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모범 중의 모범이 되다 [군포모범운전자회 원덕연 회장]

모범 중의 모범이 되다 [군포모범운전자회 원덕연 회장]

by 안양교차로 2015.08.18

살아가다보면 사소한 사건 하나가 인생의 건널목에서 신호등이 되어 주기도 한다. 오늘 인터뷰한 원덕연 회장 역시 아주 작은 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20년간 한결 같은 봉사의 길을 걷게 된 경우이다.
모범운전자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모범운전자가 되다
아마 운전자 대부분이 흔히 겪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주 가던 길이고 늘 차가 막히지 않던 시간이었는데 차는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차 안에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단순히 차량이 많아서라고 하기에도 이상할 정도로 정체된 모습에 무슨 일인지 싶어 차량 밖으로 나왔다. 앞으로 가서 살펴보니 사고가 있었던 것 같았다. 사고의 잔해들이 남아있었고, 많은 차들은 이를 피해가려고만 할 뿐 어느 한 명이 나와서 차량을 정리하지 않았다. 서로 먼저 가려고만 하다 보니 교통은 더 혼잡해지고, 추가적인 사고까지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이 때 원덕연 회장(61)은 경찰관도 아니지만 나서서 차량을 통제하고 먼저 나갈 수 있는 차들을 보내며 교통정리를 했다. 되돌아보면 지인을 통해 모범운전자회를 알기 전부터 미리 정해진 운명이었다. 모범운전자회를 알게 되자마자 자신에게 딱 맞는 봉사활동이라고 느끼고 서류를 구비해서 모범운전자회에 몸담게 되었던 것은 그 한 번의 경험이 그에게 뿌듯함으로 오래 기억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그는 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나 신호등이 고장이 났을 때 가장 먼저 교통 상황을 정리하면서 교통경찰이 올 때까지의 혼잡을 줄여주고 있다.
“조그만 제 힘으로 교통을 원활하게 만들어줬을 때 가장 기분이 좋죠. 또 운전을 하고 가다가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모범운전자회 회원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으면 제가 하는 것보다도 더욱 기분이 좋고 뿌듯합니다.”
봉사는 도로 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범운전자회는 주로 아침 출퇴근 시간에 도로 상황을 정리하며, 군포에서 큰 행사가 열릴 때에도 도로 중간에서 교통정리를 한다.
“봉사를 하다보면 손가락질과 함께 욕을 하시는 분들도 아직 있어요. 그럴 때면 ‘왜 내가 나서서 힘들게 봉사를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수고하십니다’ , ‘감사합니다’ 한 마디만 들어도 봉사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점들은 다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니 혹시 도로에서 모범운전자회 회원을 마주치실 때 웃는 얼굴로 인사 한 번씩 해주세요.”
하지만 모범운전자회의 모든 봉사활동이 단순히 도로 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군포에서 일어나는 각종 재해 상황에 가장 먼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며, 군포외의 다른 지역까지 먼 길을 가서 어려운 이들을 돕기도 한다. 태안에 기름유출 사건이 있었을 때, 창녕에 수해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는 무박으로 차를 타고 가서 따뜻한 손길을 더했다. 특히 태안에서는 로프를 이용해 일반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의 기름 제거 활동을 했다. 생전 처음 하는 일이라 서툴고 어렵기도 했지만 모든 모범운전자회가 뜻을 모아 자원해서 봉사를 했기에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고 응원하며 봉사활동을 마칠 수 있었다.
이렇게 재해가 발생한 뒤에 정리를 돕기도 하지만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위험요소를 알려 신고하는 것도 모범운전자회의 몫이다. 군포시에서 방재단과 안전모니터 활동을 함께 하면서 위험요소를 시청의 재난안전과나 자원봉사센터에 알려 재해예방을 한다. 운전을 하면서 많은 곳을 돌아다니는 만큼 다른 사람들보다 이러한 요소를 발견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 차를 타면 운전자
지금까지 군포모범운전자회를 이끌어온 지 8년.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움이 많다는 원덕연 회장은 봉사 외의 자신의 시간이 없을 정도로 봉사에 매진하고 있다. 그를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봐온 박창순 총무는 그를 두고 ‘미치지 않고서는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다른 모범운전자회 회원이라면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점까지 신경 쓰세요. 작은 교통신호 고장이나 위험요소도 알아채시죠. 그런 걸 보면 정말 회장자리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구나 라는 걸 깨달아요. 또 8년 전보다 지금 저희 간부진들을 더 많이 꼬집으세요. 더 많은 봉사를 하도록 채찍질 하시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간부진이 바뀐 적이 없을 정도로 리더십이 뛰어나세요. 모든 일에 솔선수범해서 봉사를 하시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저희 ‘원덕연’ 호는 모든 회원이 힘을 하나로 뭉쳐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2013년 군포모범운전자회는 경기도 44개의 모범운전자지회 중 베스트모범운전자회로 꼽혀 최초로 인증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인터뷰 마지막까지도 원덕연 회장은 모든 시민들이 교통신호를 지켰으면 좋겠다며 당부를 아끼지 않았다.
“승용차든, 영업용 차를 운전자든 어떤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보행자도 차를 타면 바로 운전자가 되지요. 이렇게 똑같은 입장에 있으면서도 신호등 앞에서면 이를 잊어버리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신호등을 마주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럴 때마다 보행자는 보행자 신호를, 운전자는 운전자 신호를 잘 지켜준다면 사고 없이 안전해질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교통 법규, 교통 신호를 교통사고는 절반 이상 줄어들지 않을까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