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아이와 함께 무럭무럭 자라나는 베풂 [시민경찰 오은신 봉사자]

아이와 함께 무럭무럭 자라나는 베풂 [시민경찰 오은신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5.07.14

쌍둥이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등교하는 길 위험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엄마를 녹색어머니로 만들었다. 쌍둥이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갔다. 불량 청소년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가 엄마를 안전지킴이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두 아들은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었다. 엄마는 더 많은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아이를 위한 마음이 봉사활동으로
오은신(55) 씨는 지금부터 10년 전 두 아들이 덕창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녹색어머니회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내 아이들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다른 아이들도 내 아이들처럼 생각되어 누구보다도 열심히 봉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녹색어머니회장을 맡게 되었고, 가장 일찍부터 교통지도를 시작해 가장 늦게까지 학교 앞을 지켰다.
“교통봉사를 하다보면 버스나 택시가 신호를 무시하는 경우를 많이 봐요. 또 초등학교 애들은 장난치면서 뛰어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차’하는 순간에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크죠. 가끔 버스나 택시, 주변 차들이 너무 협조가 어려울 때는 경찰에게 알려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어요. 그러면 교통 위반이 현저히 줄거든요.”
녹색어머니를 하면서 안전지킴이도 시작했다. 안전지킴이는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 아이들 귀가시간이 위험하지 않도록 순찰을 도는 역할을 한다. 학교 주변에 위험한 구역이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아이들에게 가해질지 모르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아침에는 녹색어머니회, 오후에는 안전지킴이활동을 하며 초등학생의 등하교를 책임지던 그녀는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하자 녹색어머니회 대신 보람교사 활동을 시작했다.
보람교사는 아이들의 등굣길에 교사들과 함께 복장지도를 하고, 시험 감독을 한다. 학교에 오랜 시간 있다 보니 교사와 학생들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학부모들보다 훨씬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초등학생은 천진난만해서 말은 잘 듣는 편이지만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어요. 워낙 돌발적인 행동을 많이 하니까요. 중학생은 집단 괴롭힘이나 학교 폭력의 위험이 높아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요. 고등학교는 지금 한 학기만 겪어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이들이 성숙해서 오히려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불량행동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더라고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저는 앞으로 아이들이 졸업한 이후에도, 가능하다면 학교 주변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내 마을은 내가 지킨다
그녀가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이들뿐이 아니다. 동네 주민들도 그녀가 지켜야 하는 이들 중 하나이다. 최근에는 통장에 연임되어 앞으로 2년간 더 동네 발전을 위해 애쓸 예정이다.
“제가 이 지역이 재개발되기 전부터 십년 이상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어요. 그러다보니 동네주민들과 친분이 많죠. 그래서 통장으로 추천이 된 것 같아요. 좋은 점이요? 이 주변이 아파트 지역이 아니라 모두 주택가잖아요. 아무래도 이웃 간의 정이 더 끈끈하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제가 드리는 말씀에 잘 호응해주시죠.”
사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지역 통장자리는 인기가 없다. 그만큼 통장역할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택은 각각 거리가 멀어 통지서만 전달하려고 해도 꽤 넓은 지역을 직접 돌아다녀야 한다. 또 주민이 자리를 비웠을 때, 우편함에 넣는 걸로 대신하기가 어렵다. 아파트처럼 경비실에서 방송을 할 수도 없다.
마을을 돌보는 통장으로 활동하면서 한편으로는 마을을 지키는 시민경찰이 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시민경찰 1기였던 다른 지역의 통장이 그녀를 추천해서 시작하게 된 시민경찰은 턱없이 부족한 경찰인력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시민이 직접 경찰의 보조 역할을 하는 봉사활동이다. 늦은 밤 함께 순찰을 돌거나 교통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는 등 마을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함께 한다. 이번에 뽑힌 시민경찰 3기는 의왕시를 통틀어 40명이 넘는 인원이 이 교육을 받고 있다. 총 10회 교육 중 8회까지 교육을 끝낸 그녀는 내일 9회 교육차 만안경찰서에 가서 사격을 배운다고 한다.
봉사는 전염성이 강하다
이외에도 그녀는 복지관으로 식사 봉사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
“저도 지금 나이가 많잖아요. 곧 있으면 제가 복지관에서 뵙고 있는 분들과 나이가 비슷해지겠죠. 그러니까 힘이 있고, 봉사를 할 수 있는 지금 더 많이 봉사해야죠.”
워낙 다양한 봉사를 하다 보니 봉사활동 일정이 겹치는 일도 일상다반사라고 한다. 하지만 시간을 최대한 조정하고 양해를 구해 조금 일찍 나오고 조금 늦게 도착하게끔 해서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억지로 하는 봉사활동은 의미가 없다며 늘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그녀의 주변은 그녀처럼 봉사를 이미 생활화한 이들이 대부분이라서 봉사를 안 하는 이들을 찾을 수 없을 정도이다.
“저도 주변에 계신 분들의 권유로 다른 봉사활동을 시작한 경우도 많았고, 저를 보고 다른 분들이 또 다른 봉사활동을 시작한 경우도 많았어요. 아침에 제가 녹색어머니회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 하자고 하시던 학부모들도 있었고요. 그런 인연으로 봉사활동을 함께 하게 되는 거죠.”
아이들 때문에 시작한 봉사는 이제 그녀에게 의무이자 기분 좋은 부담감으로, 또 지인들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접착제가 되었다.

취재 강나은 기자