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봉사를 하면서 더욱 바른 마음가짐을 갖고, 바른 생활을 실천하게 되었어요.” [이화영 봉사자]

“봉사를 하면서 더욱 바른 마음가짐을 갖고, 바른 생활을 실천하게 되었어요.” [이화영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5.08.04

“젊었을 때는 늘 생각하잖아요. 시시때때로 감사한 일이 있거나 어려운 기도를 할 때마다 ‘건강한 몸으로 태어났으니 시간을 들여 봉사를 하거나 물질적인 봉사를 해야겠다’고요.” 그녀는 이 다짐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말하며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다. 하지만 ‘실천’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그녀가 겪었던 ‘봉사’와 ‘봉사의 이유’를 소개해달라는 말로 간신히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나에게 딱 맞는 봉사활동을 찾기 위한 시행착오
이화영(55)씨는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함과 동시에 봉사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주변의 권유로 로타리클럽에 들어가 활동을 했는데, 나이가 봉사를 미룰 수 있는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배웠다.
“로타리클럽에는 사십대 초중반부터 봉사를 하는 젊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또 대부분사회활동과 봉사를 같이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범위가 넓고요.”
그러나 시간봉사보다는 물질적인 봉사가 많은 로타리클럽의 특성은 그녀에게 잘 맞지 않았다. 꿈꿔오던 것과는 달리 봉사의 즐거움이 크지 않자 로타리클럽의 봉사에는 소홀해지고, 대신 틈틈이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면서 재가원이며 요양원을 다녔다. 이렇게 노인복지에 대해 배워가던 찰나에 의왕시 포일동의 아파트 단지에 입주를 하면서 통장을 맡아 경로당을 만들었다. 경로당을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하고, 경로당이 자리를 잡도록 하면서 그녀는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봉사의 즐거움을 비로소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고, 게다가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인기가 너무 좋아요.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길거리를 다닐 수 없을 정도에요.(웃음)”
그렇게 자신에게 꼭 맞는 봉사활동을 한번 찾아내자 그 뒤에는 자연스럽게 비슷한 봉사활동이 따라왔다. 복지관을 다니면서 배식봉사를 하고, 배추나 감자를 심어서 복지관이나 노인정에 보냈다. 또 시민경찰 1기를 처음으로 뽑는다는 말에 시민경찰에 지원해 활동하고 있다.
“경찰서에 가면 나쁜 사람만 보게 되고, 도서관가면 공부하는 사람만 보게 되잖아요. 봉사도 똑같아요. 봉사를 한 분야에서 시작하면 비슷한 봉사단체나 봉사할 곳이 눈에 띄어요. 그래서 대부분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여러 군데 봉사를 다니지 아예 봉사를 안 하는 사람들은 봉사단체를 어떻게 찾아야 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잘 몰라요. 그래서 발을 담그는 게 가장 중요하죠.”
‘진짜 봉사’를 하기 시작하다
시민경찰을 시작하면서 저녁 8시부터 경찰과 함께 순찰을 도는 일이 일상이 되었지만 한동안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배고픔이었다. 며칠 동안 봉사를 한 뒤에 남편에게 하소연을 했다. ‘내가 나 좋으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봉사를 하는 건데 간식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에 남편이 말했다.
“경찰서에 가서 초코파이라도 하나 바랐다면 그건 진짜 봉사가 아니지. 시간도 써야하지만 돈도 써야 진짜 봉사야. 당신이 배가 고팠으면 분명히 다른 사람들도 배가 고팠을 텐데 그럼 다음부터 초코파이라도 사서 돌리고, 수고하시는 경찰 분들한테 해장국이라도 사줘야하지 않을까?”
그 말을 들은 후에는 간식거리를 사가거나 옥수수라도 삶아가서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불평이 있던 자리에는 대신 뿌듯함과 행복이 자라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민경찰은 지원이 전혀 없는 순수봉사단체로, 순찰을 함께 돌아준다고 해서 매번 경찰의 사비를 털어서 간식을 사기는 어려운 사정이었다. 또 그렇게 한다고 해도 ‘내가 좋아서’ 봉사를 하는 입장에서 그렇게 민폐를 끼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또 하나 시민경찰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처음과는 다르게 봉사인원이 점차 줄어든다는 점이다. 사실 사람인지라 처음에는 봉사보다는 생계가 우선이 되고, 봉사일정에 자주 빠지게 되면서 아예 참여가 어려워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봉사에 재미를 붙일 때까지는 다른 일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 봉사를 위해 일정을 빼기에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봉사에 있어서 이러한 손해를 감수할만한 플러스 요인을 만드는 것도 좋다고 주장한다. 헌혈증처럼 쌓은 봉사시간을 나중에 내가 필요할 때 우선적으로 찾아서 쓸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봉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부끄러움을, 건강을, 가족을 배웁니다
얼마 전이었다. 도로가 넓지 않고, 차량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에서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지나갔다. 그녀가 운영하는 부동산에 좀 더 빨리 도착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노인정에서 알고 지냈던 분이 오셔서 ‘지금 많이 바쁘시냐’며 말을 건넸다.
그녀는 ‘많이 안 바쁘다며 혹시 도와드릴 일이 있냐’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분은 방금 도로에서 신호를 지키지 않고 휙 지나가는 그녀를 봤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얼굴이 뜨거울 정도로 부끄러웠다. 노인정에서 다른 분들을 많이 모시고 돌아다니다 보니 차만 봐도 그녀의 차라는 것을 눈치 채신 것이다.
“어른들이 말씀하시잖아요. ‘봉사를 하면 주는 것보다도 얻는 게 많다’고. 저는 그 의미가 스스로 바른 마음가짐을 갖고, 바른 생활을 실천하게 된다는 점.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도 저한테 영향을 받으면서 그렇게 바뀌어간다는 점인 것 같아요.”
또한 요양원을 다니면서는 건강에 대해서 배운다.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살아야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죠. 바쁘면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서 소홀해지기 쉽지만 봉사를 다니면서는 내가 봉사를 오래 하기 위해서는 건강관리를 해야겠다고 다짐해요.”
노인 분들을 돕는 봉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하나 더 있다. 내 부모, 내 형제가 떠오르는 것이다. 부모님이나 시부모님께 말이라도, 통화라도 한 번 더 잘하게 된다며, 그녀는 이렇게 되물었다.
“다른 사람한테 잘하는 사람이 내 부모, 내 형제한테 못하겠어요?”
이래서 나와 내 가족이 두루 평안하려면 봉사해야 한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며 그녀는 봉사의 의미를 자신에게서 찾았다.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