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안양시 장애인 빙상클럽 김미라 사무국장]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안양시 장애인 빙상클럽 김미라 사무국장]

by 안양교차로 2015.11.24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본인이 노력한다면 하늘도 그 뜻을 도와준다는 뜻이다. 무언가를 열망하는 마음이 닿아 운명처럼 다가올 때 우리는 ‘하늘’의 존재를 믿는다. 하지만 노력이 없었다면 운명도 없었을 것이다.
내 아이를 돌봐주는 마음으로
김미라(54) 씨의 세 아이 중 막내는 지적장애 3급으로, 안양해솔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직장 맘으로 유치원 때부터 아이를 어딘가에 맡겨야 했던 그녀는 안양에 있는 많은 장애아동돌봄센터를 찾았지만 돌봄센터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아이를 맡기려고 하는 이들은 많고, 돌봄센터는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내 아이를 돌봐주는 마음으로 아이를 맡아주는 곳은 없을까?’ 하는 마음에 이곳저곳 알아보았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시청 사회복지과에서는 종교 법인이나 단체도 아니고 개인이 돌봄센터를 하고 싶다는 말에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개인이 하다가 힘들다고 그만두면 그동안 시설을 이용했던 사람들이 두 번 상처를 받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방법을 찾아봐도 마땅한 대안이 없이 이전처럼 장애아동돌봄센터를 찾아야 하나 싶을 때 뇌병변 장애아의 보호자들이 모인 모임인 열손가락 서로돌봄사회적협동조합을 만났다.
마침 김미라 씨가 하고 있던 생각을 열손가락에서 추진 중이었다. 그 때 당시 열손가락은 자조모임을 이 년간 꾸준히 해왔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김미라 씨는 협소하지만 남은 공간이 있어 그곳에서 뭔가를 하고 싶었지만 같이 무언가를 이끌어나갈 사람이 없었던 차였다. 둘 사이에 부족하고, 넉넉했던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저는 장소 제공만 했을 뿐이에요. 열손가락이 기존에 하시던 일에 저는 숟가락만 얹은 거죠.”
내 아이의 재능을 키워주고 싶다
지적장애 3급인 막내 아이를 키우는 데는 ‘돌봄’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자기 머리를 때리는 등의 자해행동을 반복했다. 인지치료를 하자 이런 자해행동을 막기 위해서는 운동을 하면서 체력발산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운동을 시켜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막내는 타고난 신체적 능력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인지능력이 부족하다보니 운동을 배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수영은 2년 동안 했는데도 호흡조차 배우지 못했고, 태권도는 선생님을 보는 대신 선생님과 같은 방향을 보고서서 자세를 취하곤 했다. 골프는 인지능력을 많이 필요로 하기에 더 어려웠다. 심지어 연습장에서는 장애아라는 이유로 산만하다며 쫓겨나다시피 했다. 그러던 중 스케이트를 만났다.
“그동안 했던 운동 중에서 본인이 가장 잘 하고, 성취감을 많이 느끼는 운동이에요. 또 아이를 맡아주시는 선생님께서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의 손을 잡고 자세히 알려주시고요.”
그렇게 어렵사리 적성을 찾아 2년간 스케이트를 하고 있지만 소외된 분야인 장애인스포츠, 그리고 그 중에서도 소외된 종목인 빙상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패럴림픽은 대부분 신체 장애인들이 참가를 하기에 빙상 종목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패럴림픽 참가가 어려운 지적 장애인들은 스페셜올림픽에 참가한다. 그러나 스페셜올림픽은 모든 선수가 순수하게 참여하는 데 의의를 둔다. 그녀는 세 명이 참가해 금은동을 나눠 갖는 대회가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 동계체전에서도 빙상이 소외 종목이긴 마찬가지.
현재 대한장애인체육회에는 종목별로 연맹이 만들어져 있지만 빙상연맹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마음먹었지만 혼자서는 너무도 어려운 일. 또 한 번 운명적인 만남이 필요했다.
그리고 하늘은 다시 그녀를 도왔다. 장애인 빙상에 뜻 있는 몇 명이 모였고, 안양시 장애인 빙상클럽을 만들었다. 안양시 장애인 빙상클럽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 빙상을 배우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워 못 배우는 아이들을 발굴해서 강습비와 장비 마련을 지원해주는 것과 전국대회 규모의 빙상대회를 개최하는 것. 지금은 내년 봄에 대회 개최를 목표로 두고 있다.
편견은 익숙함의 문제
야심찬 목표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소소한 어려움들이 닥쳐왔다. 금전적인 어려움은 물론이고, 선수 확보도 쉽지 않았다.
“지금 장애인빙상에 관심 있는 부모님들이 계시긴 한데 장애 아이를 운동에만 올인 하도록 하기에는 부담이 커요. 치료도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도 우리 아이 치료로 언어치료, 인지치료, 심리치료, 놀이치료, 기타 등등 많이 해봤어요. 그런데 지금은 언어치료와 심리치료를 제외하고는 다른 치료할 시간을 빼서 운동을 시켜요. 스케이트가 얼음판위에 날로 서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 향상에 굉장히 좋아요. 또 저희 아이처럼 지적장애 아이들은 몸이 튼튼하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체력을 발산하지 않으면 이상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스케이트가 굉장히 체력 소모가 많은 운동이라서 저희 아이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많이 동참해주길 바라는데 경험해보지 않고는 확신이 없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다른 어머니들한테 치료 대신 운동시키시라고 말을 할 수는 없어요. 그분들이 선택하실 문제니까요. 그래서 앞으로는 다른 유관기관들하고도 협조를 구해서 지속적으로 홍보를 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많은 고비 중간 중간 해결방법을 찾아내고야 말았던 그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편견 없이 행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해법도 알고 있을까?
“사실 저도 내가 장애아를 키워보기 전에는 편견이 없었다고 할 수 없어요. 가족 모두가 성당을 다니면서 남편하고 둘째 딸은 딸이 열 살 때부터 대학교 1학년이 된 지금까지 주일학교 장애아반에서 봉사를 했어요. 그런데 저는 안했거든요. 장애를 가진 사람들하고 접해볼 기회가 거의 없어서인지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았어요. 제가 과거에 그랬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내 아이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게 옳지 않다고는 말할 자신이 없어요. 하지만 인위적으로라도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면 서서히 나아질 거라고 믿어요.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건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하니까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