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배워서 남 주자” [안양시 일본어자원봉사팀 김정환 봉사자]

“배워서 남 주자” [안양시 일본어자원봉사팀 김정환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5.12.09

내면적인 뿌듯함과 보람이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배움과 봉사는 닮아있다. 이러한 공통점 덕분인지 김정환 봉사자의 경우 배움과 봉사를 동시에 시작해 지금은 배움과 봉사 모두 정점에 올라섰다. 배워서 남 주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그녀에게 배움과 봉사의 즐거움에 대해 물었다.
배움과 봉사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다
2004년, 김정환(67) 씨는 미루고 있던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일본에서 가게를 하고 있는 동생을 돕기 위해 일 년에 세 네 번 일본을 찾았지만 일본어를 하나도 알아듣지 못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원어민 수준은 아니더라도 동생 가게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넬 정도라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런 마음으로 안양 여성회관에서 히라가나, 가타가나부터 시작해 초급반, 중급반을 1년씩 배우며 기초를 서서히 뗄 무렵, 시에서 자원봉사자들 교육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교육에 참석해 일본어자원봉사팀을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서툰 일본어 때문에 통역봉사보다는 아동지역 센터에서 열리는 일본 음식 체험 등 잡다한 봉사부터 시작했지만 일본어에 능숙한 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이들이 쓰는 일본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다.
또 한편으로 그녀는 더 많은 공부를 하기 위해 안양 여성회관 중급반 수강생들 9명과 함께 일본 원어민 선생님에게 수업을 들었다. 공부할 교실도 마땅치 않아 시청 이곳저곳 빈 공간을 찾아서 헤메었지만 이들은 꾸준히 매주 모였다. 그러던 중 시장이 우연히 이런 모습을 발견하고는 교실을 마련해줬다. 그녀가 안양시 일본어자원봉사팀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 후 5~6년 동안 꾸준한 수업이 이어지는 동안 하나 둘 수강생들이 줄어들면서 원어민 선생님을 모시기 힘들어지자 남은 인원끼리는 일주일에 한 번, 이제 현지인 수업 대신 소설 번역반을 만들어 계속 배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일본어 실력을 검증하다
이렇게 일본어 실력을 쌓았지만 그녀 스스로는 일본어 실력에 대해 자신감이 없었다. 하지만 작년 남편과 일본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현지 일본인들과도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 자신감을 토대로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일본어 안내 자원봉사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다.
“전화 면접을 보는데 정말 떨리더라고요. 한국어 한 마디 없이 일본어로만 현지인이랑 대화를 하는데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단어가 잘 생각이 안 나고요. 면접을 무사히 마치고 결국에는 합격해서 공항에서 안내를 맡아서 하는데 너무 좋았어요. 왜냐하면 그런 국제대회에는 지원자들이 정말 많은데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제가 발탁이 되어서 봉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보람 있고, 뿌듯한 거죠.”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인들에게 화장실 위치부터 버스, 지하철 교통 등 일상적인 안내를 맡아하면서 그녀는 81살 자원봉사자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어르신은 자신의 마지막 국제대회 봉사가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될 것 같다며 평창에는 나이가 있어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자신에게도 평창 올림픽이 마지막 국제대회 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평창 올림픽을 기대하며 일본어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또한 국제대회에는 더 이상 참가를 못하는 대신 그 이후에는 안양시 내에서 평범하게 할 수 있는 봉사를 하고 싶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녀는 국제대회 이외의 봉사도 많이 하고 있다. 안양시청이 일본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마다 재능기부를 하는 것은 물론,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삼호볼링컵에서 통역봉사를 하고 있다. 어학적인 도움 이외에도 관양 2동 청소년선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APAP(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프렌즈에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 작년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는 환경?안전관리를 담당하기도 했다.
APAP가 생겨난 초기에는 안양예술공원에 있는 작품 도슨트 봉사를 하다가 도슨트 봉사가 유급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작품 해설을 하는 이들을 도와 해설을 듣는 이들이 이탈되거나 안전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보조하고 있다.
남편과 아내가 함께 봉사의 즐거움을 누리다
이렇게 봉사로 바쁜 일주일을 보내는 그녀의 곁에서 남편도 함께 APAP 프렌즈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남편이 개인 회사에서 이사직으로 있다 보니 쉬는 날마다 함께 봉사를 시작한 것이 어언 5년. 그러다보니 시에서 부부평화상을 함께 받기도 했다.
"저는 저한테 주어진 봉사만 하는 편이고, 다른 봉사자와 자주 어울리는 편은 아닌데, 혼자 했으면 외롭고 의지할 데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남편이 이렇게 함께 다니다보니 외롭지도 않고 의지할 사람이 있어 좋죠. 그냥 하는 소리인지 몰라도 주변에서도 부부가 같이 봉사를 하는 모습을 많이들 부러워하더라고요.“
그녀는 봉사를 하면서 얻은 즐거움을 많은 이들이 같이 느낄 수 있길 바란다며 말을 이었다.
“무보수로 하는 걸 봉사라고 하잖아요. 그만큼 봉사를 하려면 정말 봉사가 즐겁고 의욕이 있어야 해요. 다른 누군가와 상관없이 제가 즐겁고, 좋고, 만족해서 하는 거죠. 나이 들어서 집에 있으면 친구들 만나기에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런데 내가 봉사할 곳,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생활의 활력이 생겨요.
그래서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 중에서 일본어를 포함해 외국어를 잘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용기를 가지고 안양시청을 방문하셨으면 좋겠어요. 시청 자원봉사센터에 오시면 자기가 원하는, 잘 할 수 있는 봉사를 해줄 수 있는 곳을 안내해드려요. 그래서 앞으로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이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