 많이 도와드려요. 저는 이를 단순한 교양강좌가 아닌 인생행복강좌라고 부르는데요. 인생에서 자신이 깊게 고민하면서 씨름할 수 있는 문제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사랑의노인대학 학장이자 강사인 우종천 목사는 안양사랑의교회를 개척하면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고령화 시대에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노인세대를 위한 대학을 만들었다고 한다.
“공동체를 만들어서 삶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노인대학의 일차적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목표는 새로운 자극을 계속 만들어 주는 것이에요. 사람은 나이가 들면 퇴행이 오잖아요. 자기 세계에 갇히게 되고 그래서 자꾸 우울해지고, 고립됩니다. 삶을 돌아보고, 교정할 기회가 없으면 세대차가 점차 벌어지고, 젊은 층에 배척받게 돼요. 저는 이것이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보다도 훨씬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렇게 유명하신 강사들을 모셔 와서 강의를 들려드리는 겁니다. 이런 다양한 강의를 통해 다음 세대를 이해하는 방식을 배우게 되고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게 되길 바라고 있어요. 그렇다면 노인인구도 건강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영혼을 위한 음식, 영혼을 위한 강좌
안양사랑의교회는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로 운영될 뿐만이 아니라 점심식사까지 무료로 제공된다. 재적은 500여명 이상, 꾸준히 참석하는 인원만 해도 180명이 되는데 이 인원을 위해 식사를 제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식사준비만 해도 전날 20여 명의 봉사자들이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장을 봐오고 매주 상주에서 쌀을 직접 공수해온다.
“단순히 식사 한 끼 때우는 게 아니라 어르신들게 기쁨과 위로가 되어줄 식사이니까 이 정도 정성과 노력은 기울여야죠.”
안양사랑의교회는 사실 자체적으로 건물을 가지고 있는 대형교회가 아니다. 신도들이 굉장히 많지도 않아 경제적인 여유도 부족하다. 게다가 교회에서 지역사회에 이렇게 봉사를 함으로 인해 특별히 지원금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4년째 이 교회는 노인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보람이 크니까요. 저는 늘 지역사회에 정말 필요한 교회를 소망했는데 노인대학으로 교회가 존재할만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면 정말 기쁜 일이죠. 우리 사랑의노인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와 지역사회가 하나의 약속을 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만나지만 늘 정신적으로 우리는 어르신들을 만나고 있고, 그분들도 우리를 만나고 있어요. 또 사랑의노인대학이라는 소속감이 있고, 반과 반장이 있고요. 다음 주가 기대되기 때문에 삶의 활력소가 생겨요. 180명 중에 168명이 80%이상 출석을 해서 출석상을 받았어요. 그만큼 노인대학에 대한 애착이 많고, 의지하고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의미가 있다고 여겨져요. 그 분들이 고마워하는 마음은 우리에게도 참 감사한 일이고, 그분들 스스로에게도 참 좋은 일이에요. 누군가에게 고마워한다는 것. 정신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생겨나거든요.”
꽃청춘 대학생들,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노인대학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배워간 이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기쁨을 얻는 경우 중 하나는 한글을 읽지 못했던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웠을 때라고 한다.
“저한테 편지를 써주신 이 분은 한글을 배우고 나서 길거리만 다녀도 온통 신기한 거죠. 간판이 이제 읽히니까요. 한글을 가르쳐주신 선생님한테 이 얘기를 하시면서 우시더라고요. 지금은 편지를 쓸 수 있을 정도로 글씨도 잘 쓰세요. 연세가 많은 분인데도 이렇게 새로운 걸 배워서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죠.”
우종천 담임목사는 이렇게 노인대학을 운영해오기까지 많은 봉사자들이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를 대하듯 정성을 쏟았다며 봉사자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계신 분들은 대부분 4년전부터 봉사를 해오신 분들이에요. 연세가 드셔도 정말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봉사해주신 분들이 많아요. 정말 감사드리죠. 다만 지금도 봉사자들이 많이 부족한데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분들이 있으시면 저희 사랑의노인대학에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사랑의노인대학에 다니는 꽃청춘 대학생들에게 전하는 말을 물었다.
“더 바랄게 없을 정도로 지금 다 잘하고 계세요. 이런 봉사를 통해서 지역사회에 있는 어르신들아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고, 그 분들 마음속에 우리 노인대학이 고향처럼, 어머니처럼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